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 지난 2일 한국갤럽 평가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응답자의 88%가 만남 자체에 의미있었다는 국민정서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접경지역인 고양시와 파주시로의 관심이 쏠리며, 보유 토지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혜 기업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부동산 값까지 꿈틀거리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 일산테크노타운에 입주한 언더웨어 제조업체인 ㈜나인jit의 대표이자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희건 이사장은 이러한 평화협정을 둘러싼 남북경협의 다소 들뜬 청사진에 경계감을 표명했다. 

2013년과 2016년에 남북경협 단절로 인한 절망감을 온 몸으로 겪었던 이 이사장은 몸서리쳐지도록 괴로웠던 지난 시간이 떠오른 까닭이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공개하며 신중에 신중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입주기업의 30%가 경기도에 위치한 기업이고 지리적으로 개성공단 인접 지자체인 고양시와 파주시, 김포시가 도 관할인 이유로 경기도가 경협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파주시 복합물류센터 건립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5년 4월 개성공단 입주기업 최초의 협동조합인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선출된 이희건 이사장은 그해 5월 유엔과 기업 간 파트너십을 통한 기업경영이 세계평화 원칙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지속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유엔 글로벌 컴팩트’ 정기 회의에 참석해, 관련 우수사례로 개성공업지구 입주기업들의 자체 공동 브랜드인 시스브로(SISBRO)를 소개하며 주목받았다. ‘시스브로’는 SISTER(자매) 와 BROTHER(형제)의 합성어로 남북은 한 자매 형제라는 점을 상징한다.

-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가. 
현재 기업들은 막연한 기대감이 고조된 분위기에 관조적인 상황이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 않은가.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지난 경협 과정 속 일련의 일들을 되짚으며 실현 가능한 방법론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변수가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남북경협의 첫발은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 마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65%의 투자형과 35%의 임대형 기업들로 구성된 124개의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지난 경협 단절로 인한 피해 상처가 아직까지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의 사업 재개를 위한 조치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2013년 북측에 의한 공장 가동 중단 후, 재가동시 남북 합의사항은 어떠한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 개입이 배제되고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 진행에 대한 사항이 명문화되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약속은 깨어졌다. 그리고 2016년 2월 우리 정부의 경협 전면 중단 조치로 인해 바이어 이탈과 계약 파기로 인한 매출 급감에 따른 직, 간접 피해에 국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손실은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피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행히 경기도는 그동안 많은 지원과 혜택 사업을 진행해왔다. 맞춤형 마케팅 지원과 교류협력기금 지원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정리하면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각하는 ‘판문점 선언’에 갖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개성의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한 경제협력과 문화교류에 대한 기대다. 둘째,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이었던 2007년 10월 2일부터 10월 4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10.4 정상회담에서 남북 양측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통해 제시되었던 경협 내용의 승계에 대한 희망으로 개성공단 재개에 기대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 개성공단입주기업인회와 협동조합의 내부 분위기는.
앞서 언급한 경영 정상화에 대한 정부 지원 방안 제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협이 재개되면 몇 가지 개선보완 할 행정 사항이 있다. 
첫째, 개성 공단으로의 통행과 통신장비 규제에 개선이다. 일주일 전 통일부에 당일 혹은 1박에 대한 체류 신청서를 접수 후 신청 일자에 꼭 맞추어서 일정을 맞추어야 했다. 하지만 사업하다보면 칼같이 시간을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자유로운 통신 장비 휴대와 사용이다. 개성공단 방문 시 출입사무소에 보관해야만 했다. 인터넷 사용이 전면 불가능해 불편한 점이 많았다.
둘째, 근로자 관리 규정 개선이다. 지시체계가 북측 관리자를 통하여서만 가능했다. 고용주의 직접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셋째, 근로자 확보 문제다. 당시 개성공단에 근무했던 근로자는 5만4천명이었다. 2년 반 동안의 공백도 문제이지만 인력 수급의 문제가 남아있다. 2016년 2월 당시에도 근로자가 2만 여 명이 부족했던 기억이다. 
개성시 포함 인근지역 인구를 25만 여 명으로 추정할 때,  5만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한다면 1가구당 1명씩 고용해 이미 근로 가능 최대 인원을 고용한 셈이지만 노동력은 부족했다. 추가 고용을 위해서는 타지역에서 수급해야 하는 데, 타지역 근로자의 경우는 자택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이들의 숙식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공단 내에 합숙소를 건립해야 한다면 이에 대한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

- 개선 보완 과정에 재정 마련이 우선 해결 과제라고 했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경제협력 보험금 반납 비용 문제와 개성공단 시설 개보수 비용, 주재원 채용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비용이다. 이처럼 선행되어야 할 자금 조달 문제의 산적으로 기업들의 약 70%는 남북경협에 신중한 입장이다.

- 경협 진행 관련해 제언한다면.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이 경협의 중심축으로 부상되면서 사업 주체는 경기도 주축으로 진행되리란 생각이다. 파주시와 고양시는 경제협력과 교통, 물류, 문화, 체육, 관광의 거점 지역으로부상될 것 같다. 시, 도는 이러한 신경제 지도의 구상과 실현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마련하리라 본다.

향후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에서의 핵심 과제는 파주시에 물류시설 건립이다. 2013년 경협 단절 관련 보도 자료를 보면 급박하게 철수하는 당시의 모습이 마치 한국전쟁 당시 피난 상황을 연상시키는 사진 한 장으로 요약되어 머릿 속에 남아있다. 실제로 그랬다. 개성공단에서는 일정기간 동안의 생산 완료제품을 적재한 후 한꺼번에 남측으로 이동했었다. 

정부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2016년 2월, 공단 폐쇄 전 ㈜나인jit은 50억 원 상당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88톤을 챙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몸만 빠져나와야 했다. 당시 남측에 물류시설이 있었으면 했던 안타까움에 아직도 마음이 아리다.

사업조합에서는 앞으로 개성공단 지원 시설로서 오는 2020년 완공 예정의 파주 성동IC 부근 7만평 부지에 40개사가 입주할 수 있는 ‘개성공단 복합물류 단지’설립을 추진 중이다. 2단계로는 파주시 주관으로 파주역과 월릉역 부근 15만평 부지에 ‘파주 희망프로젝트 단지’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

- 2년 후 완공 예정이라는 ‘복합물류단지’가 궁금하다. 
2015년 8월 경기연구원의 개성공단관련 용역보고서를 경기도가 조합에 제안했고 우리는 이를 검토했다. 물류를 중심으로 제조와 판매·유통의 기능을 지닌 ‘복합’물류단지 형태로, 위치는 성동IC 부근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의선과 서울-문산간 고속도로, 자유로의 교통 인프라와 연결된 성동IC는 최적의 요지였다.

2020년 완공 예정인 파주시 성동IC인근 복합물류단지 위치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지난해 7월에 발표했다. 이른바 ‘H 경제 벨트’로 남북 시장의 통합, 즉 경제 통일 구상으로 국가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한다는 방침인데, 동해안인 ‘환동해안 벨트’는 ‘자원개발 산업’을 중심으로, 서해안인 ‘환황해 벨트’는 ‘첨단, 물류산업’을 중점으로 하고, DMZ지역인 ‘접경지역 평화벨트’는 ‘생태와 녹색, 수자원 산업’을 중점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생각하면 파주시의 성동IC는 ‘물류와 관광’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었다.

복합물류단지 공간 활용도
주변경관을 고려한 미려한 디자인의 복합물류단지 가상도

- ㈜나인jit와 협동조합의 구체적인 경협 방향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공단 입주기업의 OEM방식의 제조 패턴에서 벗어나 20개의 기업이 참여했던 공동브랜드 ‘시스브로(SISBRO)’ 브랜드를 통해 원청 의존도를 줄이고 기업의 자생력 제고 차원에 판로 개척을 재추진하고 있다. 경제부처 및 산하기관, 지자체에 판로 개척을 위한 마케팅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에는 피해 기업들의 재기를 위한 기금 마련을 건의한 상태다. 단순히 피해 보상의 측면이 아닌, 위기극복을 통한 경영 정상화 차원의 지원 요청이다. 뼈아픈 기억이 있지만 노동집약적 경공업인 의류사업의 경우 개성공단은 여전히 장점이 많은 입지다. 낮은 노동비용, 소통, 기동력, 한국산 품질안정 등의 특장점을 해외에서 찾기는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경협의 교두보로서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확대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규범에 맞는 법제로 개선 보완 정리가 되어, 미래 경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성공적인 남북경제공동체의 시험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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