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정 교수(일산백병원 산부인과)
최은정 교수(일산백병원 산부인과)

전세계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자궁경부암(2020년 기준)은 질과 자궁이 만나는 자궁목 주위를 말하는 자궁경부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2020년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8년 3,500명이 자궁경부암으로 병원을 찾았으며 여성암 중 8위를 기록할 만큼 대표적인 여성암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은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대부분 발생하는데 주로 성교를 통해 감염된다. HPV는 감염됐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궁경부암 백신을 제때 접종할 경우 90% 이상의 예방효과를 볼 수 있어 최근 들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접종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최은정 교수가 말하는 남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Q. 자궁경부암은 어떤 암인가?

자궁경부는 질과 자궁이 만나는 자궁목 주위를 말한다. 자궁경부암은 정상세포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어 변형되기 시작하여 이형세포가 되고, 수년 또는 십수년에 걸쳐 상피세포 내 신생물에서 완전한 암세포로 전환되어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

Q.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거의 모든 자궁경부암은 생식기와 항문 주변에 서식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HPV바이러스의 경우 대부분 성관계나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HPV에 감염되었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고, 감염 또한 일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기적인 자궁경부 세포진검사가 필요하다. 일부에서 일시적으로 상피세포 내 신생물을 발생시켰다가 저절로 퇴화하여 정상세포가 되는 경우도 있다. HPV에 감염된 극히 소수에서만 감염이 지속되고 장기화함으로써 HPV가 본격적인 상피세포 내 신생물(자궁경부암)로 발달하게 된다. 자궁경부암의 발생인자는 HPV 이외에도 성교를 통한 요인들(정액, 정자, 트리코모나스나 클라미디아 등의 성병균)이 알려져 있지만,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으로 진행으로 작용하는 원인 중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자궁경부암 이외에도 HPV가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은 ▲외음부암 및 질암 ▲항문암 ▲구인두암 ▲성기사마귀 ▲비 성기사마귀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 ▲음경암 및 전구병변 등이다.

Q.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쉽게 말해 자궁경부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고위험군의 HPV형태를 예방하는 주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HPV 백신은 크게 2가(16형, 18형 예방), 4가(6형, 11형, 16형, 18형 예방), 9가(6형, 11형, 16형, 18형,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예방)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백신에 포함되어 있는 HPV 유전형에 대한 예방효과가 매우 뛰어나, 성경험 전에 접종을 완료할 경우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 등 전암병변의 예방효과가 90% 이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HPV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기존 HPV감염과 그 바이러스에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Q.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남자가 맞아야 하는 이유는?

남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암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 16형과 18형은 항문암의 약 90%와 구강암, 인두암 및 음경암의 상당부분을 유발하며, 6형과 11형은 성기사마귀의 원인 중 약 90%를 차지한다. 한편 유럽연합의 모델링 연구결과에 의하면, 여성청소년과 20대의 성인 여성이 단독으로 백신을 접종했을 때 보다 남녀 모두 HPV 백신을 접종했을 때 HPV 유병률이 현저히 감소했고, 남성의 HPV 감염이 감소하면 여성의 HPV 관련 질환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Q.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나이에 따라 효과가 다른가?

HPV 예방접종의 최적의 시간은 HPV에 노출되기 전, 성경험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미 다수의 연구에서 HPV백신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에게서 가장 효과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는 다음 연령대의 모든 여성과 남성에게 HPV에 대한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정규 예방접종은 11∼12세경에 권장되며, 9세부터 투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만 12세 여아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13세에서 26세 사이의 연령에서 정규 예방접종을 시행하지 않았거나 접종 횟수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 연령에 따라 2회 또는 3회의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27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권장 나이에 적절한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을 경우 이미 HPV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예방접종을 통해 다른 HPV 유형에 대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가와 9가 백신은 45세, 2가 백신은 55세까지 접종 가능 연령을 확대하였다.

Q. HPV 예방접종의 적정 연령을 넘길 경우에도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가?

위에 언급했듯이 백신효과가 가장 좋을 때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최초로 노출되기 전이다. 백신 적정 연령 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항체가 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예방접종이 보호할 수 있는 HPV유형에 이미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성경험 및 성접촉 후에 HPV 백신을 맞을 경우 효과가 없다는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이 아니다. HPV 예방접종이 커버하는 유형 가운데(현재까지는 최대 9개의 유형) 아직 감염된 적이 없는 HPV 유형에 대해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 감염될 수도 있는 HPV 유형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나이와 상관없이 예방접종은 필요하다.

Q.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고민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HPV는 HPV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교, 성기접촉 혹은 구강성교 중에 감염될 수 있으며, 대개는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감염되고 전염시킨다. 또한 현재까지는 남성을 위한 HPV검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본인의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 남성과 여성이 HPV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양측이 모두 백신을 접종하여 가장 흔하게 암을 일으키거나 건강문제를 유발하는 유형의 HPV에 대한 항체를 가지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접종 연령은 9세~26세 사이 성경험이 있기 전이지만, 성적으로 왕성한 젊은 사람들 또한 예방접종의 효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남성의 HPV 예방접종을 통해 여성의 자궁경부암의 유병률도 낮추고, 본인도 드물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음경암을 예방하며, 재발이 흔한 성기사마귀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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