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철학] ⑧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재미있는 철학] ⑧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 김이수 기자
  • 승인 2016.12.12 17: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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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인간이란 무엇인가?
다중인격자'는 현대 사회에서의 ‘나’의 모습 - 제러미 리프킨

300년 전 데카르트는 ‘인간은 무엇인가?’ 에 대해 ‘정신’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인간에 대한 설명 방식이 300년 전의 그것과 같을까요?

300년 동안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마차를 타고 다니던 인간은 자동차를 타고 다닙니다. 바라만 보던 달에도 직접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였다고 인간의 몸이 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에 맞춰 인간의 정신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아래의 글을 읽고 인간의 정신이 300년 전 데카르트가 생각했던 방식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봅시다.

접속의 시대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몰고 온다. 인쇄기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인간의 의식을 바꾸어놓았던 것처럼 컴퓨터는 앞으로 두 세기 동안 인간의 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른바 ‘닷컴’ 세대에 속하는 젊은이들의 정신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벌써 주목하고 있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자라면서 많은 시간을 채팅과 전자 오락에 쏟아 붓는, 아직은 소수이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젊은이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중 인격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들의 의식은, 특정한 시간에 자신이 몸담았던 가상 세계나 네트워크와 어울리기 위해 이용했던 짧은 토막의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 닷컴 세대가 현실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한낱 이야기들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우려한다. 주위 세계에 적응하고 주변 사람을 이해하려면 일관된 참조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 틀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끈끈한 인간관계의 경험과 참을성 있는 주의력이 이들에게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접하는 현실 세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정신없이 바뀌는데, 이런 현실을 제대로 수용하려면 사람의 의식도 협소한 굴레에서 벗어나 좀더 발랄하고 유연하고 심지어는 찰나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소유의 종말』

‘접속의 시대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몰고 온다.’고 제러미 리프킨은 주장합니다. 여기서 접속은 네트워크에의 접속, 즉 인터넷에의 접속을 말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단순하게 우리 두뇌 속에 일어나고 있는 정신 작용만이 아니라 네트워크 속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탄생하였다고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직접적인 정신만이 아니라, 예를 들어 여러분이 웹상에 올려놓은 미니홈피가 여러분의 정신일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특정한 아바타를 설정해서 하는 게임을 생각해 봤을 때 그 특정한 아바타는 가상공간 속에서 활동하는 여러분 자신의 정신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은 신체 기관이 하는 두뇌활동 속뿐만 아니라, 가상공간 속에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러분이 직접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아도 누군가가 컴퓨터를 통해 가상공간 속에서 활동하는 여러분의 정신과 접속을 합니다.

실질적으로 사이버 공간은 우리의 정신, 즉 우리의 자아를 다양한 영역으로 분화시키고, 우리의 생각을 전 세계로 확장시키고,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우리의 생각을 가상공간 내에서 활동하도록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다중인격자’라는 표현에서 살펴볼 수 있듯, 이것이 바로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의 ‘나’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다중인격자에 가까운 현대 사회 인간의 모습을 위 글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에 대한 설명에 있어 데카르트가 맞을까요? 아니면 제러미 리프킨이 맞을까요?

자아의 기본적인 특징이 자기 자신을 외부 환경과 분리시켜 주는,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라면, 그러한 자기 자신을 만들어 주는 요소가 여러 개로 분산되었을 때 그 여러 개 중에서 어떤 것이 진정한 자기 자신인가, 어떤 것이 진정한 자아인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데카르트가 맞습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이게끔 만들어 주는 자아가 과연 우리의 신체에 근거한 정신 속에만 있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나이게끔 해 주는 요소들은 두뇌의 사고활동인 정신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의 생각을 그대로 담아서 표현해 낸 그 어떤 것도 나를 표현해 주는 나의 생각이므로 나의 자아가 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속의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나인 이유는 현재적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과거의 내 모습을 통해서도 자기 자신임을 확인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과거의 자기 모습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과거에 찍었던 사진이나 과거에 만났던 사람의 이야기나 과거에 자신이 써 놓았던 글을 통한 기억 속에서 자기 자신이 시간 속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하게 지금 현재 의심하고 있는, 생각하고 있는 ‘나’만이 자기 자신이라면 인터넷 가상공간을 포함해서 우리 주변의 물질세계, 여러 기록물 속에 두루 퍼져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들이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닐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내가 보낸 편지가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데카르트와 제러미 리프킨의 생각은 어느 것이 맞는가가 아니라,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하게 됩니다. 신체를 중심으로 외부의 정보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자아인 ‘나’가 있기도 하지만, 사이버 공간이나 주변 환경으로 분산되어 확장되는 ‘나’ 또한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지혜롭게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이 둘 중에 어느 하나만을 강조하거나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어리석게도 어느 한 가지만 옳다고 한다면 변화된 현대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기가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시대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자아가 다양하게 변화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자아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를 보다 자세하게 정리해 보고, 더 나아가 자아실현이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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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6 23:20:16
정말 잘 쓰셨네요~!! 유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