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거주 40대 제보자 신고 결정적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고령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딸을 납치했다고 협박하고 거액을 뜯어내려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22일 오후3시 40분경 행신역 인근에서 체포됐다. 피해자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고양시민의 신고와 경찰의 공조가 결정적이었다.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파주시에 거주하는 피해자 한 모씨(68세, 남성)는 22일 12시 50분경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신원을 밝히지 않은 남성은 “딸의 친구가 5천만 원을 빌렸는데 당신 딸이 보증을 섰다. 친구가 돈을 갚지 않아 딸을 납치했다. 돈을 갚지 않으면 당신 딸을 수술대에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이 남성은 당신의 딸이라며 여성의 목소리도 들려줬다.

목소리에 깜짝 놀란 한 씨가 당장 마련할 수 있는 돈이 천만 원 뿐이라고 하자, 남성은 돈을 현금으로 찾아 고양시청 앞으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한 씨는 의문의 남성이 시키는데로 인근 농협에서 천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 고양시청으로 이동했다. 이후 전화기 속 남성의 지시로 다시 행신역으로 이동했다.

행신역에 도착한 한 씨는 이때부터 초조하게 전화기 속 남성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때 담배를 연신 피워데는 한 씨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이 있었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고양시민 유 모씨(49세, 남성)는 한 씨의 행동이 무언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에 다가가 "무슨 일이 있나"라고 물었다. 한 씨는 "딸이 납치됐다. 돈을 전해줘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 얘기를 들은 유 씨는 보이스피싱을 직감했다. 이어 한 씨가 눈치채지 못하게 경찰에 신고했고 고양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곧바로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이 한 씨를 조심스럽게 설득했지만 한 씨는 믿지 않으려 했다.

돈을 건네받으려 현장 어디엔가 있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눈치챌 것을 우려한 경찰은 이때부터 인근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나타날때까지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동 40여분이 지났을 무렵 한 씨에게 접근해 돈을 건네받은 젊은 남성을 확인하고 1.5km 미터 가량을 뒤쫒아 검거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하여 고양서 관계자는 “피해자는 범인 체포 이후에도 자신의 딸이 납치된 것으로 착각할 만큼 경황이 없는 상태였다"며 "당황한 상태에서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딸로 믿은 것 같다. 현재 조사를 마치고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양서에 따르면 이날 체포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22세 남성으로 5일 전에 중국에서 입국한 조선족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조선족 남성에 대한 조사와 함께 여죄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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