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떠도는 바람이 되거나, 발길을 멈추고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땅이 있다. 이름 모를 들풀로 흔들리거나, 나무처럼 바위처럼 굳어버리는 대지다. 황소가 게으른 울음을 울고, 메리노 양떼들이 무리 지어 깊은 풍경을 그려 내는 곳. 사람들은 그곳을 하늘아래 가장 높은 땅, 혹은 가장 낮은 산, 대관령이라 부른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능선들은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있어 산책하며 둘러보기에 부담이 없다.

600만 평 대지가 전하는 자연의 기운

대관령 삼양목장은 동명의 식품회사 창업주인 전중윤 회장에 의해 1972년 착공된 후 1985년에 이르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당시만 해도 대관령은 불모지에 가까운 고원 지대였다. 대규모 축산시설도 전무했다. 해발 1,400미터 고지대에 초지 목장을 조성하는 일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대규모 목초지를 가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인간의 집념은 결국 600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대지를 조성해냈고 이후 44년이 흐르는 동안 900여 마리의 소와 메리노 양들이 뛰노는 동양 최대의 목장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대지 전역을 푸른 초원으로 가꾸기 위해 적응력이 뛰어난 리드 카나리그라스와 티모시를 옮겨 심었고, 소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은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여 구절초, 얼레지 등이 군락을 이루는 동양의 알프스로 자리잡았다.

해발 1140미터에 위치한 동해전망대는 목장 전경은 물론 백두대간 정맥들의 주름진 지형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강릉 시내와 멀리 주문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9년 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53기의 풍력발전기는 중심 높이 60m, 날개 길이 40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600만 평이 넘는 대지에 웅장함을 더한다.

목장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동해전망대
능선에서 만나는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멋을 더한다.

 

깊고 아득한 목장의 풍경들

대관령은 평균적으로 11월에 첫눈을 맞이한다. 여름 푸르던 초원은 짧은 가을을 뒤로하고 기나긴 겨울로 접어들게 되는데, 한번 내리면 사람 키를 웃돌게 쌓이는 눈이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겨우내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눈꽃 축제와 겨울 등반대회 등 즐길 거리도 넘친다.

대관령 삼양목장을 도보로 횡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 정도다. 광장에서 시작되는 코스는 가을동화 촬영지, 동해 전망대, 삼정호, 황병산, 단풍 계곡을 거쳐 다시 광장으로 돌아 종료된다. 길이 11킬로미터 등반길로 조성된 능선들은 얕고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어 약간의 수고로움을 보태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목장 전체를 한눈에 보듬을 수 있는 동해전망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쉽게 오를 수 있으며 나머지 코스는 눈 내린 풍경을 만끽하며 자유롭게 등반하면 된다.

삼양목장의 산책로에서 만나는 설경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바라본 삼정호

 

겨울 대관령은 가족과 함께 찾아도 좋다. 목장 전체가 천연 눈썰매장이니, 비닐 포대 하나면 온 가족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대관령 삼양목장은 드라마와 영화 찰영의 명소이기도 하다. <가을동화>, <태극기 휘날리며>, <임꺽정>, <연애소설> 등 명장면을 떠올리면서 목장을 둘러보는 것도 큰 재미다.

드넓은 대지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사진 애호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대관령 삼양 목장(www.samyangranch.co.kr). 카메라 렌즈를 빌리지 않더라도, 추위에 움츠러든 가슴을 키우기에 충분한, 거대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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