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한수중학교 출판기념회에서 학생저자들이 각자의 꿈, 노력, 정성이 담긴 책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시대. 그러나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단편적인 글들이나 신문기사에 달리는 무수한 댓글들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논리 그리고 주장이 온전하게 담긴 완결된 글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예로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교육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어 왔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글쓰기 교육은 더욱 중요해졌다. 교육부와 각급 학교에서도 글쓰기 교육을 중점 과제로 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고양시 한수중학교에서는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17명의 학생들이 총 15권(공동저자 포함)의 책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식 출판하게 된 것. 미완의 인터넷 글쓰기가 아니라 고민 끝에 완성된 여러 개의 글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는 일련의 사고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이 책들은 모두 수정 보완을 거쳐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에 등록될 예정이다.

15권의 책들은 창작 소설 4종, 창작 시집 3종, 자료집 6종, 생활글 모음집 1종, 중학교 3개년의 수행평가 모음집 1종으로 학생들의 개성만큼이나 종류와 장르가 다양하다.

학생 저자 책 목록 <표=한수중학교 제공>

한수중학교 5대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인 1인 1책 쓰기 프로젝트는 책 쓰기 동아리 ‘책만세’에서 시작됐다. 총 2개 반을 운영해 57명의 학생들이 1년 동안 독서 활동과 회의를 통해 주제를 정하고 편집, 디자인,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 출판과정을 함께 했다. 이중 17명만이 출판에까지 이르렀고 나머지 학생들도 함께 노력했지만 몇 가지 요건 충족이 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결실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의 하이라이트는 학생저자들이 참석한 친구, 교사, 학부모님들 앞에서 직접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후기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학생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진짜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신기하고 뿌듯하다”며 소감을 밝혔고 힘들었던 점들로는 ‘마감 시간과의 사투’와 ‘쓰던 주제를 바꿔야 했던 과정‘, ’반복되는 수정 작업’ 등으로 꼽았다.

창작 시집 <단 하루>의 저자 전연수 학생은 “책을 쓰면서 겪은 어려움보다는 느낀 것이 다른 어떤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며 “책을 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느꼈고 마감에 쫓겨서 포기했던 뮤지컬 관련 책도 꼭 한 번 내보고 싶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돼서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 중학생의 작은 꿈이 움트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신종균 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한 안은자 교사는 “저도 처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두려움이 많았는데 전에 이미 다른 학교에서 진행했던 선생님들께 연수를 하고 배우면서 시작했다”며 “먼저 학교 전체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워크북을 만들고 각 학급을 돌면서 학생들에게 책만세 동아리를 설명하고 희망자를 받아서 60여 명을 모집했다. 목표가 반 이상 학생들이 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는데 3분의 1 정도만 완성해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과 본인들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저도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우리 학교 교육과정에 녹여 내서 계속 쭉 발전시켜나갈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종균 교장은 “책으로 만드는 세상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라며 “이제 새로운 변화의 첫 출발을 한 셈이고 그게 한수중학교 변화의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수진 학교운영위원장, 신종균 교장, 이수연 학생, 이연숙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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