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다리 틈새로 내려다보던 모래무지,
튀밥처럼 흐드러지게 터지던 아카시아 꽃들,
금세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던 별무더기.
나도 남기고 싶었다. 14살 그 때.

흰돌마을 장학금 전달식에 참여한 손동숙 고양시의원(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 : 손동숙 의원 제공>

[미디어고양] 7월17일 화요일 오후 5시. 백석2동행정복지센터.

오늘은 당선이 되고 나서 백석2동의 첫 통장협의회에 참석한 날이다. 선거운동을 할 때나 당선이 되고 난 지금이나 여전히 주민 한 분 한 분은 늘 어렵다. 그 어렵다 표현에 담긴 많은 의미들이 항상 나를 긴장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면접을 가는 느낌이랄까.

어깨위에 잔뜩 얹어진 책임감이 약간의 두려움을 낳고,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순간순간의 설렘으로 오기도 했다. 큰 호흡 한번하고 3층 계단을 오르니 회의실 앞 의자에 중학생쯤 아이가 앉아있다. 내심은 잔뜩 긴장하고도 태연한 척 대기실에 앉은 아이와 내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통장협의회 회의와 함께 백석2동 복지일촌협의체 특화사업인 ‘흰돌마을 장학금’ 전달식이 있는 날이었다. 이번 행사는 초,중,고 학생들이 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사진출품을 하여 수상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행사였다. 통장협의회와 백석중의 후원을 받아 3명의 학생이 수상을 하게 되었다.

그중 유독 사진이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회의실 앞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들던 그 학생이었다. 수상내역이 적힌 판넬에 살짝 걸쳐진 수줍은 손가락V. 미소가 절로 묻어나왔던가 보다.

그 학생이 꾸는 꿈을 용기와 희망으로 한걸음 끌어내주신 지역 분들에게 감사함이 울컥 들었다. 백석2동 행정복지센터는 “복지슬로건인 ‘기쁨 주는 나눔, 행복한 감사’를 활용해 관내 나눔과 감사의 분위기를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지속적인 특화사업 의지를 전해주셨다.

지금이야 핸드폰 하나면 멋진 사진을 보정까지 하여 찍을 수 있지만, 첩첩산중 예닐곱 채 산골소녀에게 카메라는 그냥 꿈일 뿐이었다. 오늘 학생의 수줍지만 당찬 미소에 이루지 못할 꿈을 꽁꽁 숨겨두고 체념하며 살았던 아쉬움이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걸음이 참 가벼워서 좋았다. 크고 중요한 일이 따로 있겠나 싶다.

내가 한 걸음 더 다가서고 한 번 더 생각하고 가슴이 옳다고 하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지역 주민에게 놓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끈을 다시 잡게 도와드리는 일, 그게 작지만 가장 큰 내 일일 것이다.

크고 작은 민원사항들이 적힌 수첩을 한참을 들여다봤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첫걸음. 내가 알던 모르던, 나를 알던 모르던 모두에게 참 고마운 날이다.

손동숙 고양시의원(백석1·2동, 장항1·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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