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권의 진영논리 더 이상은 곤란한 수준..

안보는 한 번 당하면 두 번 다시 라는 것이 없는 것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말을 할 의사는 정말 없었습니다. 과거 외교부 국장시절부터 인연이 시작된 한국안보문제연구소(KINSA) 김희상 이사장님의 요청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KINSA) 이사장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참여정부 첫 해, 저는 외교보좌관으로서, 그리고 김희상 이사장님은 국방보좌관으로서 함께 당시 상당히 어려운 정치적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좌해 가면서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한국의 여러 정치지형이라든지, 당시 정부의 구성, 청와대의 구성을 보면, 우리는 당시 고도의 몇 명 안남은 사람 같은 존재였으나, 당시 우리가 보고 경험한 것을 노대통령께 잘 건의해서, 안보·한미관계·국방을 튼튼히 하는데 노력을 했습니다.

꼭 그런 일(대통령)을 안하더라도,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제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한국안보문제연구소(KINSA) 총동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유엔이 추구하는 3대 목표가 있습니다.

첫 째, 세계평화와 안전을 어떻게 지키는가.

둘 째, 전 세계 사람들이 가난에 흔들리지 않고, 병에 걸리지 않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면서 어떻게 경제사회를 잘 개발해 나갈 수 있는가

세 째,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는가 등 입니다.

대한민국의 3대 목표도 비슷합니다.

한국의 안보를 튼튼히 해서 우리나라가 아무런 위협 없이, 국민들이 안전하게 평화 속에서 경제사회개발을 해나가고, 그러면서 평화통일 준비를 해나가는 것 등입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유엔과 한국정부의 목표는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 왔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놓고 고민도 많이 하고 유엔 간부들하고도 많은 대화도 가졌습니다.

결론은 3대 목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목표가 완벽하게 잘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문제의 발단이 정치인들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의 많은 직업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직업이 정치인이라고 합니다. 정치인들은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이 문제를 무시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들이 참 많이 하는데, 사실 정치적 해법만이 유일한 대안일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인들이 여야 없이 서로 단합하면 한국은 번성할 것이고, 정치 분열이 생기면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는 정치를 해볼까 하다가 접었기 때문에 직업란에 정치인이라고 적지는 않겠습니다(웃음).

제가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통령·국무총리·국회의원·장관 등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염원과 늘 소통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잘못되면 경제도 위협을 받게 되고, 안보가 잘못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국민이 설 땅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 저는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국민의 염원과 걱정을 늘 경청해야 한다. 경청하지 않으면 늘 문제가 생긴다”고 각 국 지도자들에게 이야기 해 왔습니다.

리더십의 요체는 무엇일까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비전,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솔선수범, 즉 leadership by example 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 자신이 먼저 해놓고 나서, 국민 앞에 서서 국민들이 얼마나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지 헤아려야 하는 것 중요합니다.

저는 밤낮없이 남보다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믿고 행동해 왔습니다. 유엔 사무총장도 대통령 비슷하게 헌법상 형사소추 면제조항 비슷하게 유엔직원 근무규정(Staff Rule)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저는 유엔 직원 조회에서 “나도 당신들과 똑같이 staff rule에 적용받겠다. 내가 만일 잘못된 행동을 하면 여러분이 나서서 내게 책임을 물으실 수 있도록 하겠다(you may challenge me)”고 하면서 늘 자신을 소명하면서 늘 앞장서서 일해 왔습니다.

역사의 평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저는 성공적이었다고 사무총장직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임 유엔사무총장들은 대부분 불우하게 자리를 떠났습니다.

코피 아난 전총장도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했지만 마지막에 상당히 불우하게 떠났습니다. 그 전임자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도 미국의 반대 때문에 연임을 못하고 유엔 사무총장직을 떠났습니다.

십 년 만에 조국 대한민국에 돌아와 많은 문제점들을 직접 보고, 저는 참 면구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전 세계를 다니면서 모든 지도자들에게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라고 해놓고 한국에 와보니 그것이 제일 필요한 곳이 제 조국이었습니다.

외국의 많은 지인들로부터 “당신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지만 무엇이라고 답변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떠나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서는 지역주의가 큰 문제였고, 늘 우리가 동서화합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역대 대통령들은 인사나 개발문제에서 늘 형평성을 이루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10년 사이에 한국은 이념 대립이 훨씬 심화되고, 계층 간·세대 간 분열 문제로 대한민국 국민을 더욱더 갈라놓은 현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분단도 한탄스러운데 지금 대한민국,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사람들이 이리 갈리고 저리 갈리고 눈에서 미워하는 빛이 번쩍번쩍 나는 걸 20여일 사이에 느꼈습니다.

이젠 대한민국 사회 각 계 각 층의 정치지도자가 한 목소리로 단합해야 합니다. 더는 지체할 수 없고 진영논리에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습니다. 국내 정치도 상황이 무척 어렵습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북한 정권은 그 어느 때 상대했던 정권보다도 불가측성이 훨씬 더 강합니다.

김정은은 그 어느 북한 지도자보다도 더 예측하기 어렵고 훨씬 더 포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우리는 너무 불감증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귀국하자마자 제가 몇 번이나 우리 안보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불감증에 걸려 있는 것 같다고 얘기한 바 있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드 이야기, 정밀타격(surgical strike) 등 뉴스에서 한반도 얘기가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정치로 언론이 도배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좀 더 한반도 문제에 신경 써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이 작년에만 20여 차례 이상 미사일 발사를 했습니다. 그 중 18차례 실패, 2차례 성공했습니다. 이번에는 단번에 4발을 성공시켰습니다.

수직으로 천 킬로미터 이상 올라가는 미사일 쏘는 기술은 상당히 진전된 기술입니다. 각도를 45도로 하면 3000킬로미터까지 날아가는 무서운 힘을 가진 미사일입니다.

유엔에 있을 때, 한국 분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또 실패했다. 오늘도 실패, 내일도 실패 이런 식이다. 그러면 그렇지. 북한이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북한은 매번 실패할 때마다 기술을 축척했습니다. 그 기술이 어제 발사 때 나왔고, 이제는 점점 더 기술력과 파괴력이 커지고 있고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다섯 번이나 실험했습니다. 작년에도 2회나 했습니다.

실험을 할수록 능력과 파괴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한국의 정보당국과 과학당국도 잘 파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긴장을 늦추면 안됩니다. 이제는 제발 국내 정치문제에 너무 함몰되어서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G2로 국가의 위상이 넘어가면서 중국은 이제 자신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강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GNP가 거의 2.5배 차이가 납니다.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지금 겪는 사드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노골적인 압력을 절대 간과해서는 곤란합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은 중국과 미국 간에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많은 긴장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도발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점을 정책당국자 분들도 명심해야 해야 합니다.

사드문제 처리에 있어서도, 완전히 노골적으로 나오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소신을 갖고 대처해야 합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은 ‘안보에 두 번 다시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경제는 실험을 해보다가 시행착오를 거쳐 바꿀 수도 있지만, 안보는 한번 당하면 두 번 다시 라는 것이 없더라 하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유명한 키신저가 <Diplomacy>라는 교과서 같은 책에서도 이런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외교는 미덕을 추구하기 위해 안보를 해쳐서는 절대 안 된다. 외교당국자들은 미덕과 겸양을 추구하기 위해 안보를 훼손, 양보해서는 안 된다”라는 지적입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자타공인 넘버 1의 대가가 하는 이런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키신저의 책 "디플로머시"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바마 정부 때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기조를 유지했지만. 지금 트럼프 시기에 와서는 비록 트럼프 자신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언론보도와 관계관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필요하면 정밀공격을 할 수 있다. 전술핵도 재배치해야 한다” 등등 여러 얘기가 우리와 무관하게 나오고 있어서 크게 우려됩니다.

우리의 외교적 노력과는 무관하게, 지금 북한은 자기들 페이스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그대로 북한을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 했기 때문에 계속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서 협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더 이상 계속하다가는 자신들의 생존 자체에 위협에 받을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안보리 제재에 따른 요구조건들을 북한이 충실히 이행토록 하여야 합니다.

여러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이 이제는 문명사회로 돌아와야만 합니다.

4월까지 계속될 한미 합동군사작전은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치지도자들도 이제는 한국의 안보를 우선적으로 신경을 써야합니다.

국내적 정치문제는 어차피 우리문제이니 우리 끼리 해결해야 합니다.

국내정치에만 너무 함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몇 가지만 말씀 드리고 끝을 맺겠습니다.

사무총장을 10년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유엔 역사 71년 중에 어찌 보면 제가 맡았던 10년이 유엔 역사상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때가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가장 큰 변혁이 있었던 때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89년 동서냉전체제가 와해가 된 바탕에서 80년 만에 국제경제위기를 맞았습니다. 1929년 대공황 이래 2008~9년에는 80년 만에 국제사회가 대규모 경제위기 맞아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아랍의 봄(Spring)’ 등 많은 변혁들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식민지 해방국들이 압제에 시달리다가 자신들 스스로 민주적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들고 일어나 독재자들 추방하였습니다.

‘아랍의 봄’은 정치지도자에 의한 것이 아니고 민중의 힘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제일 먼저 일어난 튀니지의 경우 모하마드 부하지지라는 거리 행상인에 대해 경찰이 인권을 탄압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아랍의 봄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국제적 상황에 대해서 우리도 좀 더 국제적인 움직임에 더 관심을 갖고 국내문제 함몰보다는 글로벌 비전을 갖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젊은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은 미래의 지도자라고 하지만 이미 오늘의 지도자가 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글로벌한 비전을 갖고, 대한민국도 중요하지만 국제시민으로서 세계가 어떻게 함께 나갈 수 있는 지에 대해 신경을 써달라고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글로벌 비전, 글로벌 시티즌십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가 좀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이 실질적인 상위중진국의 수준에서 그야말로 선진국의 문턱을 넘는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말씀을 Robert Kaplan이라는 작가가 <Warrior Politics>에서 쓴 말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Robert Kaplan 작가의 책 "Warrior Politics"

“진정한 지도자는 여론에 휩쓸리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위대한 군사령관은 진격할 때 자기의 명예가 어떻게 될 지 신경 쓰지 않는다. 위대한 사령관은 꼭 후퇴를 해야 할 상황이 되면 자신이 처벌을 받더라도 국가 안위를 위해 필요하다면 후퇴하는 것 마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것이 위대한 사령관이다. 여론에 휩싸이지 않는 것이 위대한 지도자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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