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외교 분야 정간물 가운데 하나인 미국 <Foreign Affairs>지가 최근호에 게재한 기고문을 보면, 우리 국민들만큼이나 미국인들도 중국인들의 오만방자함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대형사진에 신발을 벗어던지는 성난 아랍권 시민들의 사진과 함께 “Good Foreign Policy Is Invisible (훌륭한 외교정책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법)” 제하의 기고문에서 미국의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시원하게 비판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성난 아랍권 시민들의 모습 <사진 = Foreign Affairs>

"누군가 트럼프에게 기억을 상기시켜 주어야만 한다. 향후 중국과 미국 사이에 대치국면(confrontation)이 발생할 경우, 우리가 호주·일본·한국과 강한 동맹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 말이다. 특히 중국은 주변에 동맹관계를 제대로 맺은 나라도 없지 않던가"

"Someone will have to remind him that strong alliances with Australia, Japan, and South Korea will be useful if there is a confrontation with China, especially since China itself lacks allies."

이 글은 또 2016년 작고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토마스 셸링 교수의 지혜를 인용하면서, 미국 정치인들이 장기적 혜택보다는 단기적인 자기만족감을 선택하여 정책적 우선순위를 늘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트럼프보다 훨씬 더 거칠고 비이성적으로 단기적 자기도취에 빠진 모습을 보이는 중국 공산당에게 더욱 잘 어울리는 표현으로 판단된다.

사드 문제를 이유로 민간기업 롯데를 협박하는 중국. 

그 중국정부의 기관지나 다름없는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한국이 동북아 협력을 배신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각오하라"는 선동과 "한국 핸드폰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식의 논조를 보이는 중국.

 

그 거친 모습은, 자유무역과 동맹관계의 오랜 관례를 흔들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떼쓰는 트럼프와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옹졸함이다.

중국의 트럼프 인신공격도 점입가경이다.

환구시보

환구시보는 트럼프가 “백악관 주인이 될 대통령의 품격을 갖추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 수퍼파워 초강대국 미국을 어떻게 리드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트럼프가 세계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극단적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에 앞서 트럼프 후보가 일찍이 자신의 선거운동 초반기부터 중국을 “음습한 범죄자(dark villain)” 집단으로 묘사해왔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직업을 훔쳐가는 최악의 경쟁상대 중국을 이겨야 한다(vanquish)"고 표현하는 트럼프를 바라보며, 중국 공산당과 군부의 엘리트집단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편전쟁에서 미국과 유럽에게 패배한 이후 불평등 국제조약에 휘둘리며 서양의 수퍼파워 강대국에게 국가적 수치와 모멸을 받아왔다는 피해의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트럼프의 중국모독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의 굴욕이었음에 틀림없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있어서 평화유지와 경제발전이 공통의 정치비전이자 당위성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겠으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최근 중국당국이 미국과 한국에게 보이는 거칠기만 한 태도의 의미는 무엇인가?

전 세계의 눈에 중국이 허약하게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희생이나 댓가라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하는 중국 엘리트들의 자의식과 감춰진 열등의식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역사적 교훈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불과 3일 앞둔 1월 17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원치 않는다면 중국이 나서서 전 세계의 자유무역과 글로벌 환경보호의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사진 = European Pressphoto Agency>

보호무역과 환율조작의 장벽 뒤에 숨은 세계 최대의 매연유발국이라는 통계를 무색케 하는 대담한 승부수로 보여진다.

같은 시각 영국의 테레사 메이 수상은 영국의 EU탈퇴 계획의 시간표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었다.

세계가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 보이는 순간, 시진핑은 미국 약 올리기에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겠다는 호기로운 도전장이다.

당분간, 중국 공산당과 관제언론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주요 경제대국을 상대로 비열한 비방전과 수준 낮은 신경전을 벌여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기 싸움이 계속되는 한, 과거 중국당국이 보여 온 자제력과 은유적 표현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필자는 지울 수가 없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