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절묘한(unique and exquisite), Acrylic on Paper. 54×78cm. 2019
독특하고 절묘한(unique and exquisite) / Acrylic on Paper. 54×78cm. 2019

[고양일보] 오랜 기간 국내외 탐방을 마치고 서서히 빛이 되어 양지로 나오는 작업을 하고 있는 화가가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 동안 어둠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2023.2.11.~22.까지 전시하는 등작(燈酌) 화가다. 작년에는 “눈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오랜 기간 그림을 그린 밑바탕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시나 수필의 형식으로 써 내려간 글이다. 2005년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외벽 전시를 했고, “예술 그 안에 들어가다”라는 전자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구자현 박사: 주제가 빛을 나누다(Face to Face)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등작(김인범) 화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빛을 나누는 것은 너무 중요하죠. 코로나19 시기가 어려운 이유는 인간의 근본 욕구인 대면이 사라진 시대죠. 저는 생각의 감정을 순간 빛으로 간직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 나름의 특화된 방법이죠. 저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그림을 그렸고 누구보다 그림을 사랑합니다.

작년에 출판한 책 '눈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작년에 출판한 책 '눈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구자현 박사: 그림을 그린 이유가 무엇이죠?

등작 화가: 누구나 보이지 않는 고통이 있죠. 저는 오랜 기간 저와의 싸움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20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적도 있고요. 마음을 깨치기 위해 사찰에서 행자 생활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삶의 모든 경험이 그림으로 승화되어 표출되고 있죠. 그림은 저의 원동력입니다.

구자현 박사: 많은 갤러리 중에 구구갤러리에서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구구갤러리 전경
구구갤러리 전경

등작 화가: 많은 거리의 예술가들처럼 저도 생활이 여유롭지 못합니다. 그림에만 몰두해서 직장을 다니기가 어려웠죠. 참 인연이란 게 중요하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하게 구구갤러리 히든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대관료 없이 전시하는 거죠.

구자현 박사: 축하드립니다. 오랜 기간 자신과 싸움했다고 하는데 좀 더 말해주세요.

등작 화가: 저는 나 자신의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욕망과 타협을 했습니다. 욕망과의 싸움에서 타협으로 바뀐 거죠. 지금은 도리어 인간의 많은 욕망에 대해 항상 생각합니다. 욕망은 우리에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엄청난 힘을 줬지만 또한 반대로 많은 어려움을 직면하게 했죠. 양면성이 있는 거죠. 저는 빛의 색깔과 욕망을 연결합니다. 검정, 남색, 노랑, 보라, 빨강 등 각각의 색깔은 인간의 다양한 욕구처럼 그 빛을 다르게 비춥니다.

구자현 박사: 좀 더 설명해주세요

등작 화가: 예를 들어 검정은 최초의 색입니다. 색채를 다루는데 먹물만큼 좋은 것은 없죠. 공간은 화려한 색채를 꿈꾸지만, 검정이 존재하기에 밝음이 존재합니다. 검정은 우주에서 비치는 사랑같은 것이지요.

구자현 박사: 다른 색은 어떤가요?

등작 화가: 예를 들어 남색은 어디에서 본 듯한 뒷모습이 여운을 남길 때 정지합니다. 필요에 의한 색채가 아님에도 중간의 어스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듯한 짙은 낭만의 색깔입니다. 짙은 여운, 생의 그림자, 끝나지 않는 빛 정도 되겠지요.

추락의 꿈(Dream of Falls) / Acrylic, Oil pastel on Paper. 78×54cm. 2019
추락의 꿈(Dream of Falls) / Acrylic, Oil pastel on Paper. 78×54cm. 2019

구자현 박사: 저는 이해가 쉽지 않네요. 그럼 노랑색은 어떤가요?

등작 화가: 가난을 위한 노래, 빛의 눈물, 맑은 상상의 숨결 이런 느낌이지요. 노랑은 당신이 목마름으로 맞이하는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물이 되어 반짝거리며 출렁일 것입니다.

구자현 박사: 어렵네요. 그림을 보니 얼굴 그림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등작 화가: 저의 삶을 돌아보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접할 계기가 많았습니다. 각각 인종의 얼굴은 특색이 보이죠. 외국 사람뿐 아니라 한국 사람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죠. 그 부분이 인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우주로(Into Universe 0) / Acrylic, Oil Pastel on Paper. 30×21cm. 2021
우주로(Into Universe 0) / Acrylic, Oil Pastel on Paper. 30×21cm. 2021

구자현 박사: 그림에서 무엇보다 표현력과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각각의 그림은 다양한 스토리가 함축되어 있겠죠.

등작 화가: 맞습니다. 당연하죠. 얼핏 보면 그림이 비슷한 것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죠. 그림의 미묘한 차이는 큰 차이죠. 특히 날개가 달려 있는 그림자는 차이가 큽니다. 저는 스케치를 하지 않고 붓으로 바로 그림을 그립니다. 빛의 순간을 담기 위해서는 스케치할 시간이 없죠. 순간적으로 저의 느낌을 바로 그림에 담는 거죠.

구자현 박사: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나요?

등작 화가: 맞습니다. 저는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죠. 이유는 아크릴 물감은 건조가 빠릅니다. 한때는 유화를 그린 적도 있지만 유화는 마르는데 오래 걸리죠. 저는 순간의 빛 느낌을 그리기 위해서는 빨리 건조가 되야죠. 음식으로 치면 신선함이 유지돼야 하는 거죠. 저만의 생각입니다. 아크릴은 물을 쓰지만 굳은 뒤에는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이 있죠. 순간의 저 그림은 순간이기 때문에 과거, 미래의 그림이 아닌 지금, 현재의 그림이 되는 거죠.

사진 옆에 선 등작 화가
자신의 작품 옆에 선 등작(김인범) 화가

구자현 박사: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요?

등작 화가: 저의 가장 큰 계획은 내년에 프랑스에 가는 가죠. 파리 올림픽이 열릴 때 전시하려고 합니다. 전시관에서 하는 전시가 아니라 거리에서 전시하는 거죠. 많은 사람과 소통할 것이고, 그 속에서 나만의 그림 빛을 세계사람과 나눌 것입니다.

구자현 박사: 멋지네요.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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