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선생님에게 용기를 얻은 황상의 이야기를 통해 공부를 평소 어떤 자세로 해야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알아야 할 내용은 ‘공부를 왜 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우리가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은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말씀 속에 담겨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말씀 속이 아니라, 정약용 선생님이 말하는 방식 속에 담겨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님은 흔히 우리가 듣는 방식인 “공부 열심히 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랬으면 어린 황상이 평생을 기억할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정약용 선생님은 무조건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는 대신에,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한다는 황상이 갖고 있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황상이 ‘왜’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는지를 아주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대개는 자신의 단점만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은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또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단점만을 부분적으로 보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단점과 장점을 전체적으로 살필 줄 압니다. 정약용 선생님은 지혜로운 사람이었기에 황상의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 것입니다.

이처럼 지혜로운 사람의 생각은 다른 사람의 일생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님 또한 정약용 선생님 자신의 일생을 지혜롭게 만들어준 스승님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공자, 노자, 주자, 이황, 이이 등 과거에 이미 돌아가셨지만, 자신의 지혜로운 생각을 책으로 남겨놓으신 분들입니다. 지혜로운 생각이 담긴 과거의 책들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정약용 선생님은 지혜로워진 것입니다.

정약용 선생님의 이야기에서 보듯 ‘지혜로운 생각이 곧 철학’입니다. 인간이 지혜로울 수 있는 이유는 생각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혜로워지기 위해 예전부터 내려오는 지혜가 담긴 책을 보고, 이를 현실에서 확인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혜로워지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바로 철학입니다.

그리고 지혜는 자신과 세상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만약 지혜로운 정약용 선생님의 말씀이 없었다면, 그래서 황상이 자신의 생각만 믿고 공부를 멀리했다면 황상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지혜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집니다. 지혜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올바른 선택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철학이란 지혜를 찾는 것이고, 지혜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과 사랑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은 ‘필로소피 Philosophy', 즉 지혜(sophy)에 대한 사랑(Philo)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철학’과 예전의 ‘철학’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간과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많은 것을 오로지 철학을 통해서 얻었지만, 과학이 발달한 이후에는 수학과 과학 등을 통해 점점 더 많은 궁금증을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철학과 마찬가지로 철학에서 발전한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는 것 또한 인간이 지혜로워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과 과학 등 모든 학문들의 의미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여전히 철학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철학이란 지혜를 찾는 것이고, 지혜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전체적인 관심과 사랑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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