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고양은 [재미있는 철학]을 기획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Ⅰ. 철학이란 무엇인가? / Ⅱ. 인간이란 무엇인가? / Ⅲ. 세계란 무엇인가?’를 다루려 한다. 필자는 김이수 미디어고양 취재부장,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대표저서는 2015년 6월 발행된 《고1 책상 위에 서양고전》《고1 책상 위에 동양고전》

 

 

 

 

 

 

 

마당을 쓸고 있던 소년에게 선생님 한 분이 책을 건네며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이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도록 해라!"

 

소년은 머뭇머뭇 부끄러워하며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공부하는 데 있어 세 가지 병이 있습니다. 첫째는 머리가 나빠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둘째는 머리가 꽉 막혀서 창의력이 없고, 셋째는 머리가 나빠서 어려운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오호, 너는 공부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세 가지 큰 병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구나! 공부하는 자들이 갖고 있는 병 중에서 첫째는 기억력이 뛰어나 이를 믿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병이고, 둘째는 글을 짓는 창의력이 너무 좋아 엉뚱한 글을 쓰는 병이며, 셋째는 이해력이 너무 빨라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 병이다. 그런데 너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갖게 되는 세 가지 큰 병이 하나도 없구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 가지 큰 병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말씀에 소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공부에 더욱 노력하니 아는 것이 더 넓어지고, 창의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더 열심히 노력하니 이후 창의적인 커다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 또한 더 노력을 하게 돼 이후 막힘없이 더욱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머리 좋은 사람보다는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은 더욱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단다."

 

위 이야기에 등장하는 선생님은 바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다산 정약용입니다. 남에게 뒤처지는 재주를 노력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참된 공부법이라고 다산은 힘주어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자신의 무능을 탓하는 소년에게 그 무능이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공부에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주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이러한 말이 시골의 어린 소년에게 얼마나 큰 감동과 자극으로 다가왔겠습니까?

 

다산 선생님에게 용기를 얻은 시골의 어린 소년은 이후 뛰어난 시인이 된 황상(黃裳, 1788~1863)입니다. 황상은 스승을 처음 뵌 날로부터 60주년이 되는 임술년(1862), 75세의 노인이 되어 그때를 회상하며 <임술기壬戌記>를 썼습니다. 황상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 나는 나이 15세 소년이었다. 스승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겨 감히 잃어버릴까 두려워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6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더러 책을 놓고 농사를 지을 때도 있었지만 그 말씀만은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정약용(1762년 ~ 1836년)은 조선의 문신이자 실학자·저술가·시인·철학자·과학자·공학자이다. 본관은 나주, 호는 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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