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앞두고 돌연 캠프간 통합 선언
"최성 안타깝다, 노하우 배우겠다" 언급도
최성 배제만 목적 둔 원팀 애초 한계
국민경선 앞두고 승부수 뒀다는 평가
더불어민주당이 최성 시장의 컷오프를 확정하고 고양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양시장 경선 후보들로 이뤄진 '원팀(고양 민주후보 원팀<김영환, 김유임, 박윤희, 이재준>)'이 흔들리고 있다.
사실상 해체수순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일부 후보가 최성 시장의 공천 탈락으로 최성 끌어안기에 나서고, 원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다른 후보가 반발하고 있어서다.
논란은 이재준 예비후보측이 2일 오후 언론사에 배포한 '최성 캠프, 이재준 후보지지 선언' 보도자료에서 시작됐다.
'최성 캠프가 자신을 지지했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 지지선언 내용과 참여 인사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다만, '캠프간 사무실을 통합했으니 확실한 지지의사 표명'이라는 식의 설명이 덧붙었다.
이를 다수 언론이 비중 있게 받아 적었다. 일부 언론은 최성 시장 핵심 관계자의 언급이라면서 "최성 시장의 암묵적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인터뷰를 끼워 넣기도 했다.
보도자료에서 이재준 후보의 "최성 시장이 경선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것은 같은 후보로서 안타깝다. 그러나 최 시장과 지지자들이 추구했던 좋은 정책과 시정 운영의 노하우를 함께 나누고 이어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언급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앞서 3월 19일 원팀 후보들은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불통과 기행으로 점철된 최성 시장의 퇴행적 이벤트 행정을 단호히 반대하며, 고양시의 혁신을 이끌 새로운 개혁 시장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한다“고 가장 먼저 적었다.
이런 원팀 구성원인 이재준 후보가 경선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최성 시장을 배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장 원팀 정신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윤희 예비후보는 2일 "민주당 원팀은 고양시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개혁시장이 필요하다는데 합의했었다. 이재준 후보가 이제 와서 최 시장의 좋은 정책과 시정 운영의 노하우를 함께 나누고 이어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 금도를 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2일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이재준 캠프측이 그간 최성 시장을 포함한 5자 경선을 주장하는 등 원팀의 주요 합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3일에는 언급을 자제하던 김유임 후보측에서도 "일각의 일탈 행동이 있다”면서, “우리는 원팀 정신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 놨다.
이런 원팀 논란이 이미 예상됐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고양시장 후보 원팀은 출발부터 최성 배제가 주요 목표인데다 구체적인 공동공약이나 후보토론회 등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상당했다. 그런 가운데 최성 시장이 경선 컷오프 되면서 원팀 유지 동력 자체를 상실했다는 평가다.
이재준 후보측의 보도자료가 가진 속내를 두고서는 국민참여경선룰에 따른 승부수라는 해석이 많다. 3일과 4일 양일간 진행되는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시민 50% 여론조사로 진행된다. 여성후보의 경우 득표율에 가점 25%가 주어지는 방식이어서 김유임, 박윤희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재준 후보측에서 승부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준 후보측이 주장하는 최성 캠프 지지선언은 셀프 지지선언에 불과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지지선언 핵심이라는 전 정무직 공무원 J씨는 2일과 3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통합사무실이 위치한 일산동구 고양터미널 사거리 르메이에르프라자의 경우에도 이재준 캠프는 6층이고 최성 캠프측이 확보한 사무실은 저층부인 상태여서 통합의 효과가 없다. 그마저도 최성 캠프측 사무실은 폐쇄 상태로 알려져 있다. 통합사무실 언급 자체가 실제 맞지 않는 부분. 최성 캠프가 이재준 캠프에 합류했다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
이재준 후보도 3일 전화통화에서 "최성 캠프 핵심들은 이미 다른데 있지 않나. 비서실장은 김영환 후보에...김유임 후보측에도 많다. (경선)결론 나기 전에 자기입장 찾아간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성 캠프의 단일한 지지의사 표현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성 시장이 경선에서 컷오프 됨에 따라 정무직 라인을 차지하고 있던 인사들이 어찌됐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고 김유임, 김영환, 이재준 캠프 쪽으로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 시장이 컷오프 이후 지역 유력 정치인의 최성 죽이기 프로젝트를 언급했고 이 화살이 일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 시장을 끝까지 도왔던 측근들이 이재준 후보측을 돕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기는 하다.
일산지역에서 출마한 민주당의 한 후보는 "만약 최성 시장 캠프가 온전하게 이재준 후보를 지지했다면 굳이 보도자료를 내서 비판받을 이유도 없었을 거다. 최 시장이 확보한 당원들만 흡수해도 경선에서 유리해진다. 원팀에게 비판받을 것을 예상하고도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이재준 캠프가 급했다는 것이다. 여성가점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준 후보는 보도자료 속 언급과 관련 3일 오전 전화통화에서 "최성 시장의 좋은 공약은 당연히 이어가는 것이다. (이는 원팀 정신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최성 시장이 제외됐으니 원팀은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원팀 정신을 훼손했다는 박윤희 후보의 지적에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