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 무용가
서지희 무용가 (고양안무가협회 부회장)

구자현 발행인: 무용 중에서 발레만큼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이 필요한 무용도 없는데, 39세까지 많은 공연에서 발레리나로 주연을 했고, 현재는 고양안무가협회 부회장, 경희대학교에서 발레 실습지도 그리고 학생들 입시지도를 하고 있는 서지희 무용가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예술 관련 많은 협회가 사실상 폐업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고양시 안무가협회의 상황은 어떤가요?

서지희 무용가: 맞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수 만은 없죠.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고양안무가협회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라이브 현장성을 대체할 수 있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찾기는 어렵고요. 온라인 중계와 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만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대예술은 무대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는 것 이상의 대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구자현 발행인: 고양안무가협회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서지희 무용가: 고양안무가협회는 고양국제무용제 예술감독을 했던 임미경 회장을 중심으로, 무용학 및 안무와 직·간접적인 영향 관계에 있는 예술 분야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지역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사회공동체 구축 및 활성화 도모를 목적으로 2012년 8월 설립되었습니다. 일반회원 150명, 안무가 70명으로 구성된 고양안무가협회는 시민이 중심이 된 자발적 조직이 형성되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양시 문화예술발전의 새로운 대안 마련을 모토로, 시민 문화 향유 증진과 더불어 예술가들의 지속 가능한 창작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현재 고양안무가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죠?

서 무용가: 네. 코로나19의 상황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경희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했죠. 무용을 하게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 무용가: 네, 경희대 무용학부에서 발레 전공으로 학·석사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 본격적인 입문은 늦은 편이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발레를 연습했죠. 그러한 노력의 결과 무용가로 늦은 나이인 39세까지 많은 공연을 했죠. 무용을 하게된 계기는 평소 신체활동을 통한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우연한 기회에 발레학원을 다니면서 전공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발레를 전공한 계기보다 39세에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발레를 지도하고 있는 내 자신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특히 코로나19로 많은 협회의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안타깝네요.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야 되는데, 현재 상황만 봐도 만만치 않네요. 한 가지 일을 평생 지속적으로 하는 게 쉽지 않죠. 지금은 직접 공연에 발레리나로 활동은 하지 않지만 역시 미래의 멋진 발레리나를 양성하는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으니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 저도 시간이 허락하면 많은 공연을 보려고 하는데 무용은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어떤가요? 특히 무용을 배우는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요?

서 무용가: 발행인님의 생각처럼 저도 발레는 몸으로 쓰는 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발레는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문장으로 쓴 소설과 대비해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일단 무용의 표현양식을 정확하게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격하게 규정된 무용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만들기 위해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은 필수입니다. 타고난 끼와 재능으로 엄격하게 규정되어진 무용 동작을 익히는 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정작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구 발행인: 모든 것이 꾸준한 연습인 거네요. 가장 존경하는 무용가는 누구인가요?

서 무용가: 존경하는 무용수는 너무 많고요. 현재 가장 관심 있는 무용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국로열발레단에 마리아넬라 뉴녜즈라는 발레리나입니다. 정확하고 깔끔한 움직임과 절제된 연기력이 뛰어난 무용수죠.

구 발행인: 존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서 무용가: 예전에는 기술적인 측면이 많이 강조됐죠. 예를 들어 다리가 많이 찟어진다는 등등 그러나 점차 정형화된 마른 체형만 선호하는 게 아니라 몸에 근육이 있는 모습도 선호하고요.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신체 구조가 인정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고요. 마리아넬라 뉴녜즈 발레니라는 풍부한 감성과 화려한 기술뿐 아니라 무언가 무용수가 형식을 벗어나 자신의 색깔을 멋지게 무용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구 발행인: 인생의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서 무용가: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겁니다. 미래에 대한 거창한 계획보다 현재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용공연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기간 공연을 하다보니 공연할 때의 현재에 집중하는 습관이 나의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습관과 연결된 것 같습니다.

발레 공연 중인 서지희 무용가
발레 공연 중인 서지희 무용가

구 발행인: 지금까지 공연한 것 중에 가장 의미가 있었던 공연은 무엇인가요?

서 부회장: 모든 공연은 저한테 의미가 있고 소중한거죠. 그러나 특별히 의미를 부여해보면 5년 전 제가 39살 마지막 공연을 했던 서울무용제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니까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거죠. 그러나 그 당시만은 아니죠. 마지막 서울무용제 공연 당시 이미 많은 공연에 대한 경험도 있었고 특히 서울무용제에서의 경험이 있었지만, 당시 마지막 저의 공연은 제 인생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무대이고, 진심으로 무대에서 제 춤을 췄다고 생각되는 무대였죠. 기존의 무대에서는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노력했었죠. 그러나 저의 마지막 서울무용제는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이 고민했고 그러한 감정적 표현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마무리를 잘 한거죠.

구 발행인: 마지막 공연을 멋진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으니 앞으로 인생에 큰 축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이제는 본인의 제자들을 통해 자신의 예술혼을 잇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앞으로 미래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서 무용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현재까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르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거죠. 제가 계획을 세운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무엇보다 주변의 좋은 분들과 행복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는 인복이 많은지 주변에 많은 분이 저를 많이 아껴주시네요.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 발행인: 항상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진솔한 대담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