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고양영상미디어센터 어울림영화관에서 ‘미디어누리전’ 개막식이 열렸다. 미디어누리전은 올 한 해 미디어 문화학교와 커뮤니티 활동에서 나온 우수 창작물을 전시·상영하는 행사로 오는 8일까지 열린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총 6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모두 20분 이내의 단편들로 상영시간 70분에 드라마 3편, 다큐멘터리 3편으로 구성됐다. 고등학생부터 80대까지 폭 넓은 연령층이 제작에 참여했다. 고양 지역의 역사 문제, 중년의 소소한 삶, 청년의 소중한 꿈 등 주제도 다양하다.
▲불행한 삶을 살다가 초라하게 묻혀 있는 서삼릉의 장경왕후(중종의 계비), 인종, 철종 등 조선의 세 왕족의 넋을 기리며 하루빨리 왕릉다운 면모를 갖추기를 바라는 영화 <불행한 왕들의 슬픈 안식처 서삼릉>(다큐, 20분) ▲어머니이자 아내로서의 삶에 지친 중년의 한 여자가 느즈막한 오후 공원 풀밭에 누워 잠시 잠든 사이 찾아온 행복한 꿈에 대한 영화 <느즈막 자그마한 꿈>(드라마, 5분) ▲함께 영화감독과 배우를 꿈꾸던 사촌 오빠의 죽음 앞에서 슬프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이는 당찬 소녀의 영상 편지 <5월은 푸르구나>(다큐, 15분)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고 인위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풍자극 <예뻐 이뻐 웃퍼>(드라마, 14분)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어느 누구보다 더 봉사에 헌신하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장애인에 대한 영화 <여기준 이야기>(다큐, 6분) ▲79세의 나이에 자전거 배우기에 도전하고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까지 성공한 이종례 씨의 실제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 <왕언니의 도전>(드마라, 10분)
이 작품들은 DMZ다큐제작워크숍, 시민영상제작교실, 시니어영상제작단 등 고양미디어센터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에서 배출된 작품들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영화들이다.
배움에 대한 열정, 기록이 되다
특히 <왕언니의 도전>은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이종례 씨가 직접 연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연출을 맡은 한명집 시민감독의 나이는 84세다. 7~80대 또래 모임에서도 많은 나이에 속하는 두 감독과 배우는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는 동시에 모두의 귀감이 되고 있다.
사실 이들의 배움의 역사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일명 실버들의 IT 동호회라는 ‘정진회’에서 배움을 계속 이어오다 고양영상미디어센터와 연을 맺게 된 것.
이종례 씨는 2년 전에 사단법인 자전거21에서 교육생 모집 광고를 보고 새로운 도전에 이르게 됐고 한명집 시민감독은 영화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한 감독은 젊은 사람들에게도 위험한 자전거에 도전하는 이 씨를 보면서 영감을 얻어 이 영화 출연을 제안했고 마침내 영화 <왕언니의 도전>이 탄생하게 됐다.
7~80대 또래 모임에서는 왕언니로 통한다는 이종례 씨는 “다들 고령의 나이에도 배우려는 열정과 항상 즐겁게 사는 내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해주고 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들 한다”며 “부끄럽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오랫동안 영상작업을 해왔다. 2012년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수목장에 대해 다룬 영화 <그림 같은 집을 짓고>가 수백 편의 출품작들 중에서 당당히 입선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고양시 스마트영화제에도 또 다른 작품 <이름 없는 영혼을 위하여>가 상영되기도 했다.
한 감독은 “인생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같은 삶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로 누리는 세상
고양영상미디어센터는 고양시민을 비롯해 누구나 자유롭게 미디어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 제작의 이론과 실무를 함께 배울 수 있는 ‘미디어 문화학교’를 비롯해 시민들의 열정어린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장비와 시설을 갖췄다. 또한 어울림영화관과 미디어도서관에서 다양한 테마의 영화들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
‘돗자리영화제’, ‘어울림영화관 무료 상영회’, '한해결산 작은 영화제' 등 영화를 통해 고양시민들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이 미래의 직업을 미리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고양영상미디어센터 관계자는 “나와 이웃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