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란 지혜로운 것 중에서도 가장 지혜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통해, ‘가장 지혜로운 진리(眞理)’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진리는 말 그대로 ‘참된 이치’를 말합니다. 여기서 ‘참되다’라는 말에서 ‘참’은 무엇 무엇이 ‘차 있다’의 명사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치(理致)’란 최후의 원리, 원칙, 법칙, 이론 등을 말합니다.

물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떠올려 보십시오. 항아리에 물이 꽉 차 있습니다. 꽉 차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물을 담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담을 수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어떠한 보충물이나 내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갈 여지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참’이란 그것 자체로 완벽하다, 완전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참된 학생, 참된 어린이, 참된 학교라고 할 때 쓰는 ‘참’의 의미는 모두 가장 완벽한 학생, 즉 가장 학생다운 학생, 가장 어린이다운 어린이, 가장 학교다운 학교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더 이상 어떤 내용이 첨가될 필요가 없는 ‘참’된 이치는 새로운 이치가 필요하지 않는 이치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완전하고 완벽합니다. 그것 자체로 완전하고 완벽하기 때문에 참된 이치는 영원하고 불변한 것입니다.

이렇게 영원하고 불변하며 완전하고 완벽한 이치, 즉 전체적인 지혜라고 할 수 있는 법칙이나 원리를 찾는다면 인간 삶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진리라는 참된 이치에 따라 생활한다면 ‘내가 옳다, 혹은 네가 옳다’라고 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들이 진리를 찾고자 하는 이유가 단지 서로 싸우지 않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왜 인간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해 왔냐면, 인간은 영원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고 완전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현실적인 삶을 보면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분명한 한계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삶은 언젠가 반드시 죽습니다. 이런 것을 죽음에 대한 인간의 필연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는 모릅니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우연성 속에서 인간의 삶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우연성은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래서 인간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 속에서 살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시험 보기 전에는 시험 문제로 어떤 것이 나올지 몰라 불안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 모두가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은 바로 죽음에 대한 필연성과 우연성 때문에 생깁니다.

다른 모든 생명체들이 그렇듯 인간은 불안한 상태를 떨쳐버리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여타의 동식물들과 달리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자신의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시도해 왔습니다. 죽음에 대한 필연성과 우연성을 포함한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진리입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진리를 추구하게 됩니다.

불안한 상태의 인간을 진리는 도와줍니다. 이러한 진리의 상징물로는 주로 불이 사용됩니다. 횃불로 많이 표현되는데, 불이 왜 진리의 상징이 되었는가 하는 의미를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불을 통해서 어둠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곧 불안하고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횃불을 들고 있으면 주위가 밝아져 주변의 물체들을 분간할 수 있기에 불안감이 해소됩니다.

시험공부를 완벽하게 하면 더 이상 시험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이처럼 불은 어둠이라는 무지의 불안 상태를 벗어나게 해 줍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보면 신의 부엌에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다 주어서 인간에게 지혜가 생겼다고 합니다. 불은 진리이자 곧 완전한 지혜를 뜻합니다. 서구 근대의 계몽주의에서 계몽(啓蒙)을 enlighten이라고 합니다. 즉 불로 밝혔다는 뜻이지요.

이처럼 무지를 밝히는 횃불이 곧 진리입니다. 그리고 철학(哲學)에서 철(哲) 또한 ‘밝다(밝히다, 총명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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