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내 성폭력 피해 고발자 지지선언을 하는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달고 이와 관련된 제보 트윗들이 올라온다. 사회적 관심이 큰 탓에 제보 트윗들은 곧 기사화된다. 지난달 26일 조선일보(정상혁 기자)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 확산’ 기사에서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배용제 시인을 기사화했다.

지난 10월 22일 트위터 유저인 ‘고발자5’가 “내가 경기도의 한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학생이었을 당시 배 시인으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부터 배용제(53) 시인이 도마에 올랐다는 내용이다.

“2012년부터 3년간 시 창작 모임을 운영하며, 대학입시와 등단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무허가 개인 창작실로 따로 불러 ‘가슴을 만져봐도 되겠느냐’ 등의 성희롱과 성폭행을 했다”는 폭로와 함께 “배 시인이 ‘내가 문단에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 아느냐. 내 말 하나면 누구 하나 매장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배씨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건 사실이지만 절대로 완력을 사용한 강제적인 성폭행은 아니었다”며 “상처받은 분들에게 죄송하다. 제기된 모든 의혹을 다 받아들이고, 모든 활동을 접고 조용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배용제 시인은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전문교과 실기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배용제 시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수업을 받았던 많은 학생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고양예고 문창과 문학 강사였던 배용제 시인의 성폭행을 처음 고발한 ‘고발자5’ 및 피해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 107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탈선’>이라는 연대를 구성하였다. ‘탈선’은 가해자인 배용제 시인이 수업 중 “네가 문학에서 벽을 마주하는 이유는 틀을 깨지 못해서 그렇다. 탈선을 해야 한다.”며 강조한 말이다.

<탈선>은 11일 4시 서울약사신협 대회의실에서 발표한 ‘문단 내 성폭력 피해 고발자 지지성명’을 통해 ‘고발자5’의 고발로써 밝혀진 성범죄가 “낮은 윤리의식을 가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과 ‘예술’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저지른 일”이라고 말하며, “남성우월주의와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성 문인이자 스승이라는 위계 권력의 문제, 그리고 피해 호소와 2차 피해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학교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단 내 성폭력 피해 고발자 지지선언을 한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 107명의 외침은 고양시를 넘어섰다. <탈선>은 지지성명 발표를 고양예고 정문 앞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학교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학교측은 허락하지 않았다.

오빛나리(<탈선> 대표)는 “고발자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고발자와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지지 성명을 시작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더 힘껏 내려고 한다.”라며, <탈선>의 이후 행보에 대해 말했다.

오빛나리(<탈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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