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다큐멘터리 <인간 등정의 발자취>를 연출한 제이콥 브로노우스키는 수학자, 생물학자, 저술가이자 시인이었다. 그는 인간이 남긴 수많은 예술 작품과 과학적 발명의 힘을 ‘은유적 상상력’에서 찾았다. 과학에 시적인 이미지가 더해질 때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 가능했다는 해석이다.

숲을 연구하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사)숲힐링문화협회가 던진 첫 번째 화두였다.

진정한 힐링의 의미 전하는 (사)숲힐링문화협회 전병하 대표.

지친 마음, 숲으로

(사)숲힐링문화협회 전병하 대표는 한전산업개발 고양지점장이다. 숲 해설가, 약초 연구가, 인성교육 강사이자 2006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고향은 충북 영동, 산수 좋은 학산이었다. 전병하 대표는 숲으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숲은 훌륭한 장난감으로 가득 찬 공짜 놀이터였어요. 하루가 가득 채워지는 보물섬 같은 장소였지요. 최고의 선생님이기도 했고요.”

'힐링 숲 데이트' 는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치유로 이끌기 위한 행사다.

풍요로운 숲의 기억은 다시 숲으로 그를 이끌었다. 2012년도다. 시인들이 축이 된 인문학자의 모임에 친환경 숲 전문가들이 뜻을 더하니 단체가 됐다. 좋은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보니 강의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비영리 법인으로 몸집이 커졌고, 과정 수료 후 자격증을 수여하면서 ‘자격 사업’까지 분야가 확장됐다.

“500여 명의 회원들 모두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에요. 숲 해설사, 인성 지도사, 발효와 음식 분야의 명인들도 계시고 시 낭송가, 전통 무용가 같은 예술가들도 활동하세요. 목적보다는 신념을 모으니 함께하는 매 순간이 축제 같아요.”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하기에 협회가 진행하는 행사는 언제나 알차다.

세상을 품는, 숲에서

협회가 생긴 그해 11월, 일영유원지에서 ‘힐링 숲 데이트’가 시작됐다. 이시백 시인의 숲 해설 특강, 문예 관계자들과의 숲 힐링 대담, 약초 연구가 박상태의 본초학 특강, 가수 김태곤의 음악 치유, 숲속 명상으로 구성도 알찼다.

이후 전국에서 20여 차례 ‘힐링 숲 데이트’가 열렸다. 일반인들은 물론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에 의존하는 4대 중독자와 지적장애인, 미혼모 같은 소외계층으로 품을 더 크게 벌렸다.

(사)숲힐링문화협회는 힐링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통해 친환경 문화체험 지도사, 전통문화 전문인, 시낭송 전문가, 힐링건강 지도자 등의 힐링 전문가를 양성 중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숲 백일장을 개최하고, 숲 유치원에 이어 앵무새나라 체험관까지 자연으로 가는 지름길도 열었다.

“우리나라는 사유림이 많아 힐링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국립공원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절차가 복잡하고요. 좀 더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거, 그게 바람이라면 바람이네요.”

올해 초 사찰림연구소가 전병하 대표의 뜻을 반겼다. 우리나라 산림의 1.3%를 차지하는 사찰림, 산사의 숲은 깊다. 전병하 대표는 사찰림연구소의 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숲을 보존하고 가치를 알리는 데 온힘을 실으려 한다.

종로 플러스50센터에서 약초학 강의 중인 전병하 대표.

나를 살리는, 다시 숲으로

숲의 치유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가서 숲의 향기와 모습과 소리와 촉감을 느끼는 거다. 바라보던 숲에서 체험하는 숲으로 들어섰다면, 이제는 나눔의 의미를 더할 단계다.

“숲의 맑은 기운을 느낀 사람들은 숲이 세상에 내어놓는 모든 것들에 관심이 생깁니다. 숲이 가진 풀뿌리 하나도 버릴 게 없거든요. 그동안 마음의 피로와 상처를 위로했다면, 이제는 지친 몸도 기대어 쉬게 해야죠.”

전병하 대표가 생각하는 숲의 선물, 그 으뜸은 힐링 푸드다. 꽃, 열매, 잎, 줄기, 뿌리까지 쓰임새가 모두 다른 식물은 차가 되고, 음식이 되고 때로는 약이 되는 고마운 존재다. 숲과의 교감을 위해 몸으로 품는 선물만큼 더 큰 것이 어디 있을까.

사람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삶을 바꾼다. 숲의 바람이 희망이 되고, 숲의 흙길이 모두에게 용기를 전하리라. 몸과 마음을 살리는 숲, 그는 숲의 기적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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