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범국민행동을 시작해 오후 7시 30분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학익진'.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부터 날개를 펴는 학 모양으로 청와대 쪽을 향했다.

촛불함성을 듣는 광화문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촛불집회와 행진에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는 박근혜 퇴진 서울시민 대행진이 서울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 홍대입구역 8번 출구와 9번 출구 사이, 삼각지역 12번 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시작되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주최하는 세월호 박근혜 7시간 시국강연회가, 오후 5시에는 시민 자유 발언대가 열렸다.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시민들

이날 촛불집회는 서울 외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전국 주요 도시와 전남, 경북, 충북, 강원의 군단위 지역까지 전국 70여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촛불집회에 앞서 공개된 일명 '대동하야지도'에는 이날 열리는 전국 모든 촛불집회 시간과 장소가 기록돼 있다.

대동하야지도

주최 측인 1503개 시민사회단체 연대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집회에 서울에서만 60만 명, 전국적으로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밝혔다고 추산했다. 경찰도 서울 17만, 전국 26만2000명이 거리로 나온 것으로 봤다.

촛불 함성

하지만 빅데이터 기반 방문객 분석기업 '조이코퍼레이션'은 휴대폰 무선신호 집계·분석 결과 지난 19일 광화문 집회 현장에 누적 74만명(오차 범위는 ±10%)이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고 20일 밝혔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시간은 저녁 7~8시로 순간 최대인원은 22만 명으로 집계됐다.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서는 역사상 유래없는 모습이 연출됐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길목을 차단한 경찰 차벽을 시민들이 꽃 스티커로 장식한 것. 차벽을 꽃벽으로’ 이벤트는 이강훈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예술 클라우드 펀딩 ‘세븐픽처스’는 시민들로부터 스티커 제작 자금을 모았고 26명의 작가가 그림 제작에 동참했다.

꽃 스티커

이강훈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토요일 경복궁역 앞에서 차벽으로 길을 막고 있는 경찰들을 떠올리다 경찰을 비난하는 구호 대신 갖가지 꽃이나 평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스티커로 붙여서 차벽과 방패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폭력적이지 않지만 적극적인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집회 후 수십만 장이 붙어 있을 스티커를 뜯어내면서 경찰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경찰차벽에 시민들이 붙인 꽃스티커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전 사전 집회를 열고 퇴진 촉구 목소리에 동참했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는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청소년 시국대회를 열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수능 끝, 퇴진 시작

19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에서 최성 고양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5가지 이유'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5가지 해법'이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해 현장 JTBC 등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성 고양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피켓에 적은 5가지 하야 이유는 첫째 90% 이상 국민의 대통령 하야 여론, 둘째 검찰조사, 특검, 탄핵 등 어떤 경우에도 구속 불가피, 셋째 박사모 등 동원하여 하야 거부해도 탄핵 후 구속 가능성, 넷째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북핵위기, 경제불안 조기해결, 다섯째 모든 국민이 대통령으로 불인정, 국정수행불가 등이다.

또한 다른 피켓에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5가지 해법'을 적었는데, 내용은 첫째 대통령의 참회와 조건 없는 하야 선언, 둘째 국회 차원의 책임 총리와 거국내각 구성(새누리당 제외), 셋째 검찰과 특검, 국정조사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 넷째 대통령의 사과거부 대비 국회 차원의 탄핵절차 병행, 다섯째 공정대선관리 및 분권형 개헌 합의(제왕적 대통령제 폐단 극복) 등 5가지 해법 구상을 담았다. 지하철을 이용해 광화문에 2시쯤 도착한 최성 시장은 밤늦은 시간까지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환영받지 못한 구호

19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에는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감 중인 구(舊)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을 석방하라는 구호가 재차 등장했다. 이 전 의원은 지하혁명조직 'RO'를 이끄는 총책으로 지목돼 내란음모·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2013년 9월 기소됐다가, 지난해 1월22일 상고심에 이르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내란음모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인정받아 9년형을 받은 바 있다.

구 통진당 역시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등 위헌적 강령으로 인한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용인돼 2014년 12월 해산 결정됐다. 최근 최순실 파문을 계기로 헌재의 통진당 해산 조치마저 최씨의 국정농단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이날 등장한 이석기 석방 구호는 광화문 촛불집회의 취지를 흐리게 했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