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고양일보] 오는 2020년 1월 31일 치러질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4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2월 19일부터 예비후보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경기 농협회장”을 배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988년 민주화 물결과 함께 시작되어, 강산이 세 번 바뀐다는 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기지역은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을 한번도 배출하지 못한 ‘무관지역’으로 우리지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트라우마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경기 농협회장”을 만들 수 있는 선거구도가 조성되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후보는 4지역에서 9명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강력한 유력후보가 없고, 지역별로 나뉜 춘추전국시대 양상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농협조합장 1,118명중 지역별로 선발된 대의원 조합장 293명이 투표로 선출하는 간선제다. 지역별 대의원 수는 경기 43명, 서울 4명, 인천 7명, 충북 16명, 충남 37명, 대전 2명, 전북 27명, 전남 34명, 광주 2명, 경남 34명, 부산 4명, 울산 3명, 경북 45명, 대구 4명, 강원 24명, 제주 6명으로 구성돼 있다. 후보와 대의원 조합장을 지역별로 크게 묶어보면 수도권 후보 2명에 대의원 54명, 충청권 후보 2명에 대의원 55명, 호남권 후보 3명에 대의원 63명, 부울경(경남권) 후보 2명에 대의원 41명이다. 후보가 없는 대구경북과 강원, 제주에 79명의 대의원이 있다.

9명의 후보가 각 지역을 배경으로 세를 분할하고 있는 상황이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인 147표를 득표하여 당선자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후보별로 20-27표의 표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나머지 79표를 전부 합쳐도 106표에 불과, 과반에 훨씬 못 미친다. 79표를 각 후보가 가져간다면 45-50표 남짓이면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 이번 농협중항회장선거가 이렇게 진행될 것인가? 이런 경우의 수는 낮다고 본다.

왜냐하면 마지막 출마등록을 하기 전에 지역별로 조율이 되어 후보 단일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대 선거에서 9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난립한 적이 없다. 결국 4-6명 정도의 후보가 본선에서 각축을 벌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지역에 각각 27표를 가진 두 후보가 ‘지역을 위해’라는 명분으로 후보 단일화를 하게 되면 그 지역의 세력은 산술적으로 54표가 된다. 유력한 후보군에 들어가는 것이다. 후단에 불만을 가진 일부 지역표가 있더라도 대 놓고 반대하지 못한다. 그러면 지역의 배신자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후단을 한 지역의 후보는 후단을 하지 못한 지역의 후보보다 2배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결선투표에는 지역후단을 한 후보들이 1, 2위를 차지하고 결선투표에서 당선자를 가리게 될 것이다.

경기, 충청, 호남, 경남 등 4개의 강력한 지역 모두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후보가 없는 지역의 79표를 쟁탈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선거전이 될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49표)과 강원(24표)의 지지는 대세를 결정하므로 이지역의 지지를 얻기 위한 각축전은 사투를 방불케 할 것이다.

우리 경기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두 후보가 후단과정을 통해 수도권이 뭉치면 54명의 대의원으로 해볼 만하다. 특히 우리 경기후보는 결선투표에 진출하면 타 지역보다 유리한 입장을 점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1차는 물론이고 결선투표에서도 대구경북의 선택이 결정적 영향을 행세 할 것이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호남과 좋은 관계는 아니었고 더욱이 호남이 연임한다는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으므로 호남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리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은 과거 영남지방으로 묶여 ‘우리가 남이가’ 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두 번의 부산정권이 등장하며 등을 돌리기 시작하여 최근 동남권신공항 문제 등으로 두 지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영남지역은 대구경북(대경)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으로 완전 분화되고 말았다. 사이 나쁜 가까운 이웃이 되어 지지를 얻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대구경북은 충청권과는 늘 소가 닭 보듯 하는 사이이다. 특별한 접점도 애틋한 스토리도 없다. 그냥 그렇다. 경기와 경북은 가장 편하고 부담없는 역학관계이다. 이번에 오랜만에 인물이 나온 경기이면 다음은 두 번이나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경북으로 가도 좋다. 서로의 인재를 키우고 배려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경북의 지지만 획득하면 ‘경기대세론’이 자연 형성되어 1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에서도 무리없이 당선자를 배출하리라 본다. 문제는 후보 단일화다.

여원구(양평양서농협조합장), 이성희(전 성남낙생농협조합장) 후보. 두 사람 모두 우리지역이 배출한 출중한 농협인들이다. 경력과 전문성, 정책능력 등에서 회장자격으로 손색이 없는 용호상박의 인재들이다.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지지하는 세력도 호각을 이루고 있는 평가이다. 양 진영은 반드시 자기 후보가 당선되는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해 있다는 소문이다. 심지어 두사람 모두 출마해도 호언하는 진영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망상이라고 본다. 50 대 50의 힘을 가진 두 측 중 한 측이 후보를 양보한다는 것은 불가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모두 출마한다면 우리가 앞서 분석한대로 누구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지역 30년의 숙원을 풀지 못하고 두 후보 모두 지역의 “배신자”란 낙인이 찍혀 영예롭던 농협인생에 종언을 고해야 할 것이다.

뭉치면 살고 분열하면 패한다.

양측이 합의를 통해 한 측의 양보를 받기는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기와 방법에 대해 통일안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늘 역사에서 배우고, 역사에는 이미 답이 있다. 최근 무수한 정치 사례에서 우리는 이미 후보 단일화의 과정을 본 바 있다. 이른 원용하면 될 것이다.

방법은 “공정한 경쟁 후 여론조사로 결정”을 하면 될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운영과 진행은 지역 원로, 언론, 전문가들로 구성된 ‘농협중앙회장 경기지역 후보 단일화 위원회’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예상 가능한 기본안은 ‘예비후보 기간 두 후보 모두 최선의 노력과 경쟁을 하고 정식후보로 직전에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안’이다. 간단하다. 기간이 짧다고 생각되면 선거 수일 전까지 경쟁하다가 선거법이 가능한 시간 내에 결정하면 될 것이다. 후보들에게는 안타깝고 아쉬운 결정 방법일 수 있지만 이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두 후보는 상호비난이나 디스(상대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공격해 망신을 주는 행위)를 하지말고 정책과 공약, 미래비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물론 조직 동원력도 능력이다. 디스를 하는 순간 대통합의 시너지가 아니라 이탈자는 물론이고 1+1이 1.5에 불과한 소통합에 거쳐 대세론을 추동하는 동력은 약해질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강원(14-15대)-> 충청(16-17대)-> 경남(18-19-20대)-> 경북(21-22대) -> 호남(23대) 순으로 농협중앙회장이 이어왔다. 최고의 경북에 버금가는 대의원 숫자를 가진 우리 경기지역이었지만, 산천이 세 번 바뀌는 기간 동안 농협중앙회장선거에는 늘 법당 뒤를 멤도는 들러리 신세였다. 무관의 치욕과 분노를 이번선거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우리 경기지역은 이번 호기를 절대 놓쳐서는 않된다. 지역의 원로 언론, 농협조합장, 농민단체 들이 강력히 뭉쳐 ‘지역 후보단일화’를 이루고 나아가 ‘경기대세론’으로 전체 흐름이 도도히 흘러가도록 최선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경기출신 농협회장” 이번이 30년만에 온 천금 같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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