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수업이 즐거운 학교를 만든다고 강조하는 신종균 한수중학교 교장

학력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배울 학(學)과 힘 력(力)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 그대로 ‘배우는 힘’인데, 배우는 힘의 시작은 호기심과 관심이다. 따라서 학력을 높인다고 함은 호기심과 관심에서 출발해 배움의 단계를 높인다는 말이 된다.

“자유학기제 핵심은 수업의 변화입니다. 배움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이유를 알게 하는 과정이지요. 수업이 변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중심에 서야 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교사가 이끌어 주는 거죠.”

내년부터 경기도 내 모든 중학교에서 ‘경기 자유학년제’가 시작된다. 신종균 한수중학교 교장은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 실시된다는 소식을 무척이나 반겼다.

“점수만이 교육이던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점수만을 강조하는 학교는 교사와 학부형, 학생 모두에게 어떤 신뢰도 줄 수 없어요. 어떻게 배움의 기회를 보장하고 지원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동안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에서 한 학기(주로 1학년 2학기) 운영되어 왔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에 자유학기제를 하고 연계하여 2학기까지 운영한다. 그 기간 동안 시험에 대한 부담은 없다. 자유학기제 기간에는 점수가 없다. 생활기록부 역시 모두 서술로 남는다. 고입 내신 성적에도 중학교 자유학기 교과 활동은 반영되지 않는다. 연계 자유학기 기간 역시 수행평가로 100% 채워진다.

한수중학교는 즐거운 수업 만들기, 진로 비전세우기, 서술 논술 역량 키우기, 학생자치 만들기, 1인 1책 쓰기를 5대 중점 과제로 두고 자유학기제와 연계하여 추진 중이다.

토론, 생각의 나무를 키우다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요.”
“엄청 매웠어요.”
“그래? 그럼 우리 다 함께 메뉴를 정해볼까?”

가정집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한수중학교는 현장체험학습, 약속 정하기, 급식 식단 짜기 등의 다양한 학교 제반 사항을 '한수 토론회'를 통해 결정해 왔다. 학생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소소한 문제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급식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자 신종균 교장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수시로 열리는 크고 작은 토론회 시간, 학생들에게는 이 시간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주저하는 학생도, 어색한 침묵도 없다. 너 나 없이 발의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서 통통한 활력이 흐른다.

“학생에게 학교 정책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는 거죠. 학부모와 학교는 소통을 하고, 교사는 교육 공동체 간 공감의 기회를 갖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지요. 의사소통 능력과 발표 능력도 자연스럽게 성장합니다.”

'1인 1책 쓰기'로 탄생한 한수중학교 학생 저자 출판물

책, 인생의 길 안내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토론의 기본. 학생들의 기본기는 독서에 있었다. ‘1인 1책 만들기’를 중점 추진 과제로 올리면서, 신종균 교장은 학생들에게 1,000자 서술과 독서를 무던히도 강조해왔다. 책이 아이들의 관심을 다양하게 돌리고, 바르게 가꾸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1,000자로 서술하기를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문제를 깨닫는 능력이 생긴다.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말하고, 사람들과 협업하여 토론을 거치다 보면 원하는 결과에 닿기도 한다. 이 과정은 아이들에게 여타 어떤 진로 체험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책은 마음으로 남는 법. 많은 책들을 접하다 보면, 그 내용이 아이들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 인격이 되고 사람을 소중하게 가꿀 줄 알게 되니, 인성 교육은 덤이다.

종횡이 따로 없는 알찬 수업은 한동안 멀어졌던 주변 학부모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매년 줄어들던 한수중학교 지원율이 올해는 부쩍 늘었다. 2017년 한수중학교 1학년은 한 학급이 늘어난다. 대부분 고양시 중학교가 학생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는 놀라운 반응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노력한 덕분이고, 독서를 열심히 하고 토론을 적극적으로 한 결과죠"라며 신종균 교장은 무척이나 기뻐하신다.

학생들 꿈을 응원하는 한수중학교

학교, 불가능한 꿈을 꾸게 하는 곳

수업 만족도 90%, 참여와 소통 만족도 91%, 존중과 배려 만족도 93%.

100%를 내걸지 않은 세 가지 항목이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한수중학교 목표다.

“학교 목표는 가능하게 잡아야죠.” 신종균 교장이 크게 웃는다.

즐거운 학교, 한수중학교 주인공은 선생님과 학생들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땀 흘리는 선생님, 덕분에 불가능한 꿈은 없다고 자신하며 미래로 걸어가는 학생들.

불가능한 꿈꾸기를 응원하는 신종균 교장을 보니 "한 모퉁이를 보여 주면 세 모퉁이를 미루어 안다" 했던 공자 말씀(논어 술이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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