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구 설문동 전원주택단지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평아트' 외관.
일산동구 설문동 전원주택단지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평아트' 외관.

[고양일보] 일산동구 설문동 장진천길에는 한적한 전원주택단지가 있고 마을 한쪽에는 ‘평아트’라는 문화예술공간이 있다. 평아트는 마을 분위기와 비교해 다소 이색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대적 감각의 3층 건물로 지어졌다. 

평아트는 마을단위에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도심에 집중돼 있는 문화예술향유 기회와 지역예술인의 활동을 마을, 동네로 옮겨 주민들의 일상에서 예술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곳이다. 고양시는 이처럼 ‘마을단위 문화거점’ 사업을 5곳을 지정해 진행하고 있는데, 평아트도 그 중 한 곳이다. 설문동 평아트 외에 마을단위 문화거점으로는 행신동 목림화실, 주엽동 커뮤니티센터, 정발산동 그림이야기, 내유동 커뮤니티센터 등이 있다. 

평아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성수 대표는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이후 1994년 일산신도시 주엽동에 살면서 아담한 아트숍을 차리고 그림액자를 제작하는 사업을 벌였다. 이후 설문동으로 작업장을 옮긴 후 현재까지 액자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평아트 1층은 그의 작업실로 활용되고 있다. 

평아트 2층 한 켠에는 카페, 다른 한 켠에는 음악 공연장과 쉼터 혹은 객석이 마련되어 있다. 2층에서 여가수 리사, 인디밴드 레드로우(Redlow),  오페라 그룹인 오페라원 등 유명 공연팀이 공연을 벌였다. 일산미술협회 회원이자 한가람음악합창단의 멤버인 한성수 대표는 여러 인맥을 통해 스스로 미술가나 공연팀을 섭외한다. 그는 “김행규 전 고양예총 회장님은 저의 중학교 은사였습니다. 김 회장님 같은 분들의 도움을 얻어 많은 분들을 소개받기도 하고 사람을 모으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평아트 2층 한 켠에는 카페, 다른 한 켠에는 음악 공연장과 쉼터 혹은 객석이 마련되어 있다.
평아트 2층 한 켠에는 카페, 다른 한 켠에는 음악 공연장과 쉼터 혹은 객석이 마련되어 있다.

계단을 밝고 3층에 올라가면 전시공간이 나타나 미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3층이 반상회 장소로도 활용될 정도로 마을 주민에게는 이미 ‘열린 공간’이다.  

평아트는 기본적으로 예술을 매개로 예술가와 마을공동체가 만나는 공간이다. 문화예술향유 기회가 적은 설문동의 주민들이 문턱 없이 드나드는 소통의 장소이자 잠재된 예술적 기질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영감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성수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 공간을 예술을 통한 세계적인 마을 축제를 만들기 위한 시발적인 공간으로 여기고 있었다. 

“외국의 유명한 아트 페스티벌처럼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 모든 장르의 예술 생산자들이 예술 소비자들을 만나서 어울리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페스티벌은 관에서 주도하는 행사가 가지는 딱딱함 보다는 예술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한 3박4일 정도 어울리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을 말합니다. 수준 높은 예술인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 작품들을 생산하는 과정까지 그대로 보여주고, 예술 향유자들도 그 과정에 참여하며 즐기는 그런 페스티벌을 꿈꾸고 있습니다. 굉장히 예쁜 이 동네에서 예술로 좋은 기운을 만들어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한성수 평아트 대표는 주민공동체와 함께하는 국제 예술 페스티벌을 꿈꾸고 있다.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한성수 평아트 대표는 주민공동체와 함께하는 국제 예술 페스티벌을 꿈꾸고 있다.

한 대표는 스스로 ‘예쁘다’라고 표현한 설문동 전체가 문화예술공간으로 특화되기를 원했다. 가령 설문동 한쪽에서 누군가 첼로를 켜고, 다른 한쪽에서 첼로를 켜는 풍경의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에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며, 작곡 과정에 마을주민들이 참여할 여지를 주는 곳이다. 결국 한 대표는 예술가와 예술 향유자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창작과 향유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역동성이 넘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한다.  
  
마침 평아트를 찾은 12일 이곳 3층에서는 정인완 화가의 작품 12점이 전시되고 있었다. 같은 일산미술협회 회원이라는 인연으로 한성수 대표는 정인완 작가의 전시를 권유했다.  

정인완(왼쪽) 화가와 한성수 대표가 3층에 전시된 정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인완(왼쪽) 화가와 한성수 대표가 3층에 전시된 정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화가가 이날 전시한 작품들은 ‘붕어빵과 개’, ‘고등어와 고양이’, ‘구름와 화분’, ‘구름과 폭포’, “연꽃 뜬 연못과 논바닥‘ 등 위와 아래가 절반으로 화면이 구분되는 작품들이었다. 이러한 화면 분할은 안과 밖, 손등과 손바닥의 관계처럼 주와 부가 없이 평등한 관계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정인완 화가는 “자연에는 수많은 변화와 다양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다양성과 변화를 화면에 모두 표현해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이중적인 화면에 담음으로써 하나하나 해답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있는 작가로서 객관적인 예술적 사고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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