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구 시도의원 1석 얻은 한국당 충격
정당투표선 정의당이 한국당 턱밑 추격
심상정 지역구, 오히려 정의당이 ‘우세’

덕양구에서만 3명의 시의원을 배출한 정의당. 모두 심상정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이들은 선거기간 현수막과 공보물 등에 심상정 의원을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의 문재인 마케팅을 뛰어넘었다는 평가. 정의당이 고양시에서 심상정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6·13지방선거, 고양시에서 자유한국당이 얻은 의석은 기초의원(고양시의원) 8석이 전부다. 역대급 참패다. 고양시장과 광역의원(경기도의원) 전석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민주당 압승에 가려졌지만 정의당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정의당은 고양시의원 4명을 배출하면서 2014년 지방선거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의석을 차지했다. 

정당투표(기초의원 비례대표 기준)에서 정의당은 두 자리 득표율(19.30%)을 차지해 경기도 평균을 두 배 가량 상회했다. 이는 자유한국당(23.27%)를 턱밑까지 추격한 수치이기도 하다. 

고양시 유권자의 표심 변화는 덕양구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의당은 덕양구에서만 3명의 시의원(박한기, 박시동, 박소정)을 배출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당 후보들을 꺾고 당선됐다. 2인 선거구에 출마한 박시동, 박소정 후보의 당선은 기존 양당체제를 깨뜨린 상징적인 모습이다.   

한국당은 덕양구에서 기초의원 1석(바선거구<능곡·행주·행신2>)을 얻는데 그쳤는데 이마저도 민주당 나번 후보와 28차에 불과했다. 덕양구 유일 3인 선거구였던 가선거구(원신·흥도·고양·관산)에서는 정의당과 민주당 나번 후보에 밀려 4위로 낙선하는 이변 아닌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거 이후 정의당의 선전을 두고 심상정 효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사실상 심상정 캠페인으로 진행해 왔다. 대부분 후보들의 선거현수막과 공보물에 심상정이 등장했다. '청년 심상정', '심상정 같은 시의원', '심상정과 함께'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심 의원도 선거기간 내내 고양시 출마 후보들의 지원유세에 공을 들여왔다. 그 중에서도 덕양구 공략에 더욱 힘을 쏟아왔다는 평가다. 이 때문인지 당선된 정의당 시의원 3명도 모두 심상정 의원 지역구에서 배출됐다.

정당투표를 보면 이런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정의당은 기초의원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덕양구 22.25%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22.95%와 별 차이가 없었다(민주당 47.18%).  

특히, 심상정 국회의원 지역구 9개동 중 5개동(원신·흥도·고양·화정1·화정2) 정당투표에서는 정의당이 오히려 한국당을 앞섰다. 성사1동과 성사2동도 100표 안쪽의 근소한 차이다. 한국당은 심 의원 지역구 대부분에서 정의당에 밀린 셈이다. 이들 지역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모두 한국당이 정의당을 큰 표차로 앞선 곳들이어서 변화폭이 더 크다. 

지방선거 결과는 2년 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도의원들은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원 역할을 한다. 지방선거 공천에서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큰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당장 한국당 고양시갑 선거구는 시도의원이 한명도 없게 되었다. 고양시을의 경우에도 시의원 1명이 전부다. 

이런 결과를 두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공천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덕양구 일부 선거구는 공천 후보의 전과기록 등 자질문제가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협위원장 책임론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덕양구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이번 선거는 정의당 후보들 보다 심상정 의원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심 의원이 좁은 아파트단지까지 들어와 유세를 펼쳤다"면서, "자유한국당 일부 후보는 전과기록으로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공천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말도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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