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변호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20대이던 1990년 민주노총 전신 ‘전국노동자협의회’를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3개월간 복역한 그는 법조인을 결심, 1995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특별한 연고가 없던 고양시에 자리 잡는다. 1996년 대화동에 신혼집을 차리고 98년에는 주엽동에서 연수원 동기와 개업했다. 그리도 당시 변호사를 찾아보기 힘들던 고양시에서 10년 넘게 무료법률상담과 시민사회에 무료변론 활동도 지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이기도 한 박세웅 변호사는 특유의 농촌정서와 사람냄새가 자신이 고양시에 터전을 잡은 이유라고 설명한다.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후배 변호사 술 사주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고 설명하는 박 변호사에게 고양시는 ‘인간적인 정서’가 남아 있는 도시다. 

인터뷰 중인 박세웅 변호사. 그는 고양시변호사회 회장도 맡고 있다.

-개업 20년이 넘었습니다. 특별한 연고도 없는 고양시에 신혼집을 차리고 변호사로 첫 발을 내딛은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돈이 없어서 왔어요. 돈 있으면 서초동에 살았겠지. 여기 올 일이 뭐가 있었겠어요.(웃음) 

당시(1996년) 전세보증금이 5천만 원 밖에 없었는데 마누라랑 아파트 살겠다고 찾다보니 대화동에 5500만 원 전세가 있더라고. 500만 원 빚을 내가지고 살림을 차렸지요.

98년도에 주엽동에 개업한 것도 사법연수원 동기가 화정동에 살아가지고 같이 동업하자고 하니 자연스럽게 고양시에 사무실을 얻게 되었지요. 본래 고향은 포항이에요. 고등학교는 대구서 다니고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어요.

-고양시가 제2의 고향인 셈인데, 20년 살아보니 고양시의 매력이 무엇이던가요.

(곰곰히 생각하더니)잘 모르겠네. 고양시가 별로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가지고.(웃음) 

고양시는 도시와 농촌이 한데 어우러진 정서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뭐 음식점이나 이런데 가면 서울에 비해 가격도 좀 저렴하고 김치나 반찬을 더 가져다 준다든지 그런 인간적인 정서가 남아있는데 그게 좋아요.

시골틱한 면을 겸비한 도시다. 왜냐하면 시골 출신들도 많이 있고...아무래도 사람들도 좀 순하고 강력범죄도 많이 없어요. 인간적인 동네라는 생각도 들지요.

-무료변론 같은 활동도 많이 하셨지요. 시민단체들도 많이 도우시고.

처음에 고양시에 왔을 때 변호사가 여섯 일곱명 밖에 없었어요. 변호사가 귀하던 시절이었지. 시에서도 YMCA 같은 시민단체에서도 요청이 들어오면 무료상담도 해주고 변론도 해줬어요. 지금은 공공기관에서 무료법률상담 많이 해주니까 희소성은 없어요.

-변호사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일, 기억하시는 변론이 있을까요.

변호사니까 무죄 판결 받은 거 이런 게 굉장히 기억이 많이 나죠. 2년 전쯤에 성추행 사건을 맡은 적이 있어요. 국민참여재판을 가서 4대3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어요. 짜릿하더라고. 

국민참여재판이 배심원들 7명 그 다음에 블라인드가 한 명 있어서 8명이 앉아 있는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7명이 평가를 하는 구조예요. 당시 재판이 끝난 시간이 저녁9시 였는데 배심원들이 들어가서 밤 12시가 넘도록 나오지를 않는거야.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치고 박고 하는거지.

기다리면서 초조하게 담배 한 갑을 다 피웠어요. 그런데 배심원들이 들어와서 4대3 무죄의견을 낸 거예요. 재판부도 배심원들을 존중해서 최종 무죄판결을 내렸지. 의뢰인이 울더라고.  우리같은 시골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 경험이 별로 없어요. 참 짜릿했지.

-고양시 얘기좀 해 보죠. 그간 도시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요. 예전만 못하다던지.

한류월드다 뭐다 개발은 많이 하는데 그림만 그려 놓고 들어오는 거 보면 결국 오피스텔인 것 같아요. 결국 건축업자만 배불리는 개발이 되고 있지 않은가. 도시개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지.

고양시가 내세울게 뭐가 있나요. 꽃박람회? 꽃박람회는 고양시만 하는게 아니에요. 내세울 만한 고양시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요. 고양시의 역사나 문화 자산은 이미 많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자산을 잘 활용 못하고 그냥 잡탕으로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라페스타나 웨스턴돔이나 일종의 문화의 거리로 조성했다면 그게 어느 정도 정착되고 난 다음에 그 위에 새로운 문화가 생길 수 있는데, 새로운 상가들만 계속 조성되고 그 안에서 상인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악순환만 반복하는게 아닌가.

고양시 도시개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일회성이 행사가 아니라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러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결국은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지요. 그래야 장기적으로 가는 거예요. 시장이, 정치인이 뭘 하겠다고 하면 보조금 가지고 일회성 행사 하면 한 두 번 하고 땡이거든. 그렇잖아요. 시민들, 지역민들이 중심이 되어서 고양시만의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야지. 아니면 좀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정치인들을 직접 발굴할 필요도 있지요. 그런쪽에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이런식으로 직관적으로 얘기할 수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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