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재패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2016, 신카이 마코토)은 지난 1월 4일 개봉해 현재까지 관객 수 360만 명을 기록 중이다. 이에 힘입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2004)가 오는 2월 28일 개봉한다.

메인포스터. <사진=(주)삼지애니메이션 제공>

국내 개봉한 제페니메이션 중 200만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미야자키 하야오) 뿐인 상황.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열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소환한다. 영화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가 그랬던 것처럼.

<너의 이름은>의 흥행 원인

왜 다시 재패니메이션일까? 한국에서 일본 영화 마니아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존재했다.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문화는 일종의 낭만이었다. 일본 영화가 정식 개봉이 허용되면서 동호회 카페에서, 컴퓨터로, 비디오로 은밀하게 즐기던 때의 감수성은 아련히 사라져버렸다. 

이제 그 세대들은 40대 초반의 나이가 됐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들은 청소년이 된 자녀들과 함께 그 시절 향수를 느끼려고 <너의 이름은>을 봤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재패니메이션처럼 극단적으로 탈 세계적이지 않고 현실감을 잘 살리는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는 어른이 봐도 될 만한 일종의 성인 동화와 같은 것이다. 

영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의 한 장면. <사진=(주)삼지애니메이션 제공>

일반적으로 재패니메이션의 주된 정서는 결핍과 불안이다. 2차 세계대전 패배와 일본이 가라앉고 있다는 불안이 일본인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집단무의식은 재패니메이션에서 흔히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이란 물음으로 대체된다.  

<너의 이름은>도 느닷없이 출현한 운석(별똥별)에 의해 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설정이다. 두 개의 시공간을 각자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은 만남을 마치 꿈인 듯 생시인 듯 환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한 마디로 말하면 ‘결핍’이다. 정의도 없다. 미래도 없다. 부재하는 것을 동경하는 것은 일종의 욕망이다. 흔히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대략 10년 전 일본의 모습과 닮아있다고들 한다. 현재의 일본은 10년 후의 한국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패니메이션들은 매력적이다. 부재와 욕망의 간극은 사랑, 우정, 꿈, 희망과 같은 아름다운 정서로 채워진다.  

순수가 부끄러운 것이 될 수 없는 ‘신카이 월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속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 있는 미지의 영역이자 주인공들의 동경의 대상인 ‘탑’은 다가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한다. 

이 탑은 평온한 현실과는 괴리된 역동적이고 초과학적인 것(분기우주; 우주가 꾸는 꿈, 즉 현실과 공존하는 미지의 세계)으로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게 되는 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유리의 “무언가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라는 대사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깨어날 수 없는 꿈속에 갇혀 소중했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암시한다. 

더불어 히로키와 타쿠야에게는 잃어버린 꿈과 함께 사유리로 귀결되는 그들의 첫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영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의 한 장면. <사진=(주)삼지애니메이션 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추억’이자 ‘비생산적인 것’을 의미하는 세 주인공의 아름다운 유년의 기억을 생동감 있는 색채로 표현했다. 반면에 따뜻했던 그 추억에서 벗어나고자 고향을 떠난 타쿠야가 도착한 도쿄 장면은 무채색으로 표현함으로서 상반된 두 가지 정서의 간극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영화는 결국 동경의 대상이었던 탑도 첫사랑이었던 사유리도 모두 잃어버리게 되지만 “약속의 장소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그래도 앞으로도 살아간다”는 마지막 대사로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 감독은 <구룸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통해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의 다른 작품에서보다 깊은 여운을 남겼다. 

2016년도 작품인 <너의 이름은>은 2004년도 작품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훨씬 발전해 있다. 배경이 되는 장소에 대한 묘사가 보다 더 정교하고 빛을 더욱 더 자연스럽게 구현해냈다. 그러나 후자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욕망을 더욱 더 부추긴다. 절망이 클수록 그리움은 더 커지는 법이다. 

관객들에게 바란다. 사랑, 우정, 약속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과 순수한 감정을 밀어내지 말고 기꺼이 허락하면서 힐링의 순간을 만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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