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사용해서 20-30대 청년의 혼인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분석했다. 실증분석 결과 한국의 결혼시장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여성 가계보조자 모델’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남성은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취업하고 고용형태가 안정적일수록, 임금수준이 높을수록 혼인 확률이 높다. 이것은 남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만한 사회경제적 지위(고학력/취업/안정된 일자리/적정임금 수준)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혼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남성이 갈수록 결혼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면서, 남녀 모두 결혼시기가 늦춰지고 자녀출산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혼인 확률이 높고, 대졸이상 고학력자의 혼인 확률이 낮다. 비경제활동인구와 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취업자의 혼인 확률이 높고, 남성과 달리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 게다가 임금 1분위와 9~10분위만 혼인 확률이 높고, 임금 2~8분위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이처럼 여성이 남성과 다른 특징을 보이는 것은,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체제에서 일과 생활의 양립이 어려워 기혼여성의 상당수가 자녀출산 및 양육기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내 지위가 가계보조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시행한 1차, 2차 저출산 대책(2006~2015년)은 보육·돌봄, 일·가정 양립 지원,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 결혼 지원 등 기혼 여성의 자녀 출산 및 양육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고, 총 80조 2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제3차 저출산 대책(2016~2020년)은 2020년 합계출산율 1.5명 달성을 목표로, ①청년일자리, 주거지원 확대로 향후 5년간 연령별 결혼률을 10% 제고(합계 출산률 0.145 제고 효과)하고, ②임신·출산 지원, 일·가정양립 지원 강화 등으로 기혼여성의 연령별 출산율을 향후 5년간 10% 제고(합계출산률 0.152 제고 효과)하겠다면서, 일자리 대책 관련 성과지표로 청년 고용률, 여성 고용률,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 연간근로시간 등 4가지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제3차 저출산 대책이 청년 고용 활성화를 통한 혼인율 제고에 주목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책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청년 고용 문제를 해소하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받아 온 기존의 정부 노동정책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면서, 청년고용의 질을 대폭 저하시킬 파견근로자 확대 법안마저 청년고용 활성화 수단이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은 기혼여성의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 기를 수 있는 ‘안정된 적정임금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본 연구소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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