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 중소 지자체 최초로 고양시에 컨벤션뷰로(단장 이상열. Convention&Visitors Bureau, 이하 'CVB')가 2016년 8월에 설립되었다. 고양시를 국내외로 알리는 도시마케팅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이상열 단장이 <MICE산업신문> 기고를 통해 미국 마이스의 내수 증대와 일자리 창출의 경제 활성화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인 ‘내륙·해상 통합 실크로드 경제벨트’에 주목하면서 한국도 해외 마이스산업 활성화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대응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편집자 주>

마이스(MICE)산업의 효과성을 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1인당 소비액, 호텔 객실율 제고, 관광 및 쇼핑에 대한 기여 등은 단골메뉴다. 특히 ‘외국인 참가자 수’는 마이스행사의 파급효과를 측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의 실질적 효과는 마이스의 효과라기보단 ‘마이스관광’의 효과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마이스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과 실행 방안을 고민하기 앞서 우선 '마이스'와 '마이스관광'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글로벌 우수 마이스도시들 역시 마이스행사에 지역 커뮤니티들이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축, 관련 지식을 습득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마이스로 인한 효과성을 지역사회 발전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CVB와 같은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도 행사 유치·지원 업무를 넘어 마이스행사와 지역 커뮤니티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DMO : '목적지 마케팅 기구'의 약자로, 지자체와 민간 기관, 지역민이 함께 지역 관광 마케팅, 관광지 경영 추진 기구)

미국 13만개 협·단체 활동 '내수 300조원'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Association(비영리 단체를 포함한 협회·학회·단체 등, 이하 협·단체)’이 있다. 특히 컨벤션 분야에서 협·단체는 실질적 행사를 조직하는 대표적 주최자로 협·단체의 활성화는 마이스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사단법인이 대표적인 협·단체다. 다만 설립시 각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의 승인이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협·단체를 산업화한 미국은 관리조직이 분산된 우리와 달리 협·단체 설립이 자유롭고, 국세청에 해당하는 기관에 비영리 여부 승인을 취득하면 된다. 미국 최대 비영리 협·단체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9명이 1곳 이상의 협·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Gale research 보고서에도 현재 미국 내 산업 전반, 전문분야, 자선, 취미, 법률,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13만5000여 개의 협·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사진=ASAE, 출처=MICE산업신문>

이들 협·단체의 활동은 미국 내 경제활동에도 크게 기여한다. ASAE(American Society of Association Executives, 미국협회임원단체) 조사에 따르면 협·단체는 미국 내수 소비에만 약 300조원(2630억 달러)을 책임지고 있고, 1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특히 미국 내 협·단체 활동의 대부분은 ‘마이스’ 형태로 이뤄진다. 활동이 활발한 협·단체의 70% 이상이 연 1회 이상 컨퍼런스, 네트워킹, 전문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42%가 넘는 협·단체가 컨벤션과 전시가 결합된 형태의 행사를 북미 외 지역에서 개최하고 있다는 게 ASAE 조사결과다.

이 같은 미국의 사례는 협·단체 활성화가 미국 마이스산업의 활성화를 넘어 미국 사회·경제에도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국내 마이스산업의 지속적 활성화를 위해서, 나아가 경제·사회적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국내 협·단체 활성화와 산업화가 꼭 필요한 과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협‧단체 현황과 활동 ‘자료구축’부터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협·단체의 구체적 현황과 그 활동으로 인한 결과들이 각종 연구와 조사 를 통해 데이터화 돼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협·단체에 해당하는 ‘사단법인’의 현황과 활동에 대한 구체적 자료가 구축돼 있지 않다. 체계적인 연구·조사 체계 역시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정부 사업 중 일부를 위탁받아 시행하는 몇몇 대형 사단법인과 자격증·교육사업을 통해 협회 재정을 충당하는 몇몇 사단법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단법인들은 운영·재정적 측면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미국의 경우 ASAE와 같은 협·단체 전문협회를 통해 성공적인 협·단체 운영에 요구되는 ▲조직관리 ▲멤버십 관리 ▲수익사업 방안 ▲전문적 홍보·마케팅 교육 ▲우수 협·단체들의 성공사례 등을 온·오프라인 교재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관련 자격제도도 운영해 전문인력 양성의 기반도 조성하고 있다. 미국은 협·단체가 협회 운영의 전문화를 통해 협회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경제 기여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체제를 이룬 반면, 우리는 시스템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사진=ASAE, 출처=MICE산업신문>

국내 사단법인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단법인(주최자)과 마이스업계 간 연계성은 국제행사 유치에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대다수 마이스 관련 활동들은 제한적으로 이뤄질뿐 아니라 규모도 작아 사단법인이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법 개정, 해외협·단체 지사 설립·활동 허용

협·단체 시장 관련, 중국의 상황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더 열악했다.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내 국제적인 협·단체의 활동을 안보 이슈로 취급했고 중국 내 민간 주도의 협·단체 설립이 허용되지 않았음은 물론 해외 협·단체들의 활동과 관련한 법적인 규정도 미비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부 국제적인 협·단체를 제외한 협·단체의 지부 설립은 승인되지 않았다. 이들의 활동 역시 원활하지 않았다. 중국 마이스산업의 전시, 인센티브, 기업 비즈니스 이벤트 분야가 세계적 규모로 발전했음에도 유독 컨벤션 분야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그랬던 중국이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국가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발표된 이후 마이스 분야 변화의 조짐이 심상찮다. 2016년 중국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해외 협·단체의 중국 내 사무소 개설과 활동을 허용키로 했다. 물론 중국 공안의 허가 취득, 활동내용 신고 등 독소적인 요소들이 있고, 운영면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정치·사회적 협·단체들과 산업적 협·단체, 자선 협·단체들이 구분없이 한 법의 통제 하에 놓인다는 문제는 여전하다. 다만, 마이스산업이 주목할 부분은 이 법으로 인해 7000여 개의 국제 협·단체들이 합법적 활동의 토대를 갖게 될 것이고, 앞으로 보다 많은 국제 협·단체들이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개정된 법령에 따른 중국의 협·단체 구분과 설립 방법은 미국의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중국의 협·단체 관련 법 개정은 중국의 협·단체 시장과 중국 내 마이스산업, 나아가 한국 마이스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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