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복음치과 원지훈 대표원장

요즘에 눈에 띄는 치약 광고가 있다. 이 광고에는 인기 많은 유명한 연예인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하고 설득력 있는 광고 문구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찬물을 마신 모델이 이가시려 몸서리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면 우리도 같이 몸서리쳐지고 소름이 돋는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효과적이고, 성공한 광고인 셈이다.

이처럼 시린 이는 우리에게 매우 기분 나쁜 경험을 선사하고, 그 기억은 잊혀 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원인으로 이렇게 기분 나쁘도록 이가 시릴까? 시리지 않고 마음껏 찬물과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찬물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이가 시린 것은 왜 그럴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린이의 가장 큰 원인, 치경부 마모

치아를 시리게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치경부 마모' 때문이다. 치경부 마모란 잇몸과 치아의 경계선인 치경부가 외부 자극에 의해 닳아 깎여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치경부는 치아 머리처럼 단단한 법랑질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약한 백악질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지속적인 외부자극에 의해 마모되기가 쉽다. 이렇게 마모가 진행되면 치아 내부에 신경이 자극을 받게 되어 시린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즉, 차고 뜨거운 음식을 섭취할 때나 양치질을 할 때, 시린 느낌을 받게 되며 찬 공기를 들이마실 때도 비슷한 증상을 느끼게 된다.

치아의 구조 <자료=보건복지부>

치경부 마모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칫솔질이다.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 양치질을 하거나 칫솔을 옆으로 왔다 갔다 반복 운동을 할 때, 치경부 마모가 발생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오른손잡이는 좀 더 쉽게 힘이 들어가는 왼쪽 치아에 마모가 빈번하고, 왼손잡이는 같은 이유로 오른쪽 치아의 마모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리고 바깥으로 돌출돼 있는 치아라면 칫솔 자극을 더 많이 받아 마모증이 더욱 잘 생기게 된다. 또한 질긴 음식이나 딱딱한 음식을 즐겨먹는 경우, 이를 갈거나 이를 꽉 무는 습관 등도 치경부 마모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에 하나다.

한 번 패이기 시작한 치경부는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심한 경우 치아의 파절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시린 증상이 지속되면, 치아의 신경을 자극하여 염증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과에 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

잘못된 칫솔질로 치경부 마모가 발생한 치아 <사진=보건복지부>

치경부 마모증을 치료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적절한 재료로 패인 부분을 수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모된 부위에 레진이나 글라스 아이오노머 같은 재료를 이용하여 치아 모양을 복원하듯이 충전하면, 시린 부분의 노출을 막을 수 있어 증상이 쉽게 사라질 수 있다. 또한 마모 정도가 심하지 않고 미약하다면, 시린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제를 이용하여 코팅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마모의 정도가 심해 신경이 노출된 경우라면 간단한 수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경치료 후 크라운 수복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치료 역시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수복하고 코팅을 해도 앞서 알아본 원인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시 떨어지고 마모되어 시린 증상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마모증은 치료하는 것보다도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치과검진으로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바른 칫솔질과 적절한 치과치료를 통해 시린 이의 고통에서 벗어나자.

치경부 마모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잘못된 칫솔질이기 때문에 칫솔질을 올바른 방법으로 한다면 치경부 마모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옆으로 왔다 갔다 하는 칫솔질 보다는 위 아래로 쓸어내듯이 닦는 방법이 좋다. 물론 칫솔질할 때 손에 무리한 힘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단단하고 질긴 음식이나 탄산음료 등은 마모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섭취 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습관이 필요하다.

치아의 작은 마모가 우리에게 주는 불쾌감은 굉장히 크다. 올바른 칫솔질로 마모증을 예방하고, 치과를 방문해서 적절하게 치료한다면 시리고 불쾌한 자극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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