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몸집 불리기, 봉사시간으로 학생동원” 지적
고양시, 걷기연맹 "불편 있었지만 의미도 있어" 해명

지난 4일 호수공원에 2천여 명의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자원봉사 점수를 매개로 단순동원식 행사로 진행된 탓에 환경정화와 호수공원 21주년 축하라는 행사취지를 살리지도 못하고 시민불편만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고양시걷기연맹이 주관하고 고양시가 후원한 대규모 걷기행사가 보여주기식 행사로 전락, 오히려 주말 오전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불편만 끼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사 참가자들도 대부분 자원봉사 점수를 받기 위해 몰려든 청소년이었는데, 사실상 자원봉사 점수를 미끼로 학생들을 공짜로 동원했다는 지적이다. 걷기연맹은 이날 하루 걷기행사에 고양시로부터 3,800만 원의 예산지원을 받았다.

지난 11월 4일 토요일 오전 8시, 고양시 호수공원에는 고양시걷기연맹이 주최하고 고양시가 후원한 ‘2017고양 바람누리길 걷기축제’가 열렸다.

올해 행사는 호수공원 조성 21주년과 바람누리길 14개코스 완성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았다. 단일행사로는 이례적으로 2,700여명(고양시 추산)이 모여, 주최측 목표 3,500명에는 미달했지만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걷기행사가 시작되자 호수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이날 참가자중 90%가량이 몰린 호수공원 둘레길을 도는 5km코스가 문제였다.

이봉운 부시장을 필두로 2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좁은 호수공원 산책길 따라 걷다보니 산책길 상하행선은 물론이고, 자전거도로까지 인파로 막혀 주말 아침 산책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걷기행사 참가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 시간이 필요한 청소년들이었다. 완주 스템프를 받기 위해 대부분 빠른 걸음으로 산책로를 통과했다.  

라이딩을 즐기던 시민들은 자전거를 멈추고 기다리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욕설과 함께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에 비해 주최측 안전요원도 터무니 없이 부족해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이를 두고 고양시걷기연맹이 행사 몸짓을 불리기 위해 사실상 청소년을 동원해 행사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리가 불가능한 수준의 참가자들을 모아 놓고 보여주기식 대규모 군중행사를 기획해 시민불편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청소년들이 몰린 원인도 문제다. 걷기연맹은 이날 호수공원 둘레길을 걷고 인증 스템프를 받으면 4시간 봉사시간을 부여한다고 홍보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몰린 이유도 있다.

물론, 걷기연맹과 고양시는 행사에 앞서 호수공원 정화활동과 호수공원 조성 21주년 축하캠페인도 예고했지만, 막상 행사참가자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군자원봉사센터가 부여하는 봉사시간 인정은 단순 행사참가자의 경우 인정받을 수 없다. 단, 캠페인 참여의 경우 인정받을 수 있는데 걷기연맹측이 행사참가자들에게 약속한 봉사활동시간 부여를 위해 행사내용을 과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일부 민간단체들이 보조금 사업에 머리수 채우기용으로 자원봉사 점수를 이용해 청소년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자전거도로, 산책로를 걷기행사 참가자들. 이봉운 부시장은 이를 의식한 듯 걷기행사 내내 도보로를 이용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들의 자전거도로 이용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인지 이날 5km코스는 캠페인 등으로 4시간 일정이었지만 50여분만에 대부분이 완주 스템프를 받았다. 스템프를 받은 이후에는 정식 코스를 이탈해서 완주장소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봉사활동 점수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마친 청소년들은 대부분 바로 자리를 떠났다.

이와 관련 덕양구 주교동 거주한다는 박모씨는 “봉사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설명해줘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고양시가 후원하는 걷기행사에 봉사시간을 미끼로 청소년들을 동원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 행사 현수막에도 봉사시간 인정여부를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있어 불쾌했다"고 지적했다.   

행사운영과 관련 고양시 녹지과 관계자는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참가자)통제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시 한 번 (걷기행사 진행방법을)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캠페인이나 행사취지를 살릴만한 활동이 없었다는 지적에는 "일부 참가자들이 어깨띠를 메고 캠페인을 했고, 일부(참가자들)는 청소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봉사시간 인정이 대회 참가 이유인 대부분의 청소년 참가자들이 한순간에 스탬프 인증장소에 몰리기도 했다.

임철호 부회장은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어 아이들이 많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마당도 놀이터도, 놀 수 있는 공간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공원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인공적인)호수공원도 21년이 지나 나름의 생태계가 이루어졌는데 아이들이 이런 것도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설명했다.

‘2017고양 바람누리길 걷기축제’는 5km코스와 30km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5km코스는 호수공원 둘레길 걷기, 30km코스는 호수공원을 출발해 북한산에 이르는 코스로 진행됐다. 걷기연맹은 2011년 출범한 민간단체다. 출범이후 매년 고양시로부터 걷기행사 예산을 지원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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