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 마스크
덴탈 마스크

[고양일보] 코로나19 유행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이제 지하철, 버스, 택시를 탈 때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생활 필수품이 되가고 있다. 그런데 KF99, KF94, N95 같이 영문자 뒤 숫자가 높은 마스크가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크다는 인식이 팽배해 이것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미나 교수는 'KF94' ‘KF98’ 같은 보건용 마스크보다는 덴탈 마스크로 불리는 '수술용 마스크'가 공중 보건을 유지하는 데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덴탈 마스크 역시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비말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으나 학술지 등을 통해 의료진의 공식적인 의견이 제시된 건 처음이다.

김미나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 오피니언란에 "코로나19 유행이 장시간 지속할 때 어떤 마스크를 착용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KF94 또는 N95 마스크는 비말(침방울)을 포획하는 기능이 우수하지만, 얼굴과 마스크 모서리가 밀착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며 "오랜 시간 착용하기에도 편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KF94 또는 N95 마스크는 얼굴에 밀착해 써야 하는데, 이렇게 착용한 후에는 숨쉬기가 불편해 코를 내놓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잘못된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안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그는 "KF94 또는 N95 마스크는 오랜 시간 착용 시 숨쉬기가 어렵고, 필터가 습기에 취약해 장시간 착용해서도 안 된다"면서 "유증상 감염자는 사용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는 KF94 또는 N95 마스크보다는 덴탈 마스크와 같은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더 적절한 조치라고 봤다.

김 교수는 "수술용 마스크는 오래전부터 착용자의 비말 전파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검증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공중 마스크로 가장 권장되는 유형"이라고 밝혔다. 그는 "면 마스크는 비말 방지 효과가 수술용 마스크보다 떨어지므로 수술용 마스크를 구할 수 없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식약처는 증가하는 수술용 마스크 수요에 대비해 덴탈 마스크와 유사한 형태의 가칭 '비말 차단용 마스크', '일반인용 수술용 마스크' 등을 생산하고자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의료인이 주로 사용하는 수술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이를 일반인용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마스크 규격 등을 제도화해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5월 25일 마스크 수급상황 정례브리핑에서 "덴탈마스크와 유사한 형태의 '비말 차단용 마스크'에 대해 규격을 새로 설정하는 내용을 지난주 입안 예고했다"고 밝혔다.

덴탈마스크로 불리는 수술용 마스크가 현재도 공적 마스크 제도에 포함돼 있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방역용 마스크보다 한결 호흡하기 편한 덴탈마스크의 수요가 늘어나자 이를 일반인용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마스크의 규격 등을 제도화해 생산량을 늘린다는 것이다.  또 식약처는 기존 덴탈마스크 일일 생산량을 기존 50만장에서 100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덴탈마스크 일일 생산량의 80%인 40만장은 정부가 공적 판매 물량으로 확보해 의료기관에 우선 공급해 왔다.

시중 유통 마스크 중에서 보건용 마스크 제품에는 'KF80', 'KF94', 'KF99' 등이 있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를, 숫자는 입자차단 성능을 뜻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해 황사·미세먼지 같은 입자성 유해물질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다.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막아서 황사, 미세먼지 같은 입자성 유해물질과 신종플루 등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다.

이처럼 보건용 마스크는 감염된 침방울 등을 차단하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호흡 곤란 등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를 예방하려고 임산부와 어린이, 노약자, 호흡기 질환자 등이 보건용 마스크를 썼다가 호흡곤란 등을 느끼면 당장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실제로 모든 보건용 마스크 제품 포장을 보면, "임산부, 호흡기·심혈관 질환자, 어린이, 노약자 등은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이 불편하면 사용을 중지하고, 필요하면 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란 경고 문구가 사용상 주의사항에 적혀 있다.

한편 국내 연구진은 외과용(surgical) 마스크와 면 마스크가 코로나19 환자의 기침으로 분출되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이에 따라 기침 증상이 있으면 KF94와 같은 고효율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외과용 마스크라도 공기역학적 특성으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가 안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것은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으므로, 일반인은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환자는 기침으로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어 외과용이나 면 마스크 착용이 적합하지 않다. 이렇게 기침이 많은 경우는 KF94와 같은 고성능 마스크가 오히려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말을 하거나 숨을 쉴 때도 바이러스가 외과용 마스크와 면 마스크를 통과하는 지는 추가 실험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김민철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들 마스크가 이론적으로 외부 비말이 안으로 들어오는 건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에, 확진자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타인으로부터의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외과용 및 면 마스크 착용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마스크 바깥 표면은 가급적 손으로 만지지 말고 혹시라도 접촉했다면 반드시 바로 손위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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