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복지사회로 알려진 나라. 

국왕이 식물학자였으며, 여수 엑스포에 참석해 한국의 눈부신 IT보다 DMZ의 식물다양성 체험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이던 인본주의자의 나라. 

1980년대 우리나라 체신청과 오명 청와대 체신비서관이 전자정부용 수퍼컴퓨터 확보를 위해 애타게 IBM의 값비싼 지원을 요청하다 결국 거절당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의 꿈을 실현시키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에릭슨(ERICSSON)의 나라 스웨덴.

그러나 오늘의 주제는 인구 일인당 가장 많은 소아당뇨 반려견을 훈련시키는 낭만복지국 스웨덴, 그리고 18만 마리의 반려견이 강아지 당뇨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 스웨덴의 이야기이다.

<사진 = 우리들 동물병원 홈페이지>

스웨덴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들 반려견이 평균 8.6세에 이르는 시점에서 가장 많은 강아지당뇨병이 발병하였으며, 그 중 72%의 환자 반려견이 암컷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https://www.ncbi.nlm.nih.gov/pubmed/18196728

이들이 이렇게까지 반려견에게 애정과 배려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중 한 가지 소중하고 낭만적인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웨덴 인구 1천만 명 가운데 1형 당뇨(Type 1 : 선천성 어린이 청소년 당뇨) 환자는 2015년 현재 8천명 정도이다. 이들 1형 당뇨 어린이들은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인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약하거나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이들 어린이들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저혈당 쇼크 혹은 고혈당증이며, 의식을 잃게 되는 이러한 쇼크 상태를 한 시간 이상 방치하면 생명의 위험을 피할 길이 없다.

1형 당뇨어린이들은 일일 평균 10회 내지 12회에 걸쳐 혈당수치를 검사해야 하며, 혈당 수치의 유지를 위해 의사의 처방대로 인슐린 주사를 언제나 놓을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세계당뇨연맹 (The 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의 2011년도 통계에 따르면, 1만명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1형 당뇨환자(0세에서 14세)를 지닌 나라 제 2위가 바로 스웨덴이다.

1형 당뇨환자 수

참고로 핀란드가 1만명당 57.6명으로 1위, 스웨덴이 43.1명으로 2위, 사우디아라비아가 31.4명으로 3위, 노르웨이가 27.9명으로 4위이고, 한국은 7.8명으로 78위, 일본은 2.4명으로 69위, 그리고 중국은 0.6명으로 82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혈당쇼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가 심야에서 새벽 전까지의 시간대라는 점이다. 부모와 환자 모두 수면상태에 있을 이 시간대에 쇼크가 발생할 경우, 부모는 자녀의 목숨을 구할 골든타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할 가장 좋은 방법을 고안해 낸 스웨덴 사람들의 지혜가 바로 반려견이다.

어린이의 혈당 냄새 변화에 익숙하도록 훈련을 받고 언제나 1형 당뇨 어린이와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을 당뇨경계 반려견(Diabetic Alert Dog)이라 부른다.

아이와 반려견

이들 반려견들은 잠자는 어린이의 혈당이 쇼크 상태에 놓일 때 생기는 냄새의 차이를 인지하도록 훈련되며, 쇼크상태 감지와 동시에 부모를 깨우고 벨을 울리는 훈련을 받게 된다.

당뇨경계 훈련은 생후 2개월된 강아지 시기부터 시작된다.

 

주인의 혈당 수치가 낮은 상태를 감지한 후 인슐린주사를 가지러 가는 모습

 

인슐린 주사액을 훈련받은 사람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입으로 물고 있는 모습

아래 홍보 영상을 보면 반려견이 단순히 어른의 베스트 프랜드일 뿐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낭만친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절감할 것이다.

(출처 : http://www.assistancedogseurope.org 홍보영상 https://youtu.be/wxUHGzCZFTA

반려견의 성격, 수의사의 종합적인 건강체크도 중요하지만, 1형 당뇨 어린이와 어디든 같이 다녀야 할 이들 반려견을 위해 다양한 사전훈련과 준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훈련 중인 반려견 <사진 =assistancedogseurope>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당뇨에 고생하는 어린이도, 그리고 그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반려견도, 공공장소에서 다른 일반인들과 똑같이 차별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하며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스웨덴정부의 민주주의 철학이다.

바로 그 낭만적 확신 때문에 오늘날 세계 최고의 당뇨어린이환자 지킴이 반려견의 탄생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의 반려견 사랑을 축복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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