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고양시민)

[미디어고양파주]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은 1812년에 세워졌다. 최근 대학은 흑인 학생에 대한 특별 혜택 확대에 대해 논쟁 중이다. 교수, 학생뿐아니라 졸업생들이 참여한다. 흑인 학생에게 장학금과 학습 지원비를 확대하는 안, 과거에 노예로 끌려 왔던 아프리카 나라들의 학생들을 특별전형으로 뽑는 방안 등이다. 특별 혜택 확대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면, 대학 운영은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한다.

흑인을 위한 예산 확대에 대해 백인 학생들 중 일부는 반대한다. 과거의 잘못을 현재의 세대가 책임지어야 하는 것 때문이다. 200년 전 프린스턴 신학대학은 노예 상인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건립되었다. 운영과정에도 노예 상인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노예를 갖고, 흑인을 차별하는 것에 죄의식이 없었을 것이다. 1860년대 링컨 대통령이 당선되고, 남북전쟁이 발생했다. 그리고 노예제도는 없어졌다. 그러나 제도뿐이었었다.

흑인들은 1960년대까지 백인과 분리되었다. 백인들이 타는 버스, 음식점,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실질적인 노예해방을 위해 마틴 루터킹 목사 등 여러 사람들이 흑인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꿈이 있어요. 멀지 않은 미래에 흑인 어린이와 백인 어린이가 함께 손을 잡고 노는 나라입니다”로 시작되는 루터목사의 ‘I have a dream!’이 백악관 앞 광장에서 강연되었던 것이 이 시점이다.

2019년 시점에 미국의 사람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한다. 나아가 과거의 노예경험을 죄로 여기고 회개한다. 노예상인이었던 사람, 노예를 두었던 사람들을 조상으로 두었던 사람, 그리고 노예상인 자금으로 설린된 교육기관들이 회개하였다. 그런데 논란이 되는 것은 죄의 고백, 회개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I am sorry!’ 말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개했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이행할 때, 진정한 회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백인 조상들이 흑인 노예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백인 후손들이 흑인들에게 보상하는 것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 회개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회개 이후에 경제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은 더 어렵다. 회개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진정한 회개라는 것이다.

프린스턴 신학대학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 에드먼센터 (사진 = 프린스턴 신학대학 홈페이지)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쉽게 해결이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린스턴의 구성원들은 사실확인 보고서를 작성하고, 타운미팅이라는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사실을 확인하고, 다양한 이해당사들이 공감하는 과정, 책임이행으로 나아가는 절차이다.

과거의 잘못된 일에 사실을 확인하고, 회개하고 용서할 일이 있으면 서로 하며, 실질적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갖고 있는 우리,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과 그 사실에 대해 회개하고 용서기도 어려운 우리다. 미국 사람과 사회가 우리와 우리 사회보다 앞서있는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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