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바로 해적이죠. 실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의 어선과 상선 등이 소말리아의 악명 높은 해적들로부터 피납되기도하였고, 심지어 선원을 살해하기도 하였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여러 차례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피납되어 곤혹을 치룬 적이 있지요.

 그중에서 아덴만 여명 작전을 기억하시나요? 2011년 1월, 대한민국의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 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되었지요. 당시 우리나라는 신속하게 구축함인 최영함과 대한민국의 해군특수전여단(UDT/SEAL)을 투입하여, 5시간 만에 해적들을 제압하고 21명의 선원들을 전원 구출했어요. 물론 8명의 해적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하는 공도 세웠지요. 그때 생포된 해적 5명은 지금 현재 대전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해적들이 “한국이 허락만 해준다면 한국에 귀화하고 싶다.”고 했다고 하네요. 도대체 그들은 왜 소말리아의 해적이 되었으며, 소말리아로 돌아가기보다 한국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혹시 블랙호크다운이라고 하는 영화를 보신분이 계신가요? 내란과 기근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최정예부대가 투입되어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요.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나라가 소말리아랍니다. 

소말리아 지도

소말리아는 현재 무정부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총체적으로 치안이 불안하며 외국인 납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등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난한 나라가 되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을 금지한 몇 안 되는 나라로 지목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소말리아는 왜 이렇게 위험하고 가난한 되었을까요? 인도양과 홍해 즉,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지리적 위치(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있는 소말리아는 예부터 이 지역의 무역 중심지였으며, 어업 활동의 근거지였지요.

소말리아도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처럼 유럽 열강의 식민지 확보를 위한 패권 다툼 속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1960년에 영국과 독일로부터 독립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서구 열강들의 내정간섭과 독재정권에 시달리다가 결국 1991년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지요.

현재 소말리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600달러에 불과합니다. 국민 1인당 하루에 2000원도 벌지 못하는 상황인거죠. 끝없는 내전은 끔찍한 기근으로 이어져 어린이, 노약자 등의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굶어 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구 선진국 사회에서는 소말리아에 원조는 커녕 관심도 갖지 않았고 가난과 무정부상태의 혼란이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국제사회에서 버려진 나라가 되었던 겁니다. 소말리아 인근 해안은 풍부한 어장으로, 해안선이 3,000km에 달해 어업 발달 조건이 좋은 곳이었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바다로 나가 돈을 벌고 싶었겠지만 정부의 기능이 전무한 소말리아 해역의 수산물은 이미 엄청난 규모와 장비를 갖추고 불법 어업을 하고 있는 외국 어선들의 차지가 되어 있었던 거예요. 실제로 이렇게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매년 약 4억 5천만달러어치의 참치와 새우, 바다가재 등 어류와 해산물을 대량으로 쓸어갔다고 하네요.

영화 '캡틴 필립스'의 한 장면

 결국 그들은 생계형 어업을 하던 소말리아 어부들의 생존 기반을 흔들어 놓았던 거죠. 그런데 해적들은 최소한 연간 2만 달러 이상을 벌고 있는 거예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산업의 수익은 1억 3500만 달러로 추산됐다고 해요. 결국 해적활동은 소말리아인들이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인 셈이 된 거죠.
삼호 주얼리호를 납치하였다가 우리나라 감옥에 수감된 3명에게 왜 해적의 되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소말리아에서 직업군인이었는데 한 달에 한국돈으로 5만원 가량 받았다. 군인 월급으로는 일곱 식구를 먹여살릴 수 없었지만 다른 할 만한 일이 없었다. 아이들을 굶기는 것이 아빠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돈을 많이 준다는 해적회사의 제안에 해적선을 타게 됐다. 삼호주얼리호가 첫 해적일이었다."(아만알리)
"소말리아 내전 때 아버지가 총에 맞아 돌아가시고 먹고 살길이 없어 버스 운전을 했는데 월급을 거의 못 받았다. 그러다가 버스가 고장이 나면서 할 일도 없어 해적이 됐다. 나도 삼호주얼리호가 첫 해적일이었다."(브랄렛)
"원래 소말리아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였는데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도 수입이 너무 적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첫번째 부인은 돈을 잘 못 벌어온다고 나를 떠났다.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처자식을 자주 굶기다보니 지금 부인도 떠나버릴 것 같았다. 어느날 해적 회사에서 사람이 찾아와 해적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해줘서 해적일을 하게 됐다."(아라이) - 중앙일보 2015. 1.19일 기사-

이들의 말을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그들의 말을 통해 현재 소말리아가 처한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난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보려고 애쓰는 이들의 생존 기반인 소말리아 해역에는 대형 외국선박들이 찾아와 수자원을 싹쓸이하고 심지어 폐기물까지 투기하고 있답니다. 유럽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1톤당 250달러의 비용이 드는 반면 소말리아에서는 2.5달러의 비용밖에 들지 않으니 소말리아 해역에 납이나 카드뮴, 수은과 같은 중금속을 물론 방사성폐기물까지 막 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만약 우리나라 해역에 다른 나라 어선이 불법 어획을 자행하고 각종 폐기물을 버리고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모르긴 해도 군대를 출동시키거나 외교적인 마찰이 생겼겠지요. 하지만 소말리아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보호해 줄 정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구책으로 자체 해안 경비대를 조직해 외국 어선들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벌금 명목의 협상금을 타냈는데, 이것을 두고 서구 열강과 언론들은 일제히 그들을 ‘해적’이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죠.

‘해적’이라 소개된 소말리아 인 수구레 알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적은 바로 소말리아 바다에서 불법적인 어획을 일삼고 폐기물을 투기하고, 무기를 운반하는 자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바다를 지키려는 것뿐이다. 우리는 해안 경비대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러시아, 영국,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미국 등 수많은 나라의 어선들이 소말리아 바다에서 불법어획을 저질렀는데, 이들은 소말리아 해역에서 매년 약 4억 5천 달러어치의 수자원을 빼돌렸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말리아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치 지도자들, 어부들이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두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인거죠.

아울러 소말리아 사람들이 억울해하는 것은 해적 감시와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외국 정부들이 전함을 파견해 오히려 소말리아 어선을 감시하고 위협하는 적반하장의 상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소말리아 어부들은 외국 전함들이 소말리아 어선과 상선을 해적 취급해 검문하고 공중 촬영까지 한다고 항의합니다. 힘 있는 나라들은 전함까지 파견해 남의 나라 해상에서 자국 화물선은 물론 불법 어업을 하는 어선까지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죠.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있는 나라들이 지금처럼 소말리아의 상황을 외면하고 정부 부재의 취약점을 악용해 계속 자국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해적과 납치의 증가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 : 소말리아 해적 단속을 위해 대한민국 해군 사상 처음으로 장기간 원거리 전투 순찰임무를 목적으로 청해부대가 파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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