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병원경영지원회사 길 터줄 수도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은 지난 9월 23일에 서울고등법원 행정소송에서 동일한 당사자의 동일한 쟁점사항에 서로 다른 판결(서울고법 2014누69442)을 내림에 따라 복수의료기관 개설로 환수한 839억 원이 결정 취소될 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2.1.27. 선고 2011두21669)에서 ‘의료법을 위반하여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가 행하여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과 모순되며, 같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동일인의 동일 쟁점으로 ‘의료법제33조 제8항(복수의료기관 개설)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되어 지급된 요양급여는 부당이득 징수 사유에 해당되고, 건보공단에서 아직 지급되지 않은 비용을 거부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2014.12.23. 선고 2014누57449)’ 라는 판결에도 어긋난다.

또한 이미 선행 형사2심 판결에서 동일 사건으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하였다고 유죄 선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 건은 해당 의료기관이 먼저 개설되어 있었다면 동 조항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서로 상반되는 판결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형사처벌되지 않는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의 경우에 대하여 환수대상’이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 건 판결은 의료법 제4조 제2항 위반에 더하여 같은 법 제33조 제8항까지 위반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본 사안에 대하여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고, 부당이득으로 환수해서는 안 된다는 엇갈린 판단을 한 것이다.

형사처벌규정도 없는 더 가벼운 사안에 대하여는 비용환수가 적법하고, 더 중한 사안에 대하여는 비용환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국회 법사위 금태섭 의원은 지난 10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법상 의료인의 이중개설 금지는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운영으로 과잉진료(의료인 개인별 실적 관리로 인센티브 지급), 무리한 경쟁에 따른 리베이트 수수 등을 막기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및 의료제도의 문제,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금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다른 개설기준 위반 의료기관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단은 서울고등법원이 사실심에서 최고법원임에도 상급심과 동일사건 당사자에 대한 모순된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한 위헌소원과,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다른 사무장병원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무장병원 유형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는 단순 형태에서 영리 추구형 사무장병원(의료인이 의료생협을 설립하여 다수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이 지분투자형 MSO 설립 후 다수 의료기관 개설 등)으로 나올 수 있게 되고, 복수의료기관 개설로 환수 결정한 839억 원이 결정 취소될 수도 있다.

공단은 지난 2월부터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을 설치, 운영하여 복지부와 함께 불법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강도 높게 단속하고 있으며, 현재 음성적으로 진화하는 사무장병원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복지부 주관으로 기획 행정조사를 실시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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