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 컴온정책앤문화연구소 소장

비박(반박)과 친박의 목숨을 건 혈투는 새누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절대다수의 비박(반박)과 소수의 친박으로 갈라졌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친박이 주류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현 대결구도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절대다수와 소수의 대립은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주 연속 박근혜대통령의 지지율은 5%로 여전히 역대 최저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집회는 흥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광화문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촛불집회의 경우 주최측 추산 100만 명, 서울역광장에서 박사모 등이 주최한 집회는 주최측 추산 7만 명이 결집했다.

침묵하고 있는 다수는 차치하고 19일 집회에 참석한 인원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포함한 현 상황을 판단해보자. 양 집회의 총 참석자는 107만인데 이 중 7만이 차지하는 비율은 6.5%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와 얼추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93.5 대 6.5가 절대다수와 소수의 비율로 평가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필자가 이처럼 숫자를 단순비교 한 것은 어느 진영에 절대다수가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절대다수를 옹호하고 소수의 의견을 폄훼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숫자의 의미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한 전제로 거론한 것이고 이것은 이후 현 난국을 타개해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결구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는 프레임 차원에서의 접근이다. 일각에서는 작금의 상황을 진보 대 보수의 구도로 설파하고 있는데 엄청난 착각이다. 현재의 대결구도는 친박 대 비박(반박)이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구도라면 이러한 수치가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 왜곡시켜 이념대결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박(반박)진영에 선 국민을 야당은 자기 세력인 양 진보로 포장시켜서는 안 되고, 기존에 이념적으로 보수를 견지하고 있는 국민도 비박진영에 합류하고 있는 만큼 여당도 손 놓고 볼일은 아니다. 이러한 국정혼란 상황에서 아전인수식 분석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구도는 국민에 의해 아래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도다. 정치인이 공학적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이게 나라냐'는 말은 국민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라면 현 상황을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사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열심히 하면 뭐하냐는 극도의 불안감, 좌절감이 촛불집회로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여야를 떠나 민심을 온전히 수용해 앞일을 도모해야지 현 시국을 이용한 자기계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야권에서 주장한 '질서 있는 퇴진론'을 국민은 어느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민심왜곡의 전형적인 사례로 결국 국민을 등에 업고 자기 이익에만 충실할 경우 또 다른 심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셋째, 친박 대 비박(반박) 구도에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보아야 한다. 구 시대를 종식시키고 새 시대를 맞는 출발점으로 삼으라는 말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고 타성에 젖은 정치권에 대한 반발이 만들어낸 결과다. 트럼프가 이 점을 간파하고 대변하면서 민심을 얻어 승리한 것이다. 그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리더십을 갖추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문제는 부차적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대선을 남겨두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역시 누가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느냐라는 사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국민의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면 기회가 열린다.

새로운 정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정치란 무엇인가? 어렵게 찾지 말고 상대성에서 구하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대로만 해 보자. 정직하라, 소통하라, 공적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하라, 협치하라, 타협하라, 설득하라 등등 이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다.

촛불은 들고 있는 자가 끌 수 있다. 횃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촛불이 들불로 번지면 바람은 모든 산야를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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