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네 농원이라고?"

김종섭 대표가 동향 친구의 장미꽃 농원을 찾은 것은 우연이었다. IT업계 영업팀 팀장으로 하루 24시간과 씨름하던 그에게, 흐드러지게 펼쳐진 장미꽃 바다는 신천지였다.

친구의 조언도 있었지만, 내심 쳇바퀴 같은 일상에 갈증을 느끼던 참이었다.

결심도 결단도 일사천리, 고양시 가좌동에 농장 부지를 임대하고 인근으로 살림집까지 옮겼다. 2002년도였다.

“장미꽃보다는 장미나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장미나무는 일반 농사처럼 농한기와 농번기가 있어서 부담이 덜하거든요.”

가든용 장미 묘목 사업에 뛰어든 지 15년, 1천만 원 종잣돈으로 출발했던 그의 작은 농원은 전국 업계 2위, 연 매출 6억의 탄탄한 농원으로 자리 잡았다.

로즈팜, 전국을 향해 쏘다

시작은 용감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가든용 장미라는 명명조차 생소했던 시기다. 창업 초기에는 이른바 재활용 장미가 성업 중이었는데, 저렴한 폐목 장미 묘목과는 단가부터 경쟁이 되지 않았다.

홍보나 마케팅에 별도 투자가 힘들었던 상황에서 김종섭 대표는 인터넷에 매달렸다. 가든용 장미 홍보를 위한 블로그를 개설하고, 개인보다는 관공서와 기업 쪽으로 눈을 돌려 거래처를 뚫었다.

입소문은 빨랐다. 기존 거래처가 새로운 거래처를 연결하며 주문이 꼬리를 물었고, 고객들의 문의사항에 꼼꼼하게 답글하는 그의 정성 덕분에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협력업체만도 백여 곳, 경주, 익산, 구리, 제주 광주, 울산, 대전, 전주, 안산, 포항 등 전국에 로즈팜 장미가 식재되었다.

“2013년도에 부산 윗골공원 장미원과 화명장미공원에 각 2만 5천주, 1만 1천주를 납품했어요. 당시만 해도 부산은 장미의 불모지 같은 곳이었거든요.”

우리나라 4대 장미원 중 하나라고 불리는 윗골공원 장미원은 장미 66종 2만 5천주가 만개하여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위치한 화명장미공원은 최근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매년 5월 화명장미공원에서는 ‘장미 축제’도 열린다.

“장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를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큰 보람이겠죠.”

농장은 내실 있는 수준으로 만족이다. 다만 우리나라 장미 식재 기술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 더 많은 장미 업계 종사자들과 만나고 싶은 것도 김종섭 대표의 바람이다.

장미 인프라의 중심, 고양시

장미 묘목 사업은 노동집약적인 농사다. 씨를 파종하고 접을 붙이고 나무로 성장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 손끝을 거친다. 자동화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독일에서 접붙이는 과정을 일부 자동화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이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게 아니거든요. 접붙이는 기술자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일손이 없어 자동화를 만들었다고 해요. 안타까운 얘기죠.”

장미꽃 절화용 장미와 장미 묘목 가든용 장미는 고양과 파주에서 전국 생산량의 80%가 출하되고 있다. 특히 고양시에 밀집된 장미 출하량을 생각해보면 기타 도시에 비해 고양시의 장미 보급률은 턱없이 낮은 수준. 신도시 바람을 타고 고양시에 식재되었던 장미들은 그 수명을 다했거나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터와 삶터 모두 고양시에 있다 보니 김종섭 대표의 욕심에 공감이 간다.

“장미의 수명은 25~30년 정도예요. 그러나 식재 환경부터 어긋나다 보니 장미가 쉽게 죽는 거지요. 일조량 많은 곳에 심어야 할 장미를 가로등 밑에, 큰 나무 밑에, 혹은 그늘 밑에 생각 없이 심으니, 그 장미가 제 모습을 갖추기 어려운 거죠.”

도시설계와 가든 설계는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장미 공원과 장미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김종섭 대표의 말이다.

등잔 밑을 밝혀 장미를 피워주면 좋겠다. 절화용, 가든용 장미 업계 1,2위 농원과 전국 생산량의 80%를 안고 있는 고양시에 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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