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그리고 고양시, 경기도, 전국 어디를 가보아도 일을 하며 힘들어하고, 일이 없어 힘들어하는 많은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의 79.1%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용돈마련을 위해 일한다는 노인은 8.6%뿐이었다. 대다수 노인에게 일자리는 곧 생존인 셈이다.

어르신 세대를 포함하여 이 땅의 모든 성인들에게 일자리가 곧 생존인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자아실현을 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일자리의 의미는 생존 앞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생존이 되어버린 일자리 앞에서 희망을 말하는 것은 사치일까? 사치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할 권리이다.

정부에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기초연금수급 자격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하루 3~4시간 월 34시간 정도 일을 해서 한 달에 20만 원 정도를 받는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일 년에 최대 9개월. 수당은 2004년 이후 20만 원선에 머물러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적은 금액이나마 일자리가 있는 것이 행복이다. 하지만 이것이 국가를 위해 봉사해온 국민들에게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국가의 부족한 복지 재원과 빈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일하는 어르신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5년 9월 발표한 고용률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1.3%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60~64세 인구의 고용률은 58.3%로 20대 고용률 57.4%보다도 높다. 문제는 50대 초반에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시간제 등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의 문제점은 자칫 일자리를 놓고 어르신 세대와 20대 청년 세대 사이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원인은 1% 대 99%로 양극화된 사회 현실이지 99%에 속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아니다. 99%의 경쟁 속에서 1%의 사람들은 더 많은 부를 얻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분법적으로 양극화된 경쟁 위주의 사회 속에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에 내몰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일자리를 얻을 나이가 되면 그때부터 경쟁이 본격화되어 일자리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전국민이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과거 농업을 중심으로 한 농촌공동체가 유지되던 때에는 힘들었지만 어르신에 대한 공경과 존경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며 자녀들이 도시로 떠난 이후 어르신들의 삶 또한 대가족 해체 이후 스스로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산업화 시대에 열심히 일하며 자녀들을 키워온 오늘날 어르신 세대는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사지가 멀쩡할 때까지는 스스로 먹고살기 위해 애쓴다. 거동이 어려워지면 그때서야 자녀들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없거나 자녀와 연락도 못 하고 사는 어르신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어르신 세대의 문제는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질 문제이다. 어르신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사회 복지기금을 마련해서 일할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연금 생활을 하도록 해야만 한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했는데도 대다수 어르신들이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되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서 노후를 보장하지 못하고 생존을 각자의 노력에만 맡겨왔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던 사람도 은퇴 후 대다수 빈곤노인층으로 전락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실업과 장년층의 은퇴에 따른 생활고가 노인빈곤으로 연결되는 악순환

자영업은 월급쟁이의 무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고 생존하기 위해 직장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들게 된다. 자영업은 경쟁 속에서 자기가 자기 생존을 책임져야만 한다. 하지만 자영업은 월급쟁이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은퇴한 이후에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13년 사이에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 개로, 이중 폐업은 793만 개에 이른다. 자영업의 생존율이 16.4%에 불과한 것이다. 창업한 가게 일곱 곳 중에서 한 곳만 살아남은 셈이다. 폐업률은 음식점이 전체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높았다. 서울시 임차상인들의 평균 영업 기간이 2.7년이라는 조사도 있다.

장사가 안 되어도 문제지만 잘되어도 문제는 있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가 뛰어 쫓겨나고, 그렇지 않으면 망해서 문을 닫게 된다. 대한민국 슈퍼갑이라는 건물주가 되지 않는 한 임차인이 처한 상황은 전국 어디서나 비슷하다.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일부 자산가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개인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생존 또한 희망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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