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 일산인포 운영자 K씨 고소
논란에는 무대응, 풍자에는 법적 대응

삭제된 일산인포 게시물에 등장한 풍자이미지. 임창열 사장의 경영방식과 사장 선출과정에서의 폐쇄성을 지적한 이미지다. 킨텍스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이런 풍자이미지를 명예훼손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산인포’라는 블로그가 있다. 2016년 5월 첫 게시물을 올린 이래 주로 일산지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 이슈와 도시계획에 대한 글을 포스팅해 왔다. 지루한 텍스트보다 인포그래픽을 주로 활용하면서 활동기간이 2년이 되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꽤나 관심을 끌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식회사 킨텍스가 이 블로그 운영자 K씨를 최근 고소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킨텍스 홍보팀에 따르면 명예훼손 혐의다. 그 외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K씨가 올린 킨텍스와 연관된 게시물들도 같은 이유로 모두 차단된 상태다.

홍보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K씨가 포스팅한 게시물들은 킨텍스에 의해 악의적인 비방으로 판단됐다. 

이한호 홍보팀장은 "오랫동안 (블로그를)지켜봤다"면서, "비판이라면 우리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K씨가)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기관을 매장하려고 하는 것 같다. 고소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블로그 운영자 K씨는 킨텍스가 거대 공공기관의 힘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K씨는 “킨텍스가 게시물을 올리는 족족 네이버측에 명예훼손으로 게시중단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킨텍스라는 거대 공공기관에 대해서 시민들이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완전하게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킨텍스측의 대응이 알려지면서 일산인포에는 블로거에게 법적 잣대를 들이댄 킨텍스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시민을 상대로 거대 기관인 킨텍스가 움직인 것에 따른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임창열 사장 해임요구 청원(빨간색 상자 안)과 반박청원들.

K씨는 킨텍스 관련 어떤 글을 포스팅 했을까. 일산인포를 살펴보면 운영자인 K씨는 올 한 해 동안 킨텍스 관련 포스팅을 4-6차례 했다. 대부분 이미 언론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K씨가 재구성한 내용들에 불과하다.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을 덧붙이거나 풍자를 가미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킨텍스 GTX역사 이전 문제가 업무시설 등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요구'라거나, '킨텍스가 일산에서 차지하는 면적 대비 일자리 창출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킨텍스의 임원이나 정규직들의 처우가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직원들과 대비된다'는 주장은 오히려 귀담아 들을 만한 지적이다. 

킨텍스로 인해 인근 업무시설 등 자족용지의 경쟁력이 약화된다거나, 일산테크노밸리 부지를 킨텍스가 주차장 용지로 빼앗았다는 주장도 언론보도를 기초로 한 내용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명예훼손 대응이 사실은 임창열 사장을 상대로 한 해임 국민청원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씨는 최근 온라인 청와대 게시판에 ‘임창열 사장 해임을 요구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을 등록한 바 있다.

임창열 사장이 경기도지사 시절 부인과 함께 뇌물수수 전력이 있고, 구체적인 경영성과가 없는 반면에,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담겼다. 현재 1000여명이 서명해 청와대가 답해야 하는 20만명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헤프닝으로 끝날 법한 국민청원이지만 킨텍스가 헤프닝만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현재 해당 국민청원에는 자신을 킨텍스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주장하거나, 임창열 사장 투옥 당시 변호인이라고 주장하며 해임청원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 청원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킨텍스측의 대응이라고 보는 시각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킨텍스 홍보팀은 해임청원과 관련 구체적으로 대응한 내용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다른  킨텍스 관계자는 "협력업체 관리자로부터 해임청원에 반박성 게시물을 달아줄 수 없겠냐는 요구가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협력업체가 왜 킨텍스 비판글에 개입하겠나. 결국 킨텍스측의 암묵적인 요구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전했다. 

 

이어 "국민청원의 내용중 비정규직 탄압과 관련된 부분은 알고보면 대부분 사실이다.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반박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급여체계를 나열하면서 반박하고 있는데 일개 협력업체 직원이 급여구조를 어떻게 알고 있겠나"라고 되뭍기도 했다.

사실 킨텍스를 중심으로 한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올해 9월 임창열 사장의 연임을 두고도 비코트라 출신으로 최초 연임에 성공한 임창열 사장에 대한 축하보다는 정치력으로 연임됐다는 평가절하의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연임 이후 발표된 공개채용에서도 계약직이던 현직 근무인원이 상당수 정규직으로 갈아타면서 보은성 인사라는 말도 흘러나온 바 있다. 

알고 보면 킨텍스 논란은 대부분 임창열 사장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킨텍스가 유독 민감하게 대응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킨텍스는 제대로 된 해명 한 번 내놓지 않고 있다. 고소할 것이 아니라 의혹들에 대한 해명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블로거 K씨는 "킨텍스는 논란과는 상관없는 보여주기식 행사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킨텍스 관련한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취합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킨텍스의 현실을 알리는 블로그가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았으면 한다. 이마저도 막는다면 킨텍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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