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남 사회복지법인 우림복지재단 대표이사/목사

 

사람이 모인 곳이면 그 어디에서나 정치는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주어진 상황대로 또는 개인의 특성대로 그리고 의도적인 목적으로 사람들은 정치를 시작합니다.

정치인(politician)·정치하는 사람들·정치를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동가(demagogue) 기질이 있고, 반동가(reactionary)적 기질이 있으며, 또한 사상이나 이념을 떠나 오직 권력을 잡기 위해 거대한 금권력을 동원하여 정치를 하려는 금권 정치가(plutocrat)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에는 집권당인 여당이 있고, 이에 반대하는 야당이 있으며, 뒤에서 자기 입맛에 맞게 돈으로 조종하려는 재벌들이 서로 엉키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정치인은 정치를 하려는, 정치하는 사람이기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내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도움주고 싶어서 자신을 바쳐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뜻을 같이 하는 추종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자리에 앉게 되어 정치를 하게 된 사람입니다.

대개 밑바닥 민중의 애환 속에서 시작한 민초의 열망과 그 힘에 떠밀리다 싶이하여 정치를 하게 된 사람들로서, 우리 주위에도 그런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의 대표적인 인물은 다윗입니다. 이른바 다윗의 '아둘람굴 공동체' 형성배경입니다.

사울 왕의 핍박을 피해 아둘람 굴에 숨었던 다윗은 이때로부터 힘을 키워 결국 왕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환난 당한 자, 빚진 자,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 그에게로 모여 그를 우두머리로 삼아 뜻을 모은 결과였습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정치에도 프로와 아마튜어가 있습니다. 진짜 프로는 정치학 박사이거나 오랜 경험이 있다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말 그대로 '정치다운 정치'를 잘하는 사람입니다.

바르지 못한 정치 풍토에서 바른 정치 철학과 신념으로 민심을 규합하고 이겨내어 바른 정치가 정착되게 하는 사람이 진짜 정치의 프로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한 예를 들면 동서(영호남)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표심을 따지기 전에 민심의 화합을 위해 자신의 정치 생명을 던지는 도전가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일을 시도하여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실패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국민들에게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져 결국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故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됩니다.

정치판에는 성경에서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오늘 우리 시대를 돌아보아도 나름 비슷한 어떤 원칙적인 모형 같은 게 있습니다.

당연히 프로 정치인이어야 하지만, 너무 프로 냄새(?)가 나면 식상하고 오히려 미덥지가 않아서 민심을 얻지 못하고 표심에서도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정치 수준이 낮을 때는 프로는 역시 프로다워야 했는데, 이제 국민들의 정치 의식이 높아진 후에는 '진짜 프로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어 신선도를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진짜 프로다운 정치 지도자는 민심을 제대로 살피고 힘없어 당하기만 한 억울하고 원통한 환난 당한 자들의 마음을 읽어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입니다.

이제 지도자는 '정책'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민심을 살피는 민중들과의 '관계'에 역점을 두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의 이마 주름살이 펴지도록 관심을 가지고 마음으로 따뜻하게 다가서는 그런 지도자여야 합니다. 지난 6.13일에 있었던 제7회 지방선거에서 보여 준 민심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투표의 결과 참패를 당한 야당 안에서 들려오는 자체적인 목소리의 첫 일성은 "고문단 급의 구정치인은 전원 물러나라!"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서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값의 정치인 구실을 못해서 물러나라는 것입니다. 그 많은 정치 경륜과 쌓아 온 지식들을 나라와 민족 그리고 당의 지속적인 혁신 과제에 쓰임받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부귀영달을 위해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한 그 구태의연한 행태들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런 잘못된 보수 때문에 오늘 이런 참패를 당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6.13 지방선거 참패 후 1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국민들께 사죄하고 있다. <사진 = 자유한국당 홈피>

그래서 나온 게 보수이긴 보수이되 '합리적 보수'라는 말도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국민들에게 보수로서의 진정성도, 합리적 개선방안이나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자리만 지키고 앉아 신진들의 진로를 방해만 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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