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4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종로 탑골공원 앞 도로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청소년이 주인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자유 발언을 이어가며 집회를 열었다.

지난 12일 광화문 사거리로 향하는 도로는 일찌감치 교통이 통제되고 차량 대신에 제3차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민들로 가득 찼다. 저마다 ‘박근혜 퇴진’,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외치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

연단에 오른 한 학생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자유 발언을 하고 있다.

오후 4시경 종로 탑골공원 앞 도로에는 전국에서 모인 청소들이 편도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연단에는 자유발언을 준비해온 학생들이 차례로 올라 현 시국을 비판하면서 "입시 준비를 해야 할 때이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나오게 됐다"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자체 집회에서 자유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의 모습. 이날 탑골원원 앞 도로 한 방향을 모두 차지할 만큼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길가에 앉은 학생들은 손에 ‘청소년이 주인이다’라는 푯말을 들고 있었다. 2008년 유모차 부대에 이은 ‘청소년 부대’로 불려도 될 만큼 이번 집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들은 자유발언을 마치고 질서정연하게 광화문 사거리까지 행진해 대오에 합류했다.

행진하는 중에 이동 차량의 연단에서 고양시 청소년이라고 밝힌 여학생이 자유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자신을 고양시에서 왔다고 밝힌 한 여고생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은 미리 정해진 여러 코스를 따라 각 단체별로 이뤄졌다. 민주노총 등 여러 노동 단체들, 대학생 연합 단체들, 각 정당 당원 단체 등 각자의 깃발을 들고 행진 대열을 이뤘다. 개인별로 나온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열을 따라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어둠이 깔린 후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저녁이 되자 모든 집회 참가자들은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세종로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인구 밀집도가 증가해 출퇴근 길 만원 지하철 안에 있는 듯 빽빽해졌다. 그러나 심하게 밀쳐서 넘어지는 일 없이 소통을 하면서 원활한 교통이 이뤄졌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집회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었다.

시민들은 행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악기를 연주하며 구호를 외치고 스스로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편 세종로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시민들은 주변 도로에 모여 축제를 즐기듯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구호도 외치는 모습으로 자유롭게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는 밤 10시 30분에 끝났다. 종로 일대에는 집회를 마치고 간단하게 술 한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경북궁역 내자동 인근에서 청운동사무소까지 가려는 5천여 명의 시민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평화적으로 시위를 마무리했다.

무대가 있는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시민들이 끊임없이 그 길목으로 이동했고 도로로 가는 길목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부산도시철도공사 노조원이라고 밝힌 조연식 씨는 “지난 2008년 광우별 집회 때는 유모차 부대가 특징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눈에 띄어 신기했다”고 집회 참여 소감을 밝혔다. 대학 때 운동권 학생이었다는 50대 이창우 씨는 “정유라 부정 입학에 분노한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광장으로 나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386세대의 자식들이 지금의 중·고등학생”이라며 “아마도 부모님 세대의 영향을 받아 자신 있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자신의 독특한 견해를 말하기도 했다.

무대가 저 멀리 보일 만큼 많은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다. 콩나무 시루처럼 보일 만큼 빼곡하게 자리 잡아 놀라움을 자아냈다.

중·고등학생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국정교과서 문제, 세월호 참사, 입시지옥, 한 학기 500만 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 취업난, 88만원세대 등은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문제를 강렬하게 내포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이제는 스스로 발언하고 정치권에 이 문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하라고 청소년들은 이날 광장해 모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SNS를 통해 소통하는 청소년들 사이에는 수능이 끝나는 17일 이후에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글들이 많아 앞으로도 학생들의 참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중총궐기대회 측은 오는 26일 제 4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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