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싱크홀 조사했던 박창근 교수 “고양시 대책 없다면 은폐 위한 것”
조정 고양환경연합 대표 “정치적 목적 단체장의 도시 확장정책도 문제”
와이시티 입주민 “집값 떨어질까 쉬쉬, 소각장 문제로 시선 쏠려 문제”

국민의당고양시병위원회가 지난 23일 백석도서관에서 개최한 ‘고양시 싱크홀 토론회’ 모습.

일부 산지를 제외한 고양시 전역이 싱크홀(땅꺼짐) 위험지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산동·서구와 덕양구 일대 주거지역에서 폭넓게 연약지반이 발견되는 등 싱크홀 위험이 높은데도 고양시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우려된다는 지적도 뒤이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무능한 행정이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백석도서관에서 진행된 ‘고양시 싱크홀 토론회’에서는 올해만 3차례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던 일산동구 요진와이시티 백석역 인근도로를 포함, 최근 수년간 고양시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오경두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일산지역은 상당수가 뻘 지역을 매립해 개발했다. 일산서구와 동구, 덕양구 일대 한강변에서는 넓은 충적층(약한 지반)이 분포하고 있는 것도 확인된다”면서, “일부 지역이 아니라 고양시 전역이 싱크홀 취약지역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주거지역이 몰려 있는 고양시 남부지역은 아직 굳지 않은 충적층과 매립으로 형성된 미고결퇴적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들 지역은 지질 안정성이 낮은 취약지반이어서 싱크홀 위험이 높다. 특히 이들 지역은 대부분이 지질밀도가 낮고 지하수 다량 배출지역이 겹쳐있어 터파기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 뿐 아니라, 자연침하 우려도 높다는 분석이다.

또, 올해 들어 3차례 땅꺼짐이 발생한 백석역 요진와이시티 인근은 미고결퇴적층에 지하수 경사가 급해, 애초 지하수 압력으로 인한 싱크홀 취약도가 높은 지역이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런 문제를 미리 알고 대비했다면, 요진건설의 업무시설 공사로 인한 싱크홀도 사전예방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지질구조 밀도가 낮고 지하수 흐름이 빠른 지역은 토사유출로 인한 싱크홀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취약지형을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토지이용계획을 세워서 앞으로 또 다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고양시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시 싱크홀 조사단장을 맡았던 박창근 교수(하천학회 회장)는 서울시 사례를 설명하며 “어떤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수립해야 재난예방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와이시티 싱크홀 관련)고양시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면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경두 교수는 고양시 주거밀집지역 상당수가 충적층(매립으로 인한 연약지반)이어서, 터파기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는 물론, 자연침하 현상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료 : 서울시 지반정보통합관리시스템, 토론회 자료집 재인용>

이어 박 교수는 “노후화된 하수관로로 인한 지반침하도 문제다. 지자체는 생색이 나지 않으니 예산투입을 하지 않는데, 도시는 노후화되면서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가 개발한 GPR(지표투과레이더)장비를 활용해 보는 것도 고양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조정 고양환경연합 대표는 더 적극적으로 고양시 행정을 문제삼았다. 그는 “토론회에 참석한다고 하니 많은 제보가 있었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는 고양시 싱크홀 사고가 더 많았을 거라는 예상을 한다”면서, “이런 중요한 자리에 정작 고양시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아서 섭섭하다.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하는 단체장에 의해 고양시가 적정규모를 무시하고 확장하는 사이 자연녹지 소멸과 대기질 악화 등 많은 문제들을 노출하고 있어 본능적인 불안감을 갖는 시민들이 많다. 싱크홀 대책에서 보듯 공무원들의 무책임함과 무지함에 고양시민의 안전이 맡겨지고 있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플로어 토론에서는 요진와이시티 입주민이 발언권을 얻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와이시티 생활안전센터에서는 900톤의 토사로 호텔부지 공사현장을 메우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말할 뿐 구체적인 대책은 말하고 있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무섭다고 하는데 정작 와이시티 입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소각장 피해만 부각되고 있어 이상하다. 시민의식 차원에서라도 싱크홀 문제를 덮지만 말고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오경두 교수의 발제와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대진대 교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대표,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소장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토론 좌장은 국민의당고양시병 장석환 위원장(대진대 교수)이 맡았다.

토론회 이후 장 위원장은 "고양시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는데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지역이슈를 다루는 발전적인 토론회를 자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양시에는 올해 3차례 땅꺼짐이 발생한 백석역 인근을 포함 최근 일산서구 대화동과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연이어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백석역 도로 싱크홀의 경우 고양시는 업무시설 터파기공사를 진행한 요진건설측의 안점점검 결과를 토대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려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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