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 ‘병 수발에 효자 없다’는 고령화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을 깬 하의순 대표(61세). “보호자였던 부모님이 보호의 대상이 되는 순간, 우리 형제자매는 모두 패닉 상황이었어요. 파킨슨병으로 투병중인 친정어머니의 간병 문제에 형제들이 고민할 때 제가 나섰어요. 당시 어머니를 양로원에 가시게 할 수 없었죠”라며 하 대표는 14년 전 일을 떠올리며 요양사업의 시작을 기억해냈다.

기자의 방문 당시, 하 대표의 양 손목의 검은색 보호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목 보호대 위에는 화려한 팔찌가 모습을 드러냈고 화사한 핑크색 시폰 블라우스 차림의 하 대표가 미소를 지었다. 고운 단장이 인터뷰 때문이냐고 묻자, 그녀는 어르신들이 우울하지 않도록 배려한 평소의 옷차림이라고 답변한다. 

하의순 사랑방 요양센터·사랑방 방문요양센터 대표

-10년 동안 어머니를 모시면서 우울하지는 않았나. 
우울했다. 2004년부터 남편의 동의와 양해 속에 자택에서 모셨다. 2년 정도 지나자 어머니와 나는 모두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였다. 의사 처방은 ‘일을 해라’였다. 달리 말하면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해라’였다. 

어머니와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간병을 직업으로 만들자였다. 세 분의 어르신을 더 모셨다. 나의 심정과 같은 지역 이웃들의 요청이 이어져 가능했다. 어머니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어르신들의 공동체였다. 당시 어머니는 벗을 얻었고, 나는 일자리가 생겨 힘이 났다.

-국내 요양업의 상황과 전망은.
2004년 어머니와 지역 어르신을 모시었던 밤가시 마을에 민원이 접수됐다면서 시 공무원이 조사를 나왔다. 어르신들의 안전상 2층에서 요양시설을 허가해주기 곤란하다고 하여 현재의 킨텍스 앞 장성마을 아파트 1층에 공동생활가정(사랑방 요양센타)을 별도로 설립해 이전했다. 

국내에 2008년 장기요양법이 생기면서 요양산업은 호황기였다. 그러면서 대규모 요양센터와 우리가 운영하는 소규모 가정식 요양원이 양립하며 현재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없이 너무 많이 인가해주다보니 동종업계에서는 출혈경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요양센터간에 서로 어르신을 빼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근래에는 어르신  영입에 웃돈이 오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영리 복지사업이 불법적 과다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 식의 부도덕한  현재 상황이 안타깝고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이러한 국내 요양산업의 과도기적 상황이 씁쓸하지만, 전망은 밝다. 더욱이 국내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중이어서 요양산업의 유형은 보다 세분화될 것이고 이에 대한 정책도 현재보다 더욱 정교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많았을 것 같다.

노환이 오면 행동이 자유롭지 않아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신경이 예민해지고 광폭해지기 쉽다. 그리고 억눌린 감정은 물건을 던지거나 자신의 오물을 투척하는 등 요양보호사나 간호사에게 폭행이나 욕설로 표출된다. 심지어 남성 어르신 경우, 여성 간호사나 요양사를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해괴한 상황도 발생한다. 

한번은 유명 연예인과 활동하던 한 남성 어르신이 연변 출신 젊은 여성 간병사를 유혹해 프로포즈를 한 경우도 있었다. 

-적자 상황이 빈번하다고 했다. 요양사업을 지속할 계획인가.

현재 사랑방 요양센터에 일곱 어르신을 모시고 있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모두 5명이 근무한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노동계의 변화로 인한 타격은 중소기업의 힘든 상황이 열 명 이하의 어르신이 생활하는 가정형 요양원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위급상황이 항상 발생할 수 있는 요양센터에서의 근무자는 24시간 긴장 속 대기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의 노동자 중심의 임금개편과 근무시간 단축은 기존의 요양시설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보니 소송상황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적자 상황에서 요양사를 구하기도 힘든 어려움도 있지만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의 마지막 여정을 지키고 싶기에 버티고 있다. 나의 친정어머니와 동격의 양어머님들이라는 마음이기에 다른 곳으로 이전시킬 용기가 도무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형 요양원은 현재의 노동정책과 대규모 시설 중심의 복지정책이 계속된다면 도태될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어르신들에게 최적의 요양환경은 쾌적하게 관리되는 소규모 요양원 이라고 생각하기에, 소규모의 요양시설도 대규모 시설과 양립할 수 있는 법 규정의 재조정이 시급하다.

-향후 지역사회에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일본의 ‘너싱홈’같이 편안한 공간에서 등급에 상관없이 노환의 어르신들을 모시는 그룹홈을 운영하며 봉사하고 싶다. 사회 첫 직장인 현대증권 근무시에도 소록도 나병환자 마을을 방문하며 봉사했다. 거동이 힘든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마치 내 운명처럼 생각된다. 적성에도 맞고 그런 일들만이 눈에 보이니 말이다(웃음).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서 긴박한 상황이 발생되고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요양센터. 냉정하게 보면 매우 침울한 상황의 연속이지만 극명한 대조를 이룬 하 대표의 밝은 표정은 이곳은  숙명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표정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밝고 평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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