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 이상열 고양CVB 단장이 <MICE산업신문> 칼럼을 통해 세계 마이스산업계의 재정자립 관련 벤치마킹 사례를 공개했다. 마이스의 패러다임이 '국가'에서 '도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리포트한다. <편집자 주>

정부 재정지원, 실험적 도시마케팅 가로막아
‘룸택스’ ‘Entree Fee’ DMO 재정 자립 대안
멜버른‧바르셀로나 ‘벤치마킹’
공론장 시급

국내 CVB(Convention&Visitors Bureau)들에게 있어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안은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모든 것에 우선하는 사항이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슈다. 국내외 CVB들의 다양한 ‘재정자립 방안’을 살펴보면서 CVB 운영을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왜 하필 지금, CVB 재정을 말하는가

사실 CVB 재정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대구CVB가 설립된 15년 전부터 줄기차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15년간 진척된 건 거의 없다. 공식문건을 찾아보니 ‘지역CVB 역할 정립 방안’<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0>보고서에서 지역CVB의 불안정한 재정구조를 지적한 것이 유일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역CVB들은 자체 필요에 의해 출범했다기보단 정부의 국제회의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성격이 강하다.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국제회의 전담조직의 지정 및 설치’<동법 제5조>와 ‘재정지원’<제16조>를 명시해 지자체들이 지원금 수령과 국제회의도시 지정을 목표로 CVB를 설립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이러한 출범과정에서의 ‘준비 부족’이 불안정한 재정구조로 이어졌다.

2010년 당시 전국 7개 CVB의 예산 구조를 보면, 전체 예산의 적게는 74%(대구), 많게는 100%(제주도)를 지방비에 의존하고 있었다. 지방비를 제외한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도 국비로 충당했다. 2018년 현재 지역CVB는 13개로 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CVB가 설립될 전망이지만 재정의 대부분을 지방비에 의존하는 현실은 8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MICE를 포함하는 관광정책의 패러다임은 국가 주도에서 도시 주도로 바뀌었다. CVB와 같은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의 역할 또한 기존의 MICE행사 유치·개최를 통한 국제관광객 유치 업무 중심에서, 관광과 MICE목적지로서 도시를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업무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3월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마이스 페스티벌 현장. 이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최성욱 기자, 출처=MICE산업신문>

지난 2014년, 100년 역사의 Destination Marketing전문협회의 DMAI(Destination Marketing Association International)가 전 세계 36개국 327개 DMO에 설문해 작성한 보고서 ‘Destination Next’는 주목할만하다. ‘향후 5~10년 내 DMO의 예산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큰 변화를 맞을 것 같은가’라는 설문에 응답자들은 예산이 증액된다면 ‘마케팅‧브랜딩’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두 번째 우선 사용분야는 ‘미팅‧컨벤션 세일즈’를, 세 번째는 ‘Social Media와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마케팅’이었다.

1993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관광공사(CTB) 지원 철회

연간 64억달러 가치 손실… 美 내수관광시장 30% 급감

급변하는 환경에서 MICE를 포함한 관광 목적지로 도시를 마케팅한다는 건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과 운영자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마케팅 작업을 수행하는 DMO는 재정수익과 직접적 관련이 없고, 자체 수익원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 방안은 CVB를 포함하는 DMO들에게 영구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예산의 상당부분을 국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무시못할 현실이다.

‘Destination Marketing’을 저술한 스티븐 파이크(Steven Pike)는 DMO 예산의 지나친 정부 의존성을 빗대어 “DMO가 정치인들의 처분에 맡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 이 말엔 근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1993년 미국 콜로라도주 의회는 콜로라도관광공사(Colorado Tourism Board, CTB)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고, CTB 폐쇄로 이어졌다. 당시 관광‧MICE산업은 콜로라도주 전체 산업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였으며 그 가치는 연간 64억달러에 달했다. CTB 폐쇄는 관광지로서 콜로라도주의 인지도 저하(3위에서 17위로 하락)와 관광객 감소(10%)로 이어졌다. 실제로 1993~1997년 미국 내수관광시장에서 콜로라도주의 비중이 30%나 급감한 일이 벌어졌다.

이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DMO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DMO는 우선 전체 사업비에서 고정비와 프로모션 비용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DMO 지원금액 산정과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고, 둘째는 정부보조금 이외의 독자적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와 관련,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CVB운영 모델로 꼽히는 호주의 멜버른컨벤션뷰로(Melbourne Convention & Visitors Bureau, MCVB)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MCVB와 멜버른시는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내용은 매년 일정액의 지원금(2004년 기준 600만 호주달러)에 연간 비용상승분(5.7%)을 합산해 MCVB 운영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MCEB는 매분기별 ▲이벤트 개최 건수 ▲참가자 수 ▲사용객실 숙박일수 ▲경제적 효과 ▲멜번컨벤션센터 가동일 등 주요 지표들을 시에 보고키로 했다.

계약내용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멜버른시, MCVB, 멜버른전시컨벤션센터가 참여하는 ‘비즈니스이벤트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위원회는 분기별 정례회의를 열고 MICE행사의 운영과 마케팅 실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멜버른의 이 같은 시스템은 DMO 재정 지원의 이유와 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시정부에 제공하고, MCVB엔 안정적 재정 지원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컨벤션뷰로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룸택스(Room Tax) 절반 DMO 보조금 전환

두번째 정부보조금 외 독자적 재정 확보 방안과 관련해선 여러 노력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룸택스(Room Tax)’제도가 있다. 룸택스제도의 장점은 방문객을 직접 대상으로 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금액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룸택스제도의 선진모델은 미국이다. 미국은 적어도 1940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제컨벤션뷰로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onvention&Visitors Bureau, IACVB)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일반적으로 ‘객실료의 10% 내외’를 책정하는 룸택스를 통해 걷어들인 세금의 56%가 DMO 지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방문객에 대한 세금제도는 DMO 재정과 지역의 MICE 기반시설에 대한 지역납세자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DMO 활동으로 인한 혜택이 미치지 않는 업계가 반대하고 MICE 방문객을 포함한 관광객들의 반감 등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룸택스가 지역 숙박과 관광상품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이어져 결국엔 목적지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도 이 같은 이유로 관광업계의 반발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유럽도시들은 미국의 룸택스와 조금 다른 형태의 방문객 세금제도를 운영한다. 이른바 ‘도시입장료(entree fee)’ 또는 ‘도시세(city tax)’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MICE를 포함해 관광을 목적으로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도시와 특정 유산(heritage)을 방문하는 대가로 최소한의 입장료를 받는다. 바르셀로나는 3성급 호텔 1인 1박에 0.75유로(한화 980원)를, 4성급 호텔은 1.25유로(1630원), 5성급호텔은 2.5유로(3260원)를 호텔에 현금으로 지불토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확보금액이 미국식 룸택스에 비해 크진 않지만, 대상이 방문객에게만 적용되고 방문객 입장에서도 반감이 크지 않은 수준이어서 국내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재정 확보 방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밖에 지역 MICE와 관광 관련 업체들의 매출에 일정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DMO 회원사 회비, 기념품 제작, 숙박안내소(housing bureau)와 관광안내센터 운영 등을 통한 DMO의 상업적 활동, 민간업체와 연중 캠페인 등을 통한 노력도 고려해 볼만하다.

분명한 건, 변화하는 관광‧MICE환경에서 지역CVB와 같은 DMO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고, DMO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반드시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DMO 운영 재정을 정부와 정치인의 손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DMO와 관련업계가 해법을 찾으려는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더불어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장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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