한국환경철확회 김완구 회장
한국환경철확회 김완구 회장

[고양일보] 구자현 박사: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 가장 더웠던 해로 폭염, 산불, 가뭄 등 기후 재앙을 직간접적으로 체감한 한해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은 더욱 뜨거운 해로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환경재앙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1995년 창립한 한국환경철학회에서 다년간 연구이사, 총무이사, 학술이사를 거쳐 2022년 7월 1일부터 회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는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김완구 교수와 만났습니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완구 회장: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이후, 평생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철학적 윤리적 접근법을 공부하고 있는 김완구입니다. 고양일보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구 박사: 한국환경철학회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 회장: 1995년 창립한 한국환경철학회는 동양철학 및 서양철학, 과학철학, 사회철학 등 철학의 다른 주요 분과들은 물론 정치학, 사회학, 생태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해 현대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인 환경 및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학회입니다.

우리 학회는 그간 103회에 걸쳐 국내외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고, KCI 등재지인 한국환경철학회 학술지 『환경철학』을 매년 2회에 걸쳐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회원들을 중심으로 환경 의식 고취를 위한 학술서 발간 등의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 박사: 오랜 기간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서강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회장: 네, 그렇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환경의 본래적 가치문제와 실용주의적 정당화」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를 취득하고 강사로서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며 ‘환경윤리’, ‘환경문제와 철학’, ‘생명윤리’, ‘공학윤리’ 등 주로 윤리와 철학 강의를 많이 했습니다. 현재는 호서대학교 창의교향학부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윤리, 철학 관련 여러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등재 학술지 『생명연구』 편집위원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구 박사: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환경문제인데요. 아직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가요?

김 회장: 네, 맞습니다.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특히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100년도 넘은 이전부터 그 위험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위험을 간과하거나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제 정치적으로나 일부 시민 단체 및 정부 등에서 일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별로 개선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이런 부분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환경문제가 가지는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요즘 흔하게 발생하고 있는 전쟁이나 테러 등과 같은 문제들과 달리 환경문제는 그 결과가, 즉 사람들에 미치는 피해가 장기적이고 간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환경문제는 광범위하고 복잡하다는 특성을 지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테러 등과 같은 위험과 달리 위험을 당장 그리고 직접적으로 쉽게 그리고 절박하게 느끼지 못하기에 등한시하거나 무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는 테러 등과 달리, 장기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사소한 행위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집합적 행위의 문제”라는 점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과학적 팩트에 근거한 그 해법이 분명하게 존재함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환경철학자들은 많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구 박사: 저는 무엇보다 회장님 저술인 『자발적 소박함과 행복』이라는 책을 보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김 회장: 이 책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바라보는 행복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통찰은 제공한다는 취지로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의 ‘행복치유철학상담센터’에서 기획한 총서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행복에 대해서 교수님들이 다양한 주제로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발적 소박함의 행복’이라는 주제로 책을 쓴 거죠. 저는 지구의 종말을 들먹이고 현재의 선택과 행동이 우리 후손들의 삶과 죽음을 규정하는 이런 격동의 시대에 환경위기와 관련한 행복한 삶에 관해서 얘기해 보고자 했습니다. 핵심은 환경위기의 근원이 근대 자본주의를 이끌어온 거대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소비와 그 배후에 있는 욕망이라고 보고 이런 소비주의 삶의 방식에서 탈피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소비사회 시스템에 의해 조장되거나 강요된 욕망의 노예로 살아가는 자발적이지 않고 어쩌면 불행한 삶으로부터 그런 욕망과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미래의 대안적이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자 행복지수를 높이는 삶의 방식으로 ‘자발적인 소박한 삶’을 고민해 본 것입니다.

구 박사: 저도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천해보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근본적인 가치관의 전향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결코 쉬운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 회장: 네, 우리의 자본주의 소비사회라는 시스템이 아주 강고하고 우리는 이미 그러한 삶의 방식에 관성이 생겨 있어서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환경문제는 풍요롭게 살 것인가 정의롭게 살 것인가 자유롭게 살 것인가 등의 문제들과 달리 우리가 지구상에서 계속해서 살아남아 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입니다. 살아남고자 한다면 임계점을 넘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써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구 박사: 그렇다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요?

김 회장: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물론 국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치 경제적 접근은 물론이고, 과학 기술·종교·교육 등의 모든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분야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실천 상의 어려움은 존재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환경문제의 유별난 특성으로 인해 무지나 무관심 같은 장애요인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적 해결책의 경우는 과학 기술이 편익과 폐해들 동시에 가지는 양면성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는 만큼의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또는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경우 실천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저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실천을 위해 제일 중요한 전제 조건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생각이 바뀌지 않은 사람들에게 실천을 기대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환경철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 모습
한국환경철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 모습

구 박사: 맞습니다. 모든 문제의 주범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기 때문에 인간의 근본적인 사고방식, 태도나 마음가짐 등에 대해 철학적이거나 윤리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 문제도 오랜 기간 많은 정부예산이 지원됐지만 실패하는 이유가 좀 더 근본적인 삶의 가치관이나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임시방편적이고 획일적인 지원에만 집중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 회장: 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임시방편적, 땜질식 처방이라고 할까요, 주로 미봉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문제도 그래요. 일단 환경이 문제가 되면 그 환경을 파괴한 인간의 문제라기보다는 환경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오염되거나 파괴된 환경만 치료하려고 합니다. 문제를 발생시킨 인간의 태도나 행동보다는 파괴된 환경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병의 원인이나 근원은 살피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살피는 일종의 대증요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나무도 생존을 위해서 줄기보다도 뿌리가 튼튼해야 하듯이 좀 더 근원적으로 뿌리에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근원적 해결책은 미봉책보다 결과가 금세 눈에 띄게 도출되지 않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단기적 결과는 한계가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 느릴지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꾸준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구 박사: 우리나라 환경문제의 현실은 어떤가요?

김 회장: 우리나라도 정부나 시민들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조직이나 단체를 결성해 많은 활동과 노력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탄소 감축 목표치 수준은 ‘2030 탄소 감축 35% 이상’으로 국제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목표치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2023년 12월 6일)에는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는 나라에게 주는 상인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prize)’ 수상의 불명예를 안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캐나다 앨버타주 1위, 노르웨이 2위에 이어 3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것이 있죠?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2014년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 주도로 시작된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핵심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입 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을 포함하여 IT, 금융 서비스, 제약, 자동차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이에 발 맞추어야 합니다. 환경문제는 이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입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기업의 RE100 가입이 정체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도 환경문제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구 박사: 잘, 알겠습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과제가 많아 보입니다.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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