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주무관(고양시일산동구선거관리위원회)
박진우 주무관(고양시일산동구선거관리위원회)

요즘 각종 언론매체나 SNS, 유투브채널 등을 보다보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메타버스(‘meta'와 ’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 등의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영화로만 보던 디지털세상이 실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구경과 구매가 가능하고, 우리들의 호기심 욕구를 충족해 주기 충분할 정도로 편리하고 신속하다.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로 이루어진 세상은 더욱 가속화되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이런 ‘디지털화’라는 시대의 큰 흐름 속에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종이 투표용지에 의한 투표소 투표와 개표가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 일부 기표 용구, 투표함 등이 현대화되고 투표지분류기 및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되었으나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는 투표소에 나와야 하고 기표에서 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에 수많은 선거관계자의 노력과 예산이 소요된다.

이러한 오프라인 방식의 투표를 온라인 방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우선 유권자 본인이 머무르는 집이나 사무실 등 어디에서나 인터넷 통신망 사용이 가능하다면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손쉽게 투표(이하 ‘온라인투표’)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개표도 투표 시간 마감 후 거의 동시에 집계가 가능해져 당선인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종이투표의 기표오류에 따른 무효표도 예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2년부터 터치스크린 투표방식(투표소에 터치스크린 투표장비를 설치하여 유권자가 투표소를 방문하여 진행함)을 이용한 전자투표를 대통령 선거에 사용했고 현재는 대부분 주에서 사용한다. 일본, 영국, 브라질, 네덜란드 등 국가도 시행 혹은 시행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1년에 개발 완료했으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도입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완벽한 보안성과 투명성, 신뢰성을 기반으로 개인인증과 거래를 투명하게 하여 해킹, 조작 등을 해소한 전자투표시스템이 만들어져 미국, 스페인, 호주, 에스토니아 등 국가에서 일부 선거에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66년 3.15부정선거 및 현재까지도 각종 부정선거 의혹으로 사회적 불신이 깊어 전자투표의 큰 이점에도 불구하고 해킹, 조작으로 인한 투·개표 결과의 위·변조를 우려하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그 도입 시기는 멀어 보인다.

거대한 디지털 시대 흐름에 공직선거만이 역행하거나 뒤처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직선거에도 온라인 투표 등 유권자가 편리하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도입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먼저 해킹・조작이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 기술의 완벽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 온라인 투표를 지방자치단체·학교 등 공공기관의 자체 선거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추후에는 조합장 선거 등 위탁 선거에서도 온라인 투표를 확대하여 공직선거 도입 전에 예상되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범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투표의 기술적 완벽성에 대한 내용과 방식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인식시키고 해당 투표방식 도입에 따른 다양한 사회·문화적인 발생 가능한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국민에게 꾸준한 토론의 장도 마련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 개개인의 시민의식을 높여야 한다. 투표소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하여 대리투표 및 매표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도입된 온라인 투표라도 정작 유권자가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유·무형의 모든 혜택은 퇴색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정보통신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제도적 보완과 민주적 공감대 형성으로 온라인 투표가 공직선거에 도입된다면 코로나19 같은 의료 팬데믹 상황 하에서도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 비대면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시기가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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