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신성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이 땅위에, 다시는 불의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도록, 진리와 정의와 자유의 횃불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이 자리야말로 먼 훗날, 기나긴 왕정(王政)의 어둠을 민주(民主)의 광명으로 전환시킨 가장 결정적이고도, 가장 근원적이며, 가장 자각적인 혁명(革命)의 그때였다고 인류의 모든 역사가 기록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포여러분! 여러분들은 평화를 원하십니까? 전쟁을 원하십니까?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자녀들에게 공존과 사랑의 평화를 물려주시렵니까? 대결과 잔혹의 전쟁을 물려주시렵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또다시 불확실과 불확정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을 때와는 또다른 혼돈의 먹구름이 전 세계를 휘덮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 힐러리가 패배했습니다. 힐러리로 대변된 미국 상층구조의 타성과 압제와 부패와 기만, 도덕불감증에 빠진 지성의 안일, 경제양극화를 극단화시킨 불평등의 죄악이 여지없이 패배한 것입니다.

그것은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 민중의 반역입니다. 1776년의 미국의 독립선언, 1788년 미국헌법이 비준된 이래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모든 가치관이 결코 민주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한 민중이 더 이상 속을 수 없다는 것을 선포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제 미국은 갈등과 분열속에서 혼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결코 미국사회 저변의 도덕적 열망을 구현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야 합니다. 확실한 것은 미국의 대중이 지속보다는 변화를, 안정보다는 전복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이 개변의 시대에, 우리는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생각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논하고 앉아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의 의식 속에 먼저 트럼프정권의 미래진로를 형성할 수 있는 적극적 한국의 역사상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위대한 세계시민 여러분들께서 미국의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해주셔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대결을 원치 않으며, 평화적인 다양한 방법에 의한 통일을 지향하며,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북핵을 제거시키며, 공존의 경제적인 번영을 세계인들과 더불어 누리고자 한다는 “평화의 이니시어티브”를 선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화의 선포는 오로지 새로운 의식, 새로운 개벽의 지평 위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희망인 꽃다운 생명들이 세월호와 더불어 침몰하는 것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방관하고, 혼의 비정상 운운하며 역사 국정교과서를 강압적으로 제작하고, 남북의 유일한 통로였던 개성공단을 밑도 끝도 없이 폐쇄하고, 기나긴 협상 끝에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드배치를 불쑥 결정해버리고, 위안부문제를 일본침략자들의 구미에 맞게 합의해 버리며,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여론수렴 없이 일사천리 강행하며,

최순실이라는 사악한 존재의 농단과 농락에 국정 전반을 팽개쳐버리는 그러한 정권, 끄떡하면 종북을 외치고, 반공으로 폭압하며, 북풍을 조작하는 그러한 박근혜정권과 그의 모든 추종세력은 더 이상 국가의 운명을 관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더 이상 국가운영을 위탁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이미 당신이 저지른 끔찍한 죄악은 사과나 타협이나, 혹은 질질 끌어서 모면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닙니다. 하루 속히 물러나십시요. 아무리 깊게, 또 깊게, 또 깊게 생각해보아도, 오늘의 난국을 해결하는 열쇠는 당신의 양심의 용단에 매달려 있습니다. 

하야하십시요! 당신의 하야야말로 모든 난국을 정의롭게 수습할 수 있는 첩경이며, 대한민국 민주의 역사의 여정에 위대한 이정표를 수립할 수 있는, 그대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애국적 결단입니다. 이 민족을 전쟁의 위협과 민생의 파탄에서 구원하여 평화와 공존과 번영의 기쁨을 누리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언론 제현에게 호소합니다. 주저말고 한 마음으로 박대통령의 하야를 권고하십시요. 그러한 권고만이 우리나라 언론이 이 시대의 자랑스러운 사명을 다했다는 기록을 청사에 남기게 될 것입니다. 진보언론, 보수언론을 막론하고 다같이 나설 때입니다. 이 백만 민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습니까? 천명(天命)이 이미 박근혜를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동포여러분! 저는 대구 송현여고 조성혜양의 이 가냘픈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여러분 저는 두렵습니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이 다른 사건들처럼 점차 희미해지고, 변질되어 잊혀질까봐!”

그렇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의지가 박약해지지 않도록 서로를 격려하며, 진리의 등불을 밝히며, 승리의 그날까지, 개벽의 그날까지, 하야의 그날까지, 투쟁! 투쟁! 투쟁!

(도올 김용옥 11.12 광화문 연설전문 / 인용 = 고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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