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파주] 금정굴 민간인 희생자 추모사업의 근거 조례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고양시의회에 제출됨에 따라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보훈·안보단체는 조례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예고한데 이어, 조례가 통과될 경우 ‘조례정지 가처분’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의회와 보훈단체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 시작되는 고양시의회 223회 임시회에 ‘고양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제출됐다. 김미수 의원(민주당, 탄현·일산1)이 대표발의하고 19명 시의원들이 동참했다. 28일 상임위 심사와 31일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 조례안은 고양 금정굴 사건 희생자 추모사업의 근거를 마련하는데 있다. 금정굴 사건은 북한이 남침하여 고양지역 유력인사를 인민재판 등을 통해 처형하였고, 인천상륙작전 후 유엔군과 군인이 고양지역을 회복하면서 북한군에 부역한 인사나 부역혐의자 및 관련자 등 150 여명을 구속한 이후, 중공군 개입으로 다시 후퇴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처형한 사건이다. 

금정굴 유족과 시민단체는 1995년 사건 현장에서 153구의 유해를 발굴해 추모공원에 안치한데 이어, 2012년에는 국가배상 판결도 받았다. 유족들은 2013년 국가배상액 일부로 기금을 조성해 금정굴인권평화재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금정굴 사건을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규정하고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위령시설 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이런 금정굴 사건이 고양시의회에서는 해묵은 갈등의 소재가 되어 왔다. 2007년 4대 의회에서 길종성 의원이 '금정굴 희생자 위령사업 촉구 결의안'을 제출한 이후 금정굴 위령사업과 평화공원 조성을 골자로 하는 관련 조례가 5차례 이상 시의회에 제출됐지만 매번 계류와 부결, 철회 등으로 매번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의회에서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 그간 금정굴 희생자 지원조례에 반대하던 한국당 시의원이 8명인데 반해, 지원조례를 주도하는 민주당은 21명으로 과반을 훌쩍 넘어선다. 정의당 소속 의원도 4명이다. 상임위와 본회의 모두 다수결로 조례를 통과시킬 경우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 

이와 관련 김미수 의원은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지역에서 해마다 진행되는데 고양시는 예산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경기도 예산을 돌려보내기도 했다"면서, "(조례 제정은)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최소한의 추모는 하자는 것이다. 평화공원은 고양시가 나서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조례가 통과되면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평화공원 조성은 이재준 고양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시장은 당선 직후인 6월 18일 비영리단체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을 “임기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보훈단체와 한국당의 반발은 상당히 강경하다. 고양시 호국보훈·안보단체 연합회는 24일 오전 11시 고양시의회에서 조례 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연다는 계획이다. 의회가 진행되는 시간대여서 심한 마찰도 예상된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의석이 적어 조례를 맞지 못할 경우 삭발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는 조례가 통과될 경우 법원 가처분도 고려하고 있다. 

이묘상 연합회장은 23일 전화통화에서 “금정굴 사건이 재판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전시에 적법한 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전쟁에는)희생자들이 나올 수 박에 없다. 무관한 피해자들도 있겠지만 그들만 피해자고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과 경찰, 참전자들은 학살자가 되어도 된다는 말인가. 진실로 화해가 필요하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화해해야 하는 것이지 3자가 나서 추모공원을 짓는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조례가 통과될 경우 조례정지 가처분을 내서라도 문제를 제기하겠다. 민주당이 한평생 여당이겠나. 의석수를 가지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강한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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