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조’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재활용도 아니고 재사용도 아닌 ‘재제조’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낯설다. 재제조(remanufacturing)는 완전히 부수거나 녹여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재활용이나 한 번 사용한 것을 다시 쓰는 중고부품과는 다르다. 재제조는 폐기 단계에 있는 제품이나 부품을 회수해 분해, 세척, 검사, 보수, 재조립의 과정을 거쳐 원래 갖고 있던 제품의 성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제조방법을 말한다.

자동차만 봐도 폐차된 승용차에서는 발전기, 조인트, 램프, 사이드미러, 인젝터, 변속기(transmission), 엔진 등 재제조가 가능한 부품이 10여 가지나 나온다. 버리면 고철 값 정도밖에 못 받지만, 이들을 분해해서 세척한 뒤 일부 부속을 바꾸고 조립하면 폐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치를 가진 새로운 제품으로 부활한다.

재제조는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 재제조 부품은 신품에 비해 70~80% 이상의 에너지와 자원을 줄일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80% 이상 줄여준다. 소비자 가격 또한 절반 가까이로 낮출 수 있다.

재제조 산업은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재제조가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은 재제조 시장이 60조 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재제조 기업만 7만 개가 넘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규모가 턱없이 작다. 우리나라의 재제조 시장 규모가 작은 가장 큰 이유는 재제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낮은 신뢰도다. 저조한 유통망과 판로도 한 이유다. 완성차 업체의 경우 순정 부품으로 애프터 마켓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굳이 재제조 시장이 커지길 바랄 이유가 없다.

정부는 2005년에 재제조 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을 만들었고,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재제조 산업 활성화 방안’, ‘재제조 산업 붐업 전략’을 수립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 9월 27일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재제조 산업의 글로벌 이슈와 정책, 기술을 공유하는 '2016 국제 재제조 콘퍼런스'가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행사에서는 재제조 분야를 선도하는 독일, 일본, 싱가포르 전문가가 재제조 정책·기술개발 동향을 발표하고 국내 전문가들과 관련 기업이 화학촉매, 자동차부품, 토너카트리지 재제조 분야의 시장·사업화 사례를 소개했다.

산업부 원동진 산업정책국장은 "재제조 산업은 일상 또는 산업활동에서 폐기물로 버려지는 자원이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제품처럼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친화적 산업"이라며 "에너지와 자원의 절감, 폐기물 매립비용 절감과 함께 소비자에게 품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사용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에는 자동차 변속기 재제조 분야에서 국내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 있다. 우수한 기술력과 연구인력으로 국·내외 자동차 변속기 연구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주)대성오토다. 일산 동구에 위치한 대성오토 변속기 재제조 연구개발실에서 김재근 대표를 만났다.

(주)대성오토 김재근 대표

“자동차 변속기 관련 품질 및 테스트가 가능한 우수한 연구시설과 유능한 연구 인력들이 있어 대기업 완성차 회사들도 대성오토와 업무제휴를 한다. 그리고 우수한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실과 공장의 청결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김재근 대표는 말했다.

그리고 국내 재제조 시장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첫째, 소비자 신뢰를 받는 재제조 인증마크가 없고 둘째, 동남아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정부의 지원 부족을 말한다. 국내 재제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김재근 대표는 위 두 가지 문제 해결에 앞장서려 한다.

자동차 변속기 재제조 과정

녹슨 자동차 변속기
분해 후 세척
부품 검사와 보수 및 교체
재조립 과정
환경친화적이며 품질 좋고 저렴한 ‘재제조’ 제품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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