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단체, “청년당사자 배제·불이익, 심사녹취록 공개해야”
고양시, “특정단체 배제한적 없어...심사결과 번복 불가능”
청년에만 추천서·자기소개서 요구하는 선발과정도 문제

청년활동가들이 지난 27일 고양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청년정책위원 선발과정에서 특정 청년단체를 대상으로 혐오발언을 한 A시의원을 비판한데 이어, 고양시에도 청년정책위 재구성을 요구했다. 

고양시 청년기본조례가 의회 통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고양시가 청년기본조례에 명시된 청년정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청년단체 활동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청년정책위 평가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여당 시의원 A씨의 경우 청년조례 제정을 주도했던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이하 청년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을 언급하며 “압력단체다”, “집단적으로 (청년위원에)지원한 것은 의도성이 있다”, “(청년네트워크 활동가들이)시장실을 점거했다”는 혐오성 발언을 했고, 그 결과 청년위원에 지원한 해당 단체 활동가 7명 전원이 탈락했다는 구체적인 주장도 나왔다.

고양청년네트워크는 고양평화청년회, 리드미 등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8개 청년단체들의 네트워크 조직이다. 2015년 구성, 올해 3월 고양시의회를 통과한 고양시 청년기본조례(대표발의 박시동) 제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조례를 만든 당사자들이 대거 정책위원회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졌다. 

지난 27일에는 고양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청년 활동가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혐오발언 시의원 공개와 청년정책위 재구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청년기본조례 제정 이후에도 고양시의 청년정책 추진의지가 의심스러웠다. 정책 파트너여야 할 청년당사자들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혐오발언과 고양시의 배제, 거리두기가 결국 블랙리스트의 작동방식과 같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고양시의회를 통과한 청년기본조례. 고양시는 2월 조직개편을 통해 청년정책팀을 신설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전시성 행정에, 청년단체와의 협치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대발언에 나선 박명애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도 “최성 시장이 겉으로는 협치를 강조하지만, 막상 시민사회와 청년들은 들러리 서기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직후 기자와 만난 신정현 청년활동가(청년단체 리드미 대표)는 “청년위원 심사과정에서 나왔다는 '시장실을 점거 했다'는 말은 아예 사실도 아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청년기본조례의 필요성을 알리고 함께 만든 청년단체에 대한 혐오가 드러난 것이어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시의원 뿐 아니라 고양시도 청년조례 제정 후 우리들과의 소통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전담부서인 청년정책팀은 신설된 이후 청년당사자와의 소통에는 소극적이었다. 불편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번 청년정책위원 모집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고양시는 청년정책위 선발과정은 서면심사방식으로 8월 31일 진행됐다. A시의원의 발언도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일부 심사위원이 심사가 끝난 후 그 진위를 청년단체측에 문의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이와 관련 혐오발언 당사자로 알려진 A시의원은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발언 사실여부를)노코멘트하겠다. 내가 말을 보태면 갈등만 커진다”고 사실여부 확인을 거부했다.

고양시도 청년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정인 고양시 청년정책팀장은 27일 "기자회견과 앞선 보도에서 나온 주장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해명자료로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27일 기자회견 이후 청년활동가들이 고양시청 정문에 청년정책위 무더기 탈락에 항의하며 부착한 손피켓. <사진 : 청년네트워크파티 제공>

김 팀장이 말한 해명이란 '청년네트워크 활동가들 중 청년위원에 지원한 청년은 총 8명이고 이중 1명이 최종 선발됐다. 위촉거부 등을 대비해 지정한 예비위촉대상자에도 청년네트워크 활동가 3명이 포함됐다. 그러니 특정 단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서도 신정현 씨 등 청년활동가들은 '선발된 1명이 청년네트워크 소속이기는 하지만 청년조례 제정과정에 참여한 활동가는 아니다'라고 재반박 하는 등 여당 시의원의 혐오발언 논란에서 시작해 고양시와 고양시 청년단체간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취재과정에서 일부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이번 갈등의 핵심을 블랙리스트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했다. 청년정책의 주인공인 청년들이 고양시와 시의원들이 만든 평가기준에 스스로를 맡긴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양시는 청년정책위원 공모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단체장 추천서, 자기소개서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미수 고양시민회 대표는 “청년정책을 심의할 청년당사자 위원을 선발하면서, 단체장이나 정치인에게 추천서를 받아오라고 하고 청년들은 그 추천서를 받아왔다. 그것부터가 문제"라면서, "시의원과 전문가 몫 12자리는 위촉직이고 청년 몫은 경쟁을 거치도록 했다. 만약 청년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많이 뽑혔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청년조례의 주인공인 청년들을 주변인으로 내몬 시 행정의 무신경함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양시는 추석연휴 이후인 10월 중순경 8명의 청년당사자 위원과 총20명에 이르는 청년정책위원 전원을 공개하고 위촉장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의 임기는 2년이다. 

저작권자 © 고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