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도움 없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지난 11일 한 ‘새터민’ 소년이 고양시민의 온정으로 고가의 어려운 수술을 무료로 받았다. ‘새터민’이란 탈북자라는 용어 대신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순 우리말로 2005년부터 사용됐다. 공식적인 법률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지만 ‘새터민’에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지난 8월 기준 2만9688명으로 3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간 탈북민 수는 2009년 291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는 대체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올해에는 지난 8월까지 894명이 입국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1일 수술 받은 강현수(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신원보호를 위해 가명사용) 새터민 소년은 현재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에 있는 모 초등학교 5학년이다. 함경북도 회령에 살던 현수네 가족은 현수가 7살이던 2011년도에 북한을 탈출했다. 국내 입국 탈북민의 90% 이상이 중국-태국 루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수네 가족 또한 중국-라오스-태국을 거쳤다. 밀림을 걸어서 라오스 국경을 넘어야 하기에 7살 현수의 고생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해 정착금 지원, 주거ㆍ취업 지원 등 지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새터민에 대한 의료 지원이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해 정신적, 신체적 건강상의 문제가 남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현수처럼 어릴 적 화상에 의해 신체에 흉터가 생긴 경우가 대표적이다.

화상흉터

현수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돌 무렵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던 현수가 뜨거운 가마솥에 넘어지면서 목에 커다란 화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남은 화상의 흉터가 너무 커서 공부 잘하고 명랑한 현수지만 여름에도 목을 가리고 다닐 정도이다. 이처럼 어려운 현수의 상황에 도움의 온정을 준 이들이 있으니 고양시의 ‘밀알지역아동센터’(031-975-9166 장희진 센터장. 후원계좌: 국민은행 522301-01-093098)와 ‘더봄의원 성형외과 피부과’ 병원(원장 이은택 031-906-7688, http://vomilsan.com/)이다.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밀알지역아동센터’는 지역의 저소득, 맞벌이 가정 초·중등 자녀들 방과 후 돌봄 일을 한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민애 사회복지사의 말에 따르면, 모두 19명의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는데 현수도 그중 한 명으로 3년 동안 돌봐왔다 한다. 초등에서 중등까지 학원 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2002년부터 민간 공부방으로 시작했는데 주로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급식비 등 운영비를 감당한다. 소규모라 빛이 안 나 그런지 후원도 적어 운영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더봄의원 성형외과 피부과’ 병원의 도움으로 현수가 좀 더 밝게 자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한다. 현수 어머니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마움에 눈시울을 붉힐 뿐이다.

‘더봄의원 성형외과 피부과’ 병원은 작년 7월 일산동구에서 개업했다. 병원 이은택 원장은 개업 이후 줄곧 지역사회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자 했다. 청소년기의 화상흉터는 외관상도 문제지만 자신감을 위축시키는 정서적 문제가 더 크다. 이번에 현수가 받은 수술은 화상흉터의 크기가 커서 굳어진 흉터피부를 제거하고 피부를 늘리는 과정이 어려웠다 한다. 꾸준히 관리 치료가 필요한데, 완치될 때까지 책임지고 현수를 치료하려 한다. 물론 무료다. 이은택 원장은 자신의 부모님들 또한 안타까운 실향민이라 새터민 현수에게 더욱 애정이 간다고 했다.

수술 장면

물론 새터민들은 단순한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새터민들의 남한 생활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국가 정책과 사회, 국민 모두 이 새터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도와야 하는지에 대하여 갈등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다. 인정하고 받아들여 함께 발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함이 어느 곳에서나 보이길 희망한다. 현수의 상황을 알게 된 병원 어느 고객이 봉사에 동참하고자 현수의 체형을 물었다 한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따뜻한 파카와 신발을 준비해 주기 위해서다.

‘더봄의원 성형외과 피부과’ 병원 이은택 원장

따뜻한 봉사가 고양시에서 계속 이어지도록 미디어고양도 나서겠다. 봉사가 필요하신 분이나 봉사를 하고 싶은 분들, 혹은 따뜻한 봉사의 미담을 전해고 싶은 분들은 미디어고양(031-908-2255)에 연락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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